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여름의 풍경이 지금과 너무 겹쳐져 괜히 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 이런 타이밍에 떠올리고 마는 책이 바나나씨의 책들이었는지 문득 얄궂다 싶다.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삶은 흘러간다. - P93
한여름의 한두 주일은 불가사의하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햇살 속에서, 많은 것들이 진전을 보이곤 한다. 사람의 마음과, 사건. 그러는 사이에도 가을은 칼을 갈고 있다. 시간이 지나지 않는다니, 그건 네 착각이지, 하는 식으로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싸늘한 바람이 불고 하늘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 P117
사람이란 좀 더 이상하고 너저분하고 끈적거리고 한심하고 고귀하고, 그러니까 무한한 단층을 지니고 있다고 줄곧 생각해 왔어.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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