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여행
이욱재 지음 / 달그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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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부터 참 예쁩니다.
겉표지,속표지, 뒷표지까지 모두 말입니다.

<찬란한 여행>이라는 제목처럼 곰돌이 모양의 병이 반짝 반짝 거리는 것이 어떤 여행일까 기대하게 만듭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그림책은 환경 그림책입니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예전에 환경 지식 그림책이라면 무조건 가르치려고만 해서 사실 재미없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반짝 반짝 거립니다. 물에 빠진 병도, 주위의 물고기도, 플라스틱 섬도 반짝반짝 요정의 꽃가루 뿌린 것 마냥 알록달록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책 속 문장은 공포스럽습니다.

🧨 우린 사라지지않아.
🧨 어딘가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거야.

네. 맞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에, 우리가 입는 옷에, 마시는 물속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지도 모르죠.

책 속에 역설적으로 그려진 찬란한 모습은 우리에게 큰 숙제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줄일래? 아니면 너네도 똑같이 더욱 반짝일거야."

이 책은 진짜 환경그림책입니다!
지루하고 가르치기만 하는 환경그림책이 싫었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우린 사라지지않아. 어딘가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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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김휘훈 지음 / 필무렵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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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림책방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를 보고 책을 열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아침이 생각났거든요.

출근을 할 때 뉴스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업무를 시작하면서 우리 주된 수다거리였구요.

잠시후에 다 구조되었다고 해서 아~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온 광경은 정말 전국민 트라우마가 되었죠.

배는 뒤집히면서 가라앉고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왜 저 유리를 망치로 깨지 않냐고..

그럼 몇명은 살릴텐데 라면서 화냈었어요.

물론 구조 대원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겠지만요.


그 뒤로 울며 화내며 모니터로 보이는 시간들을 지켜봤고,

다시 그 뒤로는 덮어두고 꺼내기를 두려워했었던것 같아요.


영화 <생일>이나 세월호를 다룬 다큐영화 같은 것도 예고편만 봐도 너무 아파서

본편은 볼 엄두도 못냈어요.


이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표지의 선체 유리창 뒤의 얼굴들을 보면서 책을 넘겨볼 엄두를 못냈어요.


그리고 서평단일때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냈어요.


그리고 책을 열고나서 왜 진작 사지 않았나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읽어주었어요.

부부가 울상을 하고는 반성하며 한참 조용히 있었습니다.

표지만 보고 세월호의 직접적인 묘사가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내용은 불편한 기억을 바다 깊이 깊이 넣어두고 잊어버린 우리들을

다시 깨워주는 이야기였네요.


"아무도 안와"


그 한마디가,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가 이끌고 올라와야한다는 사실에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에요.

눈을 마주보는 거북이의 표정이 마치 불편한 기억을 다 덮어두고 모른척 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나를 혼내고 비난하는 기분이었어요.


이제는 주위에 이 그림책은 꼭 읽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거북이처럼요.. 그 지인들도 불편해서 덮었다고 했거든요.


아무리 불편해도 잊지말고 마주해야 진실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서 재미있게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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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 2022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 2023 천보추이 국제아동문학상 최우수 그림책상 수상 그림책향 34
서선정 지음 / 향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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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다를 마주선 그 짧은 시간, 머릿속에서 끊이기않는 상상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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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네 웅진 우리그림책 97
나오미양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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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속에 겨울동네는?

어릴때 워낙 눈이 잘 오지않던 동네에서 살아서 눈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고..

(심지어 고등학교때 큰 눈이 내린 날, 전교생이 학교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죠..)


어릴 적 제 기억 속 겨울동네는 차가운 바람 맞으면서 바라보던 밤하늘.

겨울 밤하늘이 여름 밤하늘보다 더 별이 잘보이는거 아세요?


이유인즉, 겨울 공기가 건조해서 하늘이 더 투명해보이고, 햇빛의 영향도 덜 받아서 더 어둡기때문에 별들이 더 잘보인다고해요.


그래서 겨울이 되면 특히 새벽 3~4시즈음, 별보러 몰래 나갔다오기도 했었어요. 안전한 범위내에서요.


그런데 이곳으로 이사오니 처음 이사오고 몇년간은 눈이 많이 오더라구요.

눈에 한이 맺힌 저에겐 로망이 하나 있었는데요.

정말 눈이 많이 오는날,

이글루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사 온 다음 해. 눈이 무지 왔을 때, 아이들과 같은 모양의 도시락 통 3개를 가지고 집 앞 수변 공원으로 나가서 오전 내내 눈 벽돌을 만들고 이글루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결론은..

이글루 만들기는 어렵더라구요. 옷이 젖어서 더 이상 놀기 힘들 때까지 벽돌을 찍어 만들었지만 두 아이 가슴팍 정도까지 올라오는 울타리를 치는 정도에서 끝냈어요.


그래도 우리에게 지붕은 없지만 이미 있었고, 완벽한 이글루였죠.


그 뒤로도 한동안은 눈이 많이 오면 나갈려고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그만큼 눈이 오지 않더라구요.


겨울동네 그림책을 읽고 그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눈 벽돌을 찍어내던 시간, 눈으로 둘러싸인 수변 공원의 풍경들, 두꺼운 눈 위로 찍히는 내 발자국, 눈 쌓인 나무를 흔들어내며 만들어내는 눈보라.


그런데 살면서 그런 일이 어디 한 두번이었을까요?

