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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어디든 - 현대문학 창작선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이승우의 새로운 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떨리는 경험이다.
내내 만지작거리고 쉽게 첫장을 열지 못하고 있다가 읽기 시작했다.
한장한장 읽어나가는 일이 책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아까워질 정도의 시간이었다.
역시, 이승우다.
제목 의미심장하다.
한없이 우스워지거나 어리숙해지는 개인을 만드는 것은 사회인가, 혹은 사람들인가...
이승우는 '서리'라는 미지의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나 규범들이 무의미해지는 공간,
외지인에게는 더없이 잔인하고 어이없지만 그 현실을 별 수 없이 받아들이고 점점 빠져든다.
도망할 수가 없다.
무엇도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허우적거릴 수밖에
무기력하게 질질 끌려다니는 수밖에
힘을 가진 자의 법이 곧 세상의 법이 된다.
그러한 순간에 인간은 이 세상을 포기하고 저 세상을 희구한다.
이는 종교적인 열정인가 혹은, 본질에의 귀환인가.
지구에 예전에는 공룡이 살았다면서,
지구가 추워지고 더워지고를 반복하면서
흥망을 거듭하는
부조리가 인간의 본능이란다.
어디든 그러한 흥망을 거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곳이 어디든
거기에 누구든
언제 또 이승우의 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늘 기다리고 있다.
아직 살아있어서 얼마나 다행인 소설가인지...
그가 이겨내고 싶은 멘토는 카프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훌륭하다.
다소 답답한 상황속에서...해소되지 않은 결말
어쩌면 그것이 그가 선택한 해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