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해피엔딩
황경신 지음, 허정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황경신월드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건 언제부터인지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PAPER'를 보고 그녀를 알게 되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녀가 써낸 다른 책들을 많이 보았던 것도 아니다
처음은 언제였으려나 _ 내가 이렇게 정신못차리게 빠져버리게 된 게, 


# 어젯밤, 나는 문득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그 여름밤이 떠올랐고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오지 않다가 방심하고 있을 때 문득 떨어지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 떨어졌구나, 라고 밖에 


이건 내가 여태 접해왔던 그녀의 에세이가 아니라 정말 연애소설.
연애소설이란 장르의 정확한 개념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두에게 해피엔딩' 이 소설은 
겉으로는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 내면에는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내가 살면서 사랑이란 걸 해본적이 있는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남들이 보기에, 아니면 내가 보기에 그동안 가지고 있던 마음이나 그 복잡한 감정들이 사랑이라는게 맞긴 하는건지
하지만 여기 나오는 에이나 비나, 그리고 그들에게 휘둘리고 골머리를 썩고 있는 이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내가 오랫동안 품었던 그것들이 사랑 그 비슷한 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마음에 무엇인가가 들어차 있다는 것인데 
내 마음에 들어차 있는 것은 정말 마음일까, 마음이란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 . . 


기대하지 않았던만큼 더 마음이 저리고 눈물이 차올랐다
왠지 에이의 마음도 비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이 뼈저리게 이해되어버려 슬펐다
읽다보니 너무도 슬퍼져서 아무 생각없이 듣고 있던 노래마저 슬퍼져버렸으니
뭐가 그리 어렵고 복잡한 걸까 그냥 쉽게는 안되는걸까 

그렇다, 사실 알고는 있다
마음이라는 게 내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여주지는 않는다는 걸
그걸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난 이미 신이겠지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 너무 감정이입해서 봤나보다 _ 이제 제법 익숙해질만도, 무뎌질만도 한데 아직도 이러고 있으니
친구라는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 다 이해하는 척 그렇게 가식적으로 옆에 있고 싶어했다면 역시 욕심일까
에이에게도 비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도 모두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있긴 할까
만약 있다면 그걸 실천할 용기는 있었을까 
. . . 나였다면, 내 눈 앞에 닥친 현실이라면, 난 어떻게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를 떠올릴 수 없었다 _ 그처럼 어려운 문제도 없을 듯 싶다 

이 책의 결말이 이제 가물가물하다
어떻게 끝났더라
정말 '모두에게 해피엔딩' 이었던가 싶다 


# 그러므로 나는 그를 다시 만나야 한다
그를 만나 물어볼 것이 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란 존재하는지
우리가 모두 행복해져도 괜찮은 건지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될 수 있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