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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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작가 #여수의사랑 #어둠의사육제 #붉은닻


글쓴날 1월 30일, 2025년


한강 작가의 초기 단편집 <여수의 사랑> 완독. 사실 제일 마지막 단편이자 작가의 등단작인 “붉은 닻”만 남겨놓고 작년에 거의 다 읽었긴 하지만. 


분명 문학적으로는 수작임에 틀림없으며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부터 좋아했던 작가의 못 읽어본 작품이라 기대했음에도 개인적 평점은 박하게 주고 싶다. 생의 원초적 고단함과 시대적 우울, 존재론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근원적 우울 앞 나약하고 무력한 인간 실존과 같은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시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불행 포르노처럼 가차없이 난도질하는 과정은 정당한가, 아무리 그들이 허구적 인물이라도. 


대개 빈민층이거나, 사회 구조적으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가장 약자이자 세파에 내동댕이쳐진 등장인물들의 삶에, 감히, 발도 들여보지 못했을 엘리트인 20대 초반의 젊고 명석한 작가가, 소외 계층의 삶을 어루만진다기엔 잔인하게 난도질 시켜놓는 과정이, 과연 윤리적인가, 라는 의문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함이다. 이 근원적 폭력에 개인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꾸역꾸역 살아감을 감내하는 가운데, 누구도 가해자는 없다. 작가는 시스템마저 비판하지 않는다. “어둠의 사육제”에서 불청객 조카에게 서울 도심 아파트 한채를 지닌 부유층이지만 선심쓰듯 베란다를 거주 공간으로 내어놓는 이모조차도 나름의 변론의 여지가 있고 선량하게 그려진다. 반복하지만 이는 실존적 고단함이자 폭력적 실존이기에. 


다만 이는 물론 숙명론과는 다르다. 초기 작품집인 <여수의 사랑> 과 달리 인식론적 폭력과 그 구조화가 더욱 빛을 발하며 직조되어 능란하게 쓰인 <채식주의자> 연작은 분명 좋아하는 작품이었지만, 당시 읽으면서 뭔가 극한까지 망가져가는 영혜의 이야기를 보면서 들던 알듯 모를듯한 불쾌감의 근원을 더욱 잘 확인할 수 있던 작품집이었다. 빛나는 주제의식 속 가차없이 '사고 실험'에 난도질당하는 허구적 개인들의 불행 포르노 전시이다. 작품 말미에 이르러서는 비슷한 구조의 반복에 피로감마저 느낄 정도. 사실 나도 한때 비슷한 나이에 소설 지망생으로서 비슷한 만행(?)을 허구적 인물들에게 저질렀던 과거에서 비롯한 자기 혐오가 투영된 리뷰일지도 모르겠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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