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크눌프 - 크눌프 삶의 세 가지 이야기, 191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착한책 프로젝트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더스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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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고전 명작 한권에 겨우 2980원?
나도 모르는 사이 착한책 프로젝트 고전 시리즈를 요즘 한 권씩 모으고 있다. 고전을 특히 많이 읽던 중고등학교 시절 이후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처음이다 이삼십 여년만!!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수레바퀴 아래서 등을 중학교때 읽었었는데 별로 재미있었다는 기억은 없다. 성장소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가 뭔가 너무 촌스럽게 빤히 보여서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우화같으면서도 작위적이게만 느껴지던 도식적 구도가 맘에 들지 않아 어린 맘에 헤르만헤세는 내타입 아냐 하고 그 뒤로 다른 작품들은 손도 대지 않음.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빨간 약을 먹고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 파멸에 이르는 서사가 내겐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아 맘에 들지 않았고.

크눌프도 비슷하다. 우화의 주인공 같은 인물의 생애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다, 뭐 이런 느낌. 근데 어른이 되어 읽은 헤르만 헤세의 느낌은 좀 다르네. 크눌프, 미워할 수가 없다. 그 순수함과 디오니소스적 면모가 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스템으로부터의 자유란 어디까지 허용되고 그 댓가로 잃는 것은 또 무엇인지, 뻔한 스토리인데 작가의 인간에 대한 시선이 뭔가 사랑스럽고 뭉클하다. 변한 것은 헤세의 작품이 아니라 나일 진저. 중학교 때 읽었던 위의 다른 작품들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한번 펼쳐봐야겠다. 데미안은 그 옛날과 달리 또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하다.

결론: 크눌프 퇴근길에 착한 가격으로 집어와 자기 전까지 너무 재미있게 잘 끝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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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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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 빨리 소비하지 않고 여운을 오래 느끼고 싶어서 1년에 걸쳐 천천히 읽어 오늘에야 완독. 별 다섯개 만점에 열개.
시의성과 문제의식에서 200퍼센트의 점수를 주고 싶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여성은 남성의 뮤즈이자 성애의 대상 혹은 모성의 자비를 베푸는 존재 아니면 마녀와 같은 배격해야할 종속적 존재로서 타자화되어 소비되는 것이 현대문학에서도 여전하다. 심지어 여성작가들의 작품들에서조차 노골적이지 않으나 은밀히 내재한 타자화된 이미지에 갇혀있기 일쑤이니. 가장 큰 소수집단이지만 의외로 실존적 주체로서 서술되지 않는 여성들의 부조리한 삶에 대한 고발문학으로서의 날카로운 하이퍼리얼리즘, 조남주 작가의 여전한 강점이다. 또한 여성간의 착취라는 문제의식을 제시하면서도 이로부터 벗어나 연대와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능성, 이 모든 날선 문제의식을 시종일관 지치지 않고 제기한다. 여성 청소년부터 죽음을 앞둔 여성 노년층에 이르기까지의 삶에서 타자화에 저항하여 현실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순간들을 두루 조망하는 작가의 펜이 멈추지 않기를,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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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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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한강이다. 우주과학, 물리학, 생물학, 의학적 전문 분야에 대한 지적 탐구를 기반으로 사고 실험을 극단적으로 추진하여 폭발력있게 주제를 밀고 나가는 한편 세련되게 여성주의적 글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다소 투박했던 <채식주의자> 연작소설보다 훨씬 우아하면서 여전히 격렬하고 숨가쁘며 희망적이다. 지금까지 출간된 한강 작가의 장편 소설 8편 중 6편을 읽었고 그중 <희랍어 시간>이 최애 소설이었는데 이제 <바람이 분다, 가라>로 바뀔 것 같다. 오감을 풍부하게 자극하며 미적 감각의 극치를 보여주는 시적 산문의 힘과 광기어려 (정신나간)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까지 여전하여 반갑다.

