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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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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다 출판의 걸어본다여섯 번째 이야기는 소설가 배수아가 함께했다.


 리고 나는 그녀와 함께 걷기 전에 지도에서 몽골을 찾아보려다 방황하는 손가락을 발견했다. 어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훨씬 더 귀에 인이 박이도록 들어온 알타이어족의 땅이었는데, 세계지도에서 몽골을 찾으려는 눈길이 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국 대부분의 기억 회로의 멈춤 현상에서 그래왔듯이 인터넷 검색창에서 몽골을 찾아냈다. 지도를 조금 더 확대해 수도인 울란바르트와 알타이의 위치도 확인했다. 고비사막과 알타이산맥도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다음에야...나는...책 겉 표지를 떼어내어 펼치면 알타이 지도가 된다는 사실을...알게 되었다. 뒤늦게...^^;; -

 

여행한다. 방문한다. 둘러본다. 돌아다닌다. 탐사한다. 달린다. 뛴다. 살펴본다.

 

 라는 유사어를 끄적이다가 저들과 걸어본다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걷는다. 걸었다. 걷고 싶다. 걷는 중이다. 걸어 본 적이 있다.

 

 와 견주어 보아도 느낌이 아주 같지 않다. 알타이어족의 공통 특질이자 우리말의 특징이기도 한 어미와 접사의 발달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구나 새삼 깨닫는다.

 

 꾸만 경제적 제약에 부딪치지 말고 시간적 제약이 덜할 때 짐을 챙겨 떠나라고 말하는 책들과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할 의지도 없이 무작정 타국에서 해답이 나오기를 바라며 떠나는 여행은 삼가라는 책들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 씩 헤맨다. 싼 항공권이 나왔다는 이야기에도 흔들리고 계획에 없던 휴가가 생겼을 때에는 훨씬 더 흔들린다. 이 흔들림 어디에도 왜 떠나야 하는가는 없다


 행은 해방구다, 탈출구다, 적어도 도피는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공간의 이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회의가 들 때쯤이었다. 여행지에서도 사유라는 셈치고 고민과 잡감들이 계속 이어졌고 결론이 나지 않는 일들에 여행이 지쳐만 갔다. 반드시 눈과 마음에 담아두어야 한다는 여행의 강박이 더욱 해방을 가로막고 있었다.

 

 수아가 생전 처음 알타이로 떠난 데에도 왜 떠나야 하는가보다는 갈잔 치낙이라는 알타이 원주민 부족 족장의 소설에서 받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강한 영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많은 예술가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그녀 역시 강한 끌림을 느끼고 주변의 제약을 모두 떨치고 떠난다. 내가 보기에는 무작정에 가깝게. 그리고 그녀는 뭇 '무작정 여행자'와는 다르게 그 곳에서 세상의 민낯을 만난다.

 

 타이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나 기대가 없었기에 배수아가 들려주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소설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갈잔 치낙의 소설을 보고 떠난 그녀에게도 알타이는 처음에 이런 곳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크 똥으로 불을 피우고 야크 젖으로 끓인 차를 마시며 양과 관련된 것들이 유르테를 메우고 있는 풍경보다도, 문지방이나 난로에 대한 알타이 유목민들의 생각, 생각이 믿음이 되어 전해진 풍습들이 훨씬 더 소설 같았다. 아마 직접 보기 전까지는 내게 알타이란 이렇게 초원에 부는 바람에 실려오는 흙, 돌내음처럼 그렇게 거칠게 자리할 것이다.

 

이 글에 앞으로 반복해서 등장하게 될 여행이란 단어는 

(중략) 아마도 단지 지극히 개인적이고 정적인 꿈, 고통의 또다른 이름으로서의 꿈

혹은 정체불명의 그리움, 슬픔과 체념으로 가득찬 발자국

혹은 그러한 감정의 순간에 우리를 사로잡는 

은밀하고도 슬픈 몽환과 동의어에 불과할 것이다.” -p.12


 녀가 본 알타이는 슬프다. 그리고 아프다. 낭만은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바람이 가슴에 구멍을 내는 것 같은 곳이다.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 몰라도 나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이 그러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민낯이 그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대로 인간의 체온이 그리운 곳이라고 했다. 슬프고 아프고 낭만 따위 없는 넓고 빈 땅에서 서로의 온도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 좋은 향기와 음식과 차를 나누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 세상의 민낯에 굳이 화장을 해야 한다면 이렇게 그리는 것이라고 알타이가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붙임1] 책 곳곳에는 독자가 읽으며 표시할 법한 음영(형광펜)처리가 되어 있다. 작가의 주문이었을지, 편집자의 선택일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독자가 더 적극적으로 읽어낼 여지가 줄어드는 점이 있지만 한편으로 집중과 느슨해지기사이에 완급을 조절하며 편안하고 빠르게 읽기에는 좋은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붙임2] 표지부터 본문까지 사용된 사진들이 컬러가 아닌 이유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봤다. 책의 정가를 낮추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작가나 편집자의 다른 의도가 있었을까. 흑과 백의 대비가 심해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것이 많기도 했지만 몽골의 은 어떤지 더욱 궁금해 지기도 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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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12-10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확실치는 않지믄 알타이어족과는 다르게 독립적으로 발달한 걸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들었던 것 같지만.. 그런 어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와락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