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은 멋있었다 1
귀여니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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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순정'만화'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멋있는 남자와 사랑 받기만 하는 여자. 한예원과 지은성의 사랑에 장애물은 없다. 문제되는 건 김한성과 김효빈 남매일 뿐이다. 이런 단순한 사랑이 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가? 그 이유는 가볍다는 것이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마음 가는 데로 몸 간다. 솔직하고 파격적이다. 글은 솔직하다. 기존 소설들처럼 변명 하지 않는다. '스카이', '황신혜밴드', '빠떼리' 사람들이 말하는 이름 그대로 쓴다.

소설은 격을 깬다. 이모티콘이 많다. 인터넷 소설에서 글자는 그 자체로 이미지다. 글자는 순전한 의사전달의 도구일 뿐이다. 소설기법이든 만화기법이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할말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인터넷 소설의 장점이 뭘까? 공짜라는 것이다. 공짜로 읽었는데 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서점에서 조차) 책이 또 팔리는가? 사람들은 읽기 위해서 책을 사는 게 아니다. 소장욕 혹은 과시욕일까. 책을 사게 만들려는 사람은 그 원인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이 펌프질 하기 전에 붓는 물의 역할을 하는 것인지 어떤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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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과 비 1부 1
이병주 지음 / 들녘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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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사를 대체하였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역사를 대체하는 소설은 이야기의 발단부터 대체되어야 한다. 이문열의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가 그렇고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가 그렇다. 그러나 이병주의 <바람과 구름과 비>는 대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역사소설로 읽힌다. 글의 대강은 역사를 그대로 따라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역사기록에 치중한다. 출발은 소설로 산뜻하였으나 그 도착점은 애매하다. 최천중과 수 십년간 규합된 그의 동지들의 삶은 무엇을 보이기 위함인가. 당시 서민들? 배고픔이 없다. 당시의 재야정치세력? 정부의 핍박이 보이지 않는다. 저자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열 권을 두고 보면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물론 저자가 방대한 체계를 세웠지만 완성할 수 없었다는 변명을 인정하면 10권 이후부터가 화려한 상상력이 전개될 것이다.

원정대(동지)를 규합하고 드디어 반지의 전쟁을 시작하려는 영화 반지의 제왕 1부는 2부, 3부가 버티고 있으니까 1부의 지루함이 인정되지만 이 소설은 동지규합이 10할이 되어 버렸다. 고로 미완성의 작품이다. 단순히 당시의 참상을 기록할 목적이었다면 역사의 변두리에서 방관하는 사람의 인생 또는 당시 역사를 상징화 시킬 수 있는 가족사를 선택하였을 것이다. 저자의 호기는 필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문에 연재를 해 갈수록 그 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전개되는 방대한 지식과 한시는 저자가 역량있는 작가였다는 반증이다. 시도하고 실패한 혁명같이 쓰다가 그만둔 소설도 그만큼의 의의는 만들어 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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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3
제인 오스틴 지음, 오화섭 옮김 / 범우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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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짓는 (mating) 게 인생의 전부인 여자와 남자들에 대한이야기다. 독서도 산책도 모두 그것을 위한 일이다. 세상 사는데 그만한 동기부여도 없을 것이다.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둘째 딸 콤플렉스'를 읽었다. 자의식과 독립심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당참이 그 내용이다. 소설의 등장인물에게 고상한 감정이란 없다. 다들 오만하고 편견의 지배를 받는다. 중요한 것은 영원히 그런 감정의 덫에 걸려 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 중 '위컴'의 역할이 중요하다. 번지르한 외양과 말솜씨. 그런 첫 인상이 엘리자베스의 편견을 자극하여 진실의 적이 된다. 남자를 보는 정확한 잣대는 돈이 아니라 배려심이라는 것과 누구의 어미든 딸이 부자 남자를 만나기를 바란다는 것 그리고 사랑 때문에 도망치는 일은 시기와 장소를 불문하고 비일비재하다는 것 등도 그 내용의 일부이다. 사랑과 결혼의 역학관계에 대한 일반론이라고 할 것이다.아주 쉬운 책이니 고전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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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라카미 류 지음 / 예문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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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이다. 유쾌하고 아주 매끄럽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등을 보고 섹스와 기괴한 상상력만을 파는 작가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69년은 세계적으로 아주 역동적인 해였다. 전반적으로 무언가가 분출되는 해였다. 지방 소도시의 그 한 해를 이야기한다. 많은 이야기가 나올 거라 상상하지 마라. 17세의 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랭보도 고다르도 아니다. 단지 예쁜 여자일 뿐이다. 결국 여자 꼬시는 이야기다. 결과는 아릿한 실패이다. 그런 실패가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남자의 꿈이란, 성공이란 결국 여자이다. 그 나이쯤에는 다 그렇다. 즐거움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남는 것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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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지평선 1
윤대녕 지음 / 해냄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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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탤런트가 있다. 그는 과거와 아내와 불화하여 방황한다. 친구와 여자들을 만나고 과거와 아내와 화해한다. 간단하다. 과거의 동지와 과거의 부인과 그런 과거들과 뒤숭숭하게 화해하는 이야기이다. 스토리가 통속하다 하여 기괴한 환상과 상징들로 포장했다. 그래서 소설미학으로 격상된다. 그러나 소설은 그런 포장이 과잉하다. 이면을 파악하기 힘든 상징들이 어지러이 춤을 춘다. 애매하고 복잡한 화해의 경로들이 문학적 장치로서 이해될 수 있으리라 낙관하긴 힘들다. 그래서 대중성이 약해진다. 좀 더 쉽고 명료하게 풀어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여러 상징들과 환상들에 속지 않고 이야기를 파악하려면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한다. 물론 그런 의도가 없어도 책장이 쉽게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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