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네 웅진 우리그림책 97
나오미양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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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속에 겨울동네는?

어릴때 워낙 눈이 잘 오지않던 동네에서 살아서 눈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고..

(심지어 고등학교때 큰 눈이 내린 날, 전교생이 학교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죠..)


어릴 적 제 기억 속 겨울동네는 차가운 바람 맞으면서 바라보던 밤하늘.

겨울 밤하늘이 여름 밤하늘보다 더 별이 잘보이는거 아세요?


이유인즉, 겨울 공기가 건조해서 하늘이 더 투명해보이고, 햇빛의 영향도 덜 받아서 더 어둡기때문에 별들이 더 잘보인다고해요.


그래서 겨울이 되면 특히 새벽 3~4시즈음, 별보러 몰래 나갔다오기도 했었어요. 안전한 범위내에서요.


그런데 이곳으로 이사오니 처음 이사오고 몇년간은 눈이 많이 오더라구요.

눈에 한이 맺힌 저에겐 로망이 하나 있었는데요.

정말 눈이 많이 오는날,

이글루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사 온 다음 해. 눈이 무지 왔을 때, 아이들과 같은 모양의 도시락 통 3개를 가지고 집 앞 수변 공원으로 나가서 오전 내내 눈 벽돌을 만들고 이글루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결론은..

이글루 만들기는 어렵더라구요. 옷이 젖어서 더 이상 놀기 힘들 때까지 벽돌을 찍어 만들었지만 두 아이 가슴팍 정도까지 올라오는 울타리를 치는 정도에서 끝냈어요.


그래도 우리에게 지붕은 없지만 이미 있었고, 완벽한 이글루였죠.


그 뒤로도 한동안은 눈이 많이 오면 나갈려고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그만큼 눈이 오지 않더라구요.


겨울동네 그림책을 읽고 그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눈 벽돌을 찍어내던 시간, 눈으로 둘러싸인 수변 공원의 풍경들, 두꺼운 눈 위로 찍히는 내 발자국, 눈 쌓인 나무를 흔들어내며 만들어내는 눈보라.


그런데 살면서 그런 일이 어디 한 두번이었을까요?

적지 않은 세월 살아오면서 보니 결과는 실패였지만 과정의 순간순간이 즐거웠던 기억이 종종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순간의 시간들이 저를 키워왔구요.


그림책 속 아이에게도 겨울 동네는 그렇지 않을까요.


저 도시는 북유럽 어디일까? 캐나다일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작가는 뉴욕주 '이타카'라는 도시에서 영감을 얻고 첫그림책을 만들었다고하네요. (이 책이 작가의 첫그림책이랍니다~)


뻔하지 않은 결말이라 좋았고,

그림책 속의 겨울 풍경이 눈으로 가득하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워 더 좋았습니다.

한번 읽고, 두 세번 더 읽고 사람들과 얘기 나누니 더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 이 그림책은 서평단으로 책만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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