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뷰 내용을 보고 혹해서 사게 된 책이다. 솔직히 리뷰어로서 책에 대해 좀 더 할 말이 많자면 나는 기혼자가 되었어야 했나 보다.

톨스토이는 두 번 읽지 않을 책은 읽지 말라고 했다지만, 꼭 필요한 목적으로서의 독서가 아닌 가외로서의 독서라 해도 이 책의 선택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나절을 투자해 그의 뇌를 들여다본다면 배우자로부터 적어도 ‘당신과의 결혼을 후회해’ 따위의 망발을 듣지 않아도 되리라. 그것만으로도 아내 눈치 보며 중얼대는 그와의 만남이 조금은 기대가 되지 않는가.

21세기에서의 사회란 실로 재미가 없다. 실업대란으로 일컬어지는 일자리 부재로 인한 유휴노동자들과 자본주의의 미덕인 소비지향으로 치닫는 물신주의, 하릴없이 금전과 쾌락을 좆는 법을 교육이 모른 체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아침형 인간들은 오늘도 바쁘다 바쁘다 하며 자기 계발을 몰두 당한다. 

진정 상향평준화된 삶을 우리는 살고 있을까. 아니라면 과연 왜 그런 건가. 과거와 달리 지식이 기반되는 사회에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반드시 행복한 것만도 아니며, 진정한 재미가 일상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것을 말하며 인간이 적어도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의 쾌락과 배금주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어느 곳을 찔러도 무감한 현대인의 감성에 자극점이 되도록 성적인 코드를 삽입하고 자폭적인 유머를 곁들여 말하고 있다. 유머라는 게 주체의 망가짐을 전제로 청차의 공감 형성이라 할 때 그의 글쓰기는 다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가 가르쳐준 몇 가지 방법을 써두고 마음속에서 억압이 나타날 때마다 한 번씩 들여다보아도 좋을 것 같다.

비록 삶이 머리가 벗겨지고 큰 가슴과 망사 스타킹에 환호하는 지극히 통속적인 남자라 친다면, 한숨만 쉴 게 아니고 그의 부인으로 표상된 일상적이고 뻔한 사고들과 결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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