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사 - 수정증보판
존 킹 페어뱅크.멀 골드만 지음, 김형종.신성곤 옮김 / 까치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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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읽은 것은 수정증보판 이전의 판이라는 것을 밝힌다)

전 세계 1/4이라는 엄청난 비율의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우리 나라와 예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친숙한 국가, 과거 역사에서 우리 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강대국이었던 나라, 이제는 지구상의 몇 안되는 공산국가, 지금은 우리 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떨어지지만 무한한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 나라, 등이 내가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이다.

그러면  오랜 역사적 시간동안 세계 수준으로 비교해 보아도 초강대국이었던 중국의 어제는 어떠했으며, 왜 그 자리를 잃고 현재의 상태에 머무르게 되었는지, 어떤 특성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며 현재는 어떤 과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이 책은 중국사에 접근하고 있다.

광대한 영토ㅡ하지만 주변 세계와 고립된ㅡ를 지니고 많은 인구를 부양해야 하며, 범람하는 황하나 양자강 등의 물을 다스려야 하는 것을 과제로 했었던 이 나라의 지도자들, 그러한 제반 상황과 조건들로 인해 강력해질 수 밖에 없었던 황제의 권력, 그를 보필하고 간언하는 층인 유교 지식인들인 신사층, 몇 천년 동안 중국의 기반 사상이었던 유교 문화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저자는 중국의 기층 의식을 통찰하고 그것을 역사적 특성에 적용한다. 놀라운 것은 (중국사에 문외한인 내가 봤을 때는) 이러한 특성을 중국의 가까운 과거와 오늘인, 모택동과 중국공산당의 시대에도 적용하여 분석한다는 것이었다.

과거 왕조시대의 역사는 역사적인 시간의 길이에 비해 비교적 간략하게 특성 중심으로 다루어졌고, 청말 근대화의 시기부터 신해혁명, 중화민국, 중화인민공화국 시기를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는데, 중화민국 시기를 다룰 때는 왜 국민당이 실패하고 공산당이 정권을 잡게 되었나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그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느껴졌다고 하면 오버이려나;).

읽는 내내 느낀 것은 저자 페어뱅크는 역시 학자이구나, 라는 생각이었다(당연하지!-ㅁ-;). 학자의 태도로 주제에 꼼꼼하고 일관성있게 접근하여 이 책에는 전체적 통일성이 완벽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중국의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겸허하면서도 애정어린 충고를 내리는 부분이 매우 맘에 들었다.

[중국이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역사적인 대세라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자유선거, 대의제 정부, 법률에 의해서 보장되는 인권을 갖춘 서양적인 형태의 민주주의로 중국을 이끌 것이라는 결론으로 비약시켜서는 안 된다.

...(중략)...

또한 우리 같은 국외자들이 인권의 절박한 필요성에 대해서 중국에 충고를 할 수도 있지만, 우리 자신이 안고 있는 대중매체의 폭력이라든가 마약문제나 총기남용과 같은 문제들을 적절하게 통제하여 모범을 보일 수 있을 때까지는 중국이 좀 더 우리를 닮아야 한다고 강요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는 중국 사회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가정들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문제를 깊이 음미해보아야 할 것이다. p.543]

중국사의 명저라고 일컬어지는 이 책에 대해 딴지 몇 가지만 걸고 끝내도록 하자.

첫번째. 초기 왕조시대를 다룰 때 나오는 지도에서 계속 거슬렸던 부분인데 한반도까지 중국의 영역에 포함시켜서 나타내어져 있는 것.

두번째. 중국의 기층 의식인 유교에 대해서 분석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동양 철학을 서양인의 분석적인 관점으로 보면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쓴 웃음이 나왔다. 유학에 대한 깊은 이해라기보다 서양적 과학적 관점으로 유학 및 불교 등에 접근하여 분석한 내용들은 상당히 낯설고 조금은 충격적이면서 이질감이 들었다고 할까.

세번째. 계속 거슬렸던, 영어 번역체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문장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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