*여기서부터 약스포*
다른 평론 및 리뷰들을 흁어보니 우주과학, 미술, 미스터리, 사랑 이야기로만 읽히는데, 여성주의적 관점에 대한 분석을 아직 못본 것같아 아쉽다. <채식주의자>에서처럼 여성주의 코드가 전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성적 뮤즈로서의 삶, 길들여짊의 삶, 착취의 삶 등 제2의 성으로 소비됨에 따라 주체자로서의 지위에서 소외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이라는 거대한 자연과학적 메타포가 명백히 깔려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이과 전공이라 그 코드를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우주론적인 관점에서 확률적으로 기적에 가깝게 영원에서 덧없이 생성되었다 스러져가는 인간 존재의 유한성이 상당 부분 묘사되지만, 이 실존의 덧없음이 소재 특유의 함정상 빠지기 쉬운 허무론으로 자칫 빠져들지 않는다. 우주와 무한, 그에 비하면 0에 가까운 인간 존재의 무상이 대비를 다루면서도 존재론적 염세론에 치우치지 않고 작가가 힘있게 주제를 이어가는 것은 창조의 본질을 지닌 여성 주인공들을 주축으로 전투적인 서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리라. 이동선, 서인주, 이정희를 축으로 이어지는 여성 주인공들의 삶은 다양한 층위와 궤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차별당해온다. 사고 현장에서 어린 남동생만 구출하는 부모때문에 가까스로 스스로 살아남거나(이동선), 성적으로 착취당하거나(여성 주인공들 모두 어느 정도), 남성의 뮤즈로 소비되거나(이동선, 서인주), 물리적인 폭력의 대상이 되며 (서인주, 이정희), 대변하고 반박하여 주장하는 목소리를 입막음당한다(이정희). 남성이면서 연대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이동주(삼촌), 정민서(서인주의 아들)는 열성 인자인 혈우병으로 짐작되는 유전병을 물려받아 폭력으로부터 취약하며 보호받아야 하는, Y염색체의 폭력 성향이 상쇄된 존재들로 은유된다. 비겁하고 거대한 폭력의 세계에서 약자들이 스러져 가는 가운데, 희망 하나가 끝내 생존하여 목소리를 내려 꿈틀 움직이는 순간이 그래서 뭉클하다. 작가의 미술에 대한 깊은 소양과 이를 기반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힘도 커다란 한 축이며, 지적이고 미적인 문장들의 향연을 황홀하게 읽어내려가는 즐거움은 더할 나위 없어 책장을 덮기 아쉬운 독서.

© 2025 Isha Green.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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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5 소설 보다
김지연.이서아.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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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랑객들은 바닷가 마을의 이곳저곳에서 일을 하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들에게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사랑 가득한 따뜻한 둥지가 있거나, 이 세상의 원동력이나 다름없는 앳된 꿈이 있거나, 그 어느 순간에도 작별을 예고하지 않는 쓸쓸한 심장이 있는 것 같았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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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rounded by Idiots: The Four Types of Human Behavior and How to Effectively Communicate with Each in Business (and in Life) (Paperback)
Thomas Erikson / St. Martin's Essentials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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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eems that we are living in the same world concurrently, experiencing similar events alongside those around us. However, we often feel despair as we notice how differently these events are perceived and interpreted based on each individual‘s preconceived frame of thoughts and biases. Understanding others is one of the most challenging tasks we face, but as social beings, we must strive to do this continuously in order to connect with one another.

Thomas Erikson invites readers to explore the mechanism behind different thought and behavior processes outlined in various personality profiles. He advises against labeling others as “idiots”, as this stems from a lack of understanding. To facilitate a more intuitive and quicker comprehension of various human behavior, he categorizes them into simplified 4 types, arranged on a quadrant defined by 2 axises: one representing introverted versus extroverted traits and the other distinguishing between task-oriented and relation-oriented traits. The combinations of these axes results in four personality types: the dominant Red, the social Yellow, the friendly Green, and the analytical Blue.

The author examines the pros and cons of each personality profile and provides insights on how we can adapt ourselves to interact better with others. In extreme cases, he suggests avoiding certain personality types to prevent inefficient dynamics in business settings.
The book is filled with practical advice, vivid anecdotes, and entertaining insights, making it an engaging read, which makes it so fun.

The book appears to be a huge bestseller, having sold over two million copies worldwide, yet, strangely, it has not been translated into Korean. After finishing the book, I understood the reason for this. Koreans tend to prefer more specific types of personality analyses, such as MBTI, so this book may not meet their preferences.

One issue I found uncomfortable in this book is that the author could have used the pronouns ‘they/their/them’ instead of ‘he/his/him’ to prevent minorities from feeling marginalized. We should always be more diligent and sensitive when writing generalized descriptions.

전세계적으로 2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라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인기가 없다. 번역도 되지 않았다. 인간 성격 유형을 내향적/외향적, 업무적/관계적 두 축을
근거로 4분면으로 나눠 네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 비지니스 세팅에서 서로 어떻게 보완해서 인간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분석한 재미있는 책이다.하긴, 우리나라에서는 MBTI라는 16가지 성격유형 훨씬 재미있는 툴이 인기있어 번역해도 팔리지 않을 책이겠다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As we all know, when you‘re young you are full of great ideas. So I asked the only question I could think of: "Who hired all these idiots?"
I knew, of course, that he had hired most of them. What was worse was that Sture understood exactly what I had implied. What I implicitly asked was: Who is actually the idiot here?
Sture threw me out. Later on, I was told that what he really wanted to do was fetch a shotgun and shoot me.
This incident got me thinking. Here was a man who would soon retire. He was obviously a proficient entrepreneur, highly respected for his sound knowledge of his particular line of business. But he couldn‘t handle people. He didn‘t understand the most critical, complicated resource in an organization-the employees. And anyone he couldn‘t understand was simply an idiot.
Since I was from outside the company, I could easily see how wrong his thinking was. Sture didn‘t grasp that he always compared people to himself. His definition of idiocy was simply anyone who didn‘t think or act like him. He used expressions that I also used to use about certain types of people: "arrogant windbags," "red-tape jackasses," "rudebastards," and "tedious blockheads." Although I never called people idiots, at least not so they could hear me, I had obvious problems with certain types of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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