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식사 NFF (New Face of Fiction)
메이어 샬레브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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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접해보는 이스라엘 작가의 책이었다.

일상적인 '식사'라는 단어에서 가벼운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책은 두께도 만만치 않았고,  한 소년이 그의 어머니인 한 여자와 세 남자의 인생과 사랑을 회상하고 성장하는 광범위하고 깊이있는 내용이었다.

나아가 그 소년이 성장한 온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고, 그 작은 마을의 사람들의 삶에서 터득된 지혜와 격언이고,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이스라엘의 풍속과 전설과...동화의 연작이기도 하다.

옮긴이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1940년, 이스라엘 시골마을에 자이데, 즉 '할아버지'란 뜻의 이름을 가진 소년이 태어났는데, 소년에겐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사랑하며 아버지를 자처하는 세 남자가 있었다. 이 책은 자이데가 그 세아버지의 애정과 보살핌속에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며 세상과 인생을 알아가는 이야기이다.'(p542)

 

이야기의 큰 구조가 되고있는 네번의 식사는 모두 자이데의 세아버지 중 한 명인 야콥샤인벨트의 초대에 의한 것이다. 자이데가 그의 어머니 유디트를 평생 사랑했던 야콥샤인벨트와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그의 응답받지 못한 사랑 이야기와, 그와 관련된 자이데의 추억과 회상이 이야기의 줄거리이다.

첫번째 식사는 12살,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년 되었을 때, 두번째는 22살때 군에서 제대했을 때, 세번째는 그로부터 12년후 34살때,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는 1981년 야콥샤인벨트가 죽은 몇주 후...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전설에서 부터 자이데가 태어나기도 전, 유디트가 이 마을에 나타나기도 전의 이야기와 현재의 자이데의 생활과 식사를 할 당시의 상황이 오고 가며 전개된다.

자이데의 성장에 따라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의 느낌이 달라지고,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지만 모두 아버지라고 여기는, 어머니 유디트를 사랑했던 세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작가는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이데 자신의 성장과 인생이 그들의 인생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세계대전조차도 유디트에 대한 사랑의 필연적 조건으로 여겼던 말년의 야콥샤인벨트처럼, 모든 이야기들과 상황은 한사람을 주인공으로 세우기 위한 목적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는... 운명..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모든 이야기의 목적은 현실에 순서를 부여하기 위해서 라고 말한다. 연대기적인 순서 뿐 아니라, 중요성 정도의 순서도 포함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모든 이야기가 오직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세상에 온다고 말하기도 한다.

언젠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에덴동산에 살았던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왜 우리가 뱀을 싫어하는지 설명해 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엄청난 이야기를 , 세상의 창조며 지식의 나무, 인간, 신과 같은 그렇게 중대한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뱀을 싫어한다는 그렇게 진부하고 사소한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건가?'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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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속으로 걷다
브라이언 토머스 스윔 외 지음, 조상호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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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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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하는 노래를 생각해 본다. 과학이 많은 것을 규명해 내고야마는 요즘도 이 노래가 불리는 것을 보면 아주 먼 옛날부터 인간은 직관적으로 별과 자신을 동일시 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과학적으로도 인간은 별에 그 물질적 근원이 있다고 한다. 별이야말로 인간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옮긴이가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우주의 탄생 이후부터 현재까지 흘러온 시간의 역사를 쉽게 설명한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거대한 우주에서 시작하여 지구의 생명체와 인간에 이르기까지 공간의 흐름을 쉽게 설명한 책이기도 하다. 이 두가지의 관점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우주의 공간과 시간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한편, 이 책은 우주의 탄생부터 생명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진화의 과정을 인문학적 가치로 들여다 본 책이기도 하다. (p165)

 

우주에 대한 학문적인 논의는 16세기부터 시작 되었다고 한다. 피타고라스, 뉴턴, 데카르트, 캐플러, 아인슈타인, 호킹에 이르기 까지.. 과학적 지식의 발전과 더불어 이해된 우주에 대한 지식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관측가능한 최초의 우주는 137억년전, 無에서, 또는 한 점에서 시작되었다. 어떤 이는 빅뱅이라고 부르는 폭발을 통하여 은하와 별과 빛과 시간과 공간, 에너지, 암흑물질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그 후 어마어마한 시간을 지나며, 또 어마어마한 공간을 지나며 초신성에서 은하로, 별에서 지구로, 생명에서 인간으로, 현재의 우리로 변화, 진화되어 왔다.

