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멸종, 제목의 임팩트보다는 덜한 아쉬운 분석


총평: 기술 제반의 발달으로 인해 아날로그적 경험으로부터의 소외현상이 어느 정도로 심화되고 있는지 부지런히 살피고 취재하긴 하였으나, 주제를 관통하는 통찰력 있는 성찰은 부족하고 화두만 던지는, 복고주의적 관점으로 읽힐 위험성마저 보이는 기대 이하의 저서.

별점: 2.5/5

장점: 기술의 발달이 우리를 경험으로부터 소외시키고 기술 의존화된 생활 양식에 익숙해지며 1차적으로 자극에 반응하는 객체에 불과하게끔 만든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다. 저자는 이 기술 제반의 발달이 삶의 마이크로한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자동화의 시대에서 어떻게 우리를 아날로그적 경험으로부터 유리시키는지 세세한 영역까지 짚고 넘어가 성찰할 기회와 화두를 끝없이 던진다.

단점: 인간과 AI의 결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레이 커즈와일의 저서 “마침내 특이점이 다가온다The Singularity Is Nearer”가 핫했던 한해였으며 본작의 주제가 “경험”의 “멸종” 인만큼,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논쟁적 주장을 어떻게 반박하고 있을지 더더욱 두근대는 마음으로 이 저서를 구입해서 읽었다. 저자는 그저 이는 “기술긍정주의의 특성”이며 “철학자들이 수천년간 믿지 말라고 경고해온 오만한 허구”라는 말로 반추의 가치도 없다는 어조로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간다. 그들의 주장이 어떤 측면에서 위험한지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한 단락이나마 적어도 있을 줄 알았다. 철학적으로도 사회학적으로도 빈약한 논거가 매우 아쉬운데, 문제는 본작 전체적으로 아울러 내내 이와 비슷한 선언적인 진술로 이루어져있으며 분석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소재를 관통하는 일관적인 분석 및 통찰력 부족이 아쉽다. 복고주의적 위험이 많은 곳곳에서 풍긴다. 예를 들면, “…는 더이상 …하지 않다. …기술은 …를 부추긴다”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자주 사용된다. 즉, “왜 더이상 …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왜 기술이 …를 부추기면 안되는가?” 그에 대한 통찰이 부족하다. 기술로 인해 인간이 아날로그적 경험으로부터 실제로는 소외되는 현상들을 잘 취재해서 열거한 후, 이것이 왜 문제인지 심층적인 분석은 건너뛰니 피상적 분석으로만 가득한 진부한 복고주의적 관점으로 일관하기에 뭔가 철학서로도 사회과학서로도 부족하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그저 꼰대스러운 못마땅함으로 읽힌다. 감히 결론내자면 이 매력적인 주제를 다룰 작가의 역량 부족으로 읽힌다. 이 저서의 논점들을 과연 깊이 이해하고 번역한 것인지 의문스러운 번역까지,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아쉬운 저작이었다.

완독날짜: 10월 29일,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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