시간에도 닿을 수 있는 범위라는 게 있어. 이 섬하고 육지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있는 것처럼. 그 사이를 오가는 배라고는 기억이라는 놈뿐인데, 그건 마치 유령선 같아. 우리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기억들은 결국 사라져 버리거든.
하긴 ‘내가 바라는 삶’ 같은 게 있기나 할까? 나는 절망에 고착되어 있으면서도 절망을 누리는 것이 좋았고, 그런 자신에게 또다른 절망을 느꼈다.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말 중 하나일 거라고 주영은 생각했다.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이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하는 선택이 자신이 의도한 결과대로 흘러갈 거라고 생각하시오? 그렇지 않아. 우리는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꼭두각시일 뿐이요.
돌연변이는 어디까지나 돌연변이로 살 때가 가장 그 자신답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한쪽의 언어로 해설하는 것은 그 돌연변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항상 불완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