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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2 ㅣ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벤쿠버올림픽 때문에 한참 열기가 뜨거웠던 요즘 올림픽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니 참 굿타이밍입니다
올림픽의 무엇을 말하고 싶어 오쿠다씨는 무려 9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쓰셨을까요
문득 궁금해졌었는데 다 읽고난 지금 올림픽은 그저 우리를 건져올리기 위한 미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 사실 올림픽이라던가 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여기 등장하는 스가 다다시같은? 하하하
분량이 무척 많아보이지만 읽다보면 술술 참 잘도 읽힙니다
1권 읽고 2권으로 넘어가기까지도 순식간이지만 2권으로 넘어가서는 아마 결말이 궁금해서 더 빨리 읽게 되실걸요
프롤레타리아라던가 부르주아 마르크스까지 아아
골치아픈 단어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만 그런 것들은 아주 약간의 향신료같은 역할로 읽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주진 않습니다
제게 크게 다가온 건 부익부 빈익빈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의 두 얼굴이었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스멀스멀 올라오는 언짢은 동질감이란 으
가당치 않은 이야기일지 몰라도 조금은 희망도 걸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응원도 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결말까지 지켜보았습니다
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벌이는 제목 그대로 올림픽의 몸값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어떻게든 꼭 성공하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거 없이 모두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동등히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과 사회의 부조리함에 동의할 수 없는 건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랐지만 인물도 잘나고 머리도 똑똑해서 도쿄대에 입학하여 엘리트코스를 밟는 구니오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 평범한 가장으로서 집을 마련하고 직장에 충실한 형사 마사오
일본의 고위관료와 공무원 등 가족 모두가 관직에 있고 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집 둘째 도련님 스가 다다시를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후를 번갈아가며 서술하여 흐트러져있는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재미에
읽는 독자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흡인력까지 갖춘 이 작품은 가히 감탄스럽더군요
이 이야기가 오쿠다씨의 첫번째 본격 서스펜스 작품이라는데
첫번째라는데 와 - 웬만한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잘 읽혀서 저는 좀 놀랐습니다
역시 대단한 이야기꾼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다시 한번 인정할 수 밖에 없었죠
각 장마다 일기처럼 날짜가 기록되어 있는데 작가는 실제 그 날의 날씨까지 꼼꼼히 스토리에 반영하는 등
1964년 도쿄올림픽을 배경으로 했다는 이 작품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쓰여졌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나서 작가라는 사람들은 정말 작품 하나를 위해서 무던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또한 올림픽이라는 성대한 잔치를 위해 보여지는 사회의 양면성 앞에 저는 순순히 범인의 편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또한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야기꾼의 역량에서 비롯된 거겠죠
아 저라는 인물의 환경이 범인의 편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조건이기 때문일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배제할 순 없겠군요
감정이입을 충실히 한 덕분에 2권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어떤 결말이 될지 긴장하며 한장한장을 넘겼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전 이미 범인이나 다름없었거든요 범인이 느끼고 행동하는 모습 하나하나에 동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은 아무리 재밌었고 대단하다 찬사를 보낸다 한들 별점을 하나 뺄 수 밖에 없겠네요
그 이유는 아마 읽어보신 분들만이 짐작하시리라 생각됩니다 하하
참 _
오쿠다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2권 무렵에 김씨도 나오고 박씨도 잠깐 등장해주십니다
김씨란 이 사람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어쩐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인물상이었던 것 같아 기억에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