적지 않은 세월 살아오면서 보니 결과는 실패였지만 과정의 순간순간이 즐거웠던 기억이 종종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순간의 시간들이 저를 키워왔구요.


그림책 속 아이에게도 겨울 동네는 그렇지 않을까요.


저 도시는 북유럽 어디일까? 캐나다일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작가는 뉴욕주 '이타카'라는 도시에서 영감을 얻고 첫그림책을 만들었다고하네요. (이 책이 작가의 첫그림책이랍니다~)


뻔하지 않은 결말이라 좋았고,

그림책 속의 겨울 풍경이 눈으로 가득하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워 더 좋았습니다.

한번 읽고, 두 세번 더 읽고 사람들과 얘기 나누니 더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 이 그림책은 서평단으로 책만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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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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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초에 이 책을 받았다.

표지의 먹구름 낀 하늘과 아파트 앞으로 보이는 벼랑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 말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낭떠러지 위는 오히려 넓고 편안해보이고, 달리는 초록색 말은 자유롭다.

그런 넓은 초원을 뛰고 있는 걸까? 벼랑인지도 모르고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걸까?

5개의 소설에는 각기 다른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를 우선 잊고 시스템에 적용하라는 학교에서 '이상한 애'로 살고 있는 '나'로 서고 싶은 난조,

학교 속에서 남들처럼 열여덟살의 삶을 살고는 있지만 그 속에서 열등감을 가진 이진.

겉모습이 보여주는 것들이 온전히 자기모습이고 자기 것이라고 믿고 잘못된 선택을 한 난주.

'온전한 나'가 내 것이지만 다른 것은 없는 희수와 다른 것들은 있지만 '나'는 희미한 현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나'를 우선 잊기로 했던 민재.

첫번째 이야기 <바다위의 집>을 읽다가 큰딸이 먼저 읽기 시작했다.

한참 말랑말랑한 사춘기 감성의 큰딸은 <생 레미에서, 희수>편에 꽂혔나보다. 딸의 블로그는 희수와 현우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아직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딘이지 모르고 걷는 느낌도, 그러다가 벼랑끝에 다다른 느낌을 받지는 못했나보다.

다행일까?

사춘기 아이들의 엄마가 된 나는 난조의 엄마에게 이입이 되었다.

우리 애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결정하길 바라고, 또 그런 결정을 따라주겠다고 다짐하지만 나도 '남들처럼'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애들이 남들처럼 생각하고 결정해주고 있으니 그 속에서 '이상한 엄마'로 남아있을 수 있는 거겠지. 울타리안에서 헤메고, 내가 누구일까 여기가 어디일까 고민하길 바라는 것도 모순이겠지.

그래도 확실한 것 한가지는, 딸들이 내가 가진 1번이 '자신'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바다위의 집>

엄마가 내게 허용했던 개성과 자유도 결국 '남들처럼'이란 울타리 안에서였다. (p32)

엄마가 그랬잖아. 오늘은 산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행복한 건 우리의 이무라고. 엄마, 난 대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순간을 내 걸로 만들며 살고 싶어. (p33)

좀 기다려주면 안돼? 우리들이 바다 위의 집을 떠돌다 자신의 항구를 찾아 닻을 내릴때까지 좀 봐주고 기다려주면 안되냐고! (p40)

<초록빛 말>

알렉산더에게 처음 느꼈던 실망은 단지 볼품없게 생겨서만은 아니었다. 날마다 산기슭에서 분화구까지 오르내리는 알렉산더의 삶은 내 삶과 비슷했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나는 그 길을 의심하거나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분화구로 오르는 길처럼 닳도록 그 길을 걸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p89)

난 내가 갈기를 휘날리며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말이란 사실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어. 난 늘 꿈을 꾸지. 언젠가는 이 비탈길을 마구 달려 내려가, 산자락이 발을 담그고 있는 저 넓은 호수위를 들판처럼 달리겠다고. (p90)

<벼랑>

한번도 자신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자신을 증명해주는 건 임대 아파트나 브랜드 교복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자신은 온전히 자기 것이었다. (p120)

<생 레미에서, 희수>

현우의 열여덟 살은 대학을 위해 저당 잡혀 있었다. 현우뿐 아니라 현우가 아는 아이들은 거의 다 그랬다. 열여덟 살은 스무 살로 가는 길목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p141)

앉음새도 각각인 채 지하철 바닥에 놓인 발들마다 각기 다른 하루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난 여기서 아무것도 안하며 지내. 내가 여기 왔어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를 순간순간마다 깨닫는 일만으로도 너무 벅차거든. (p163)

<늑대거북의 사랑>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나한테 좋은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 때도 있어. 그게 꼭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야. (p199)

엄마가 내게 허용했던 개성과 자유도 결국 ‘남들처럼‘이란 울타리 안에서였다. - P32

알렉산더에게 처음 느꼈던 실망은 단지 볼품없게 생겨서만은 아니었다. 날마다 산기슭에서 분화구까지 오르내리는 알렉산더의 삶은 내 삶과 비슷했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나는 그 길을 의심하거나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분화구로 오르는 길처럼 닳도록 그 길을 걸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 P89

한번도 자신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자신을 증명해주는 건 임대 아파트나 브랜드 교복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자신은 온전히 자기 것이었다. - P120

현우의 열여덟 살은 대학을 위해 저당 잡혀 있었다. 현우뿐 아니라 현우가 아는 아이들은 거의 다 그랬다. 열여덟 살은 스무 살로 가는 길목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 P141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나한테 좋은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 때도 있어. 그게 꼭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야.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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