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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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리. 고2.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고, 학교에서는 죽고 못하는 친한 친구도 있다. 엄마와의 과거는 나에게 힘이되어주는 추억이 아니라, 끊어내고 털어버리고 싶은 끊지못하는 끈이었다. 수능을 쳐서 대학만 가면 이 집에서도 독립하고 지긋지긋한 과거와는 이별할 참이었는데, 갑자가 내가 챙겨야할 동생 연우가 생겨버렸다. 


유리는 기본적으로 단단한 아이이다. 내가 어릴때 보던 청춘을 주제로 한 책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우울하고 내적으로 쌓아두고 끊어버리지 못하는 고통과 문제들 속으로 침몰되어버렸었는데, 요즘 읽어보는 청소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은 경우 단단하다. 유리도 그랬던 것 같다. 입양한 엄마는 나를 버렸고 외할아버지와는 정이 없다. 학교에서나 웃고 떠들지만 집에 오면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다. 먹고 살기위한 기본적인 살림과 대학가기 위한 공부. 


규칙적으로 반보되던 일상에 들어온 연우는 엄마에게 학대를 받다가 엄마를 죽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 연우에게 유리는 자꾸 눈이 가고 점점 연우를 챙기게된다. 연우의 등장은 무미건조하던 할아버지와의 관계에도 변화를 준다. 각자의 다른 공간에서 서로 일절 간섭하지 않고 살아가던 유리와 할아버지는 결국 할아버지의 병때문에 크게 말다툼을 하게 되고, 두사람을 가로 막고 있던 벽을 하나 부수고 마주 볼수 있게 되었다. 


입양아라는 사실을 유리는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다. 밝히고 나서 구구절절 설명해야하는 이유들이 더욱 스트레스였다. 



책은 유리의 세심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서 지루함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감정의 과잉도 없고 이미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덤덤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그러다 보니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던 연우의 실상을 맞닥뜨렸을때, 사실은 보고 싶었던 친부모님에 대한 진실을 알았을때, 남처럼 살아도 어쩌면 유리가 버텨오는데 가림막이고 기둥이었을지도 모르는 할아버지의 병을 알았을 때 묘사되는 화와 슬픔이 더 절절하게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세연이가 유리의 마음을 알아준것처럼, 유리가 연우와 할아버지의 마음을 보듬어주었던 것처럼, 세연이 엄마가 연우와 유리의 마음을 봐준것 처럼 누군가 내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는 상처를 알아봐주고,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은 훨씬 가벼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게 아닐까. 


* 문학동네출판사에서 책만 제공받아서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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