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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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밀러의 책은 오래전부터 가슴에 묻고 언제고 읽어보리라 생각했었다. 동시대의 작가인 유진 오닐이나 테네시 윌리암스의 극들은 책으로나 연극으로나 접했지만, 그는 처음이었다. 명성대로 일상적인 사건의 배열과 대사들은 틀니처럼 사실적이면서 치밀했다.

주인공인 세일즈맨 윌리 로먼은 하루를 고단히 일하고 자식을 바라보며 사는 소시민이다. 소설의 비극적 현실은 미국의 대공황(1929년)이라는 배경도 있지만, 인간 내면의 비열함에 근거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큰 아들 비프의 어린 화자와 몽상속에서 끊임 없이 대화하면서 젊은날의 치부를 들킨 자신을 도피시킨다. 동시에 그의 기억 속에 행복했던 과거의 어린 아들 화자 뿐 현실의 무능한 아들은 인식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은 연민과 동시에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남은 것은 구직 실패에 따른 자괴감이다.

모래알처럼 손아귀에서 사그러져가는 꿈을 아들 세대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아버지 세대는 현실 부정으로 버티는 것.
참 낯익다.
가스관을 물거나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사고를 내는 행태는 비단 20세기를 살아간 미국인의 삶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는가. 그 고단함에서 현대인의 삶과 어떤 차이점도 발견할 수 없을 것 같다.

20세기초 우리 나라에도 '산돼지' 같은 사실주의 극이 있었지만, 사실주의든 사회주의를 표방하든 세대를 아우르는 문제는 쉽지가 않다. 가난과 거기서 파생된 삶의 애환을 구호의 나열 없이 냉철히 바라본다는 것은 상당한 작가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삶은 모르겠지만, 일상은 그리 많은 사건과 대화를 요구하진 않는다. 보편적인 사건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데 이 극의 얼개 또한 아버지라는 어려운 존재, 세대간의 피할수 없는 갈등, 빈부차에 따른 괴리와 열등감 같은 양념들이 맛깔나게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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