 

실로 어마어마한 이 과정을 진화우주학 교수와 신학교수인 저자들은 비교적 쉽고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미결의 의문점과, 비유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짚어주고 있다.

태초로 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팽창과 수축의 아슬아슬한 균형, 결정적이었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악과도 같은 최초의 파동, 그 순간일 수 밖에 없는 적절한 타이밍, 의식이 없는 물질에도 소용돌이치는 자기조직화능력, 그것들이 모두 생명, 인간의 탄생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만 같은 신비 역시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최근에야 들어 알게 된 쿼크, 렙톤이라는 이름들을 비롯하여 어려운 용어들이 마구 튀어나오는 쉽지 않은 책이었다.

간략하게 설명하려 애썼으나 내용도 책 한 권이 될 정도로 광범위하고 일반인들이 다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들인 것 같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읽어 본다면, 현대 과학이 이해하고 있는 시공간의 창조와 진화의 과정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책을 거의 읽었을 즈음 불현듯 떠오르는, 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한 의문과 상상의 순간이었다.

'우주로 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라는 말은 과연 공간을 말하는가? 시간을 말하는가?같은 의문이 그랬다.

태초의 점에서 떠난 빛은 우주 속에서 지금도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은 과연.. 정말... 현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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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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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집이 아니고 기행문의 형식을 띤 수필집이라고 먼저 말해주어야겠다.

간략하게 소개된 저자들을 보니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학전공자들이다. 여는글에 따르면 이들은 시와 독자의 행복하고 친밀한 만남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저자들은 좋아하는 시인의 연고지를 찾아 하루나 이틀 여행을 하며 그 시인의 생애와 시를 돌아보고 음미해 보았다. 그리고 각자가 한 시인씩을 맡아 기행문으로 엮은 것이 이 책이다.

이전에 전라도 충청도를 탐방한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 경상도를 탐방한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를 이미 출간한 바 있다고 한다. 이번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서울 경기도 강원도를 탐방한 기록이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예술작품이 작가의 생애와 삶의 현장을 보고 나면 너무 쉽고 친근해지는 경험을 한적이 있다.

지나친 비유와 비약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실제 현장에서 보면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고백하게 되는 일도 얼마나 많았던가...

스스로 말한다는 예술은 아무에게나 말하지 않는 것 같았고, 나도 작가를 알고 나면 그 말없는 말을 조금은 알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케팅에도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을 쓴다는데, 시를 어려운 말로 해설하는 것을 벗어난 저자들의 의도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유행이었는지,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었는지, 시를 읽고 시집을 사 본 것이 꽤 오래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 시가 전보다 가깝게 다가온다고 느끼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어 참 기뻤다.

오상순, 임화, 이상, 김수영, 변영로, 홍사용, 조병화, 기형도, 김동명, 이태극, 박인환, 이성선, 이들을 다 기억해 낸 것은 아니지만  이름만 읊어 보아도, 백만년전에 들어 본 듯.. 잡힐 듯 말 듯한 추억들이 그립고, 먼지 묻은 책갈피를 들추듯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었다. 어떤 이는 국어책에서 이름만 들어 보았고, 어떤 이는 이데올로기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숨겨져 있었던 이름이었다. 또 어떤 이는 유행가의 가사로 친근한 이름이었고, 또 어떤 이는 과거의 어느시절 나의 성장과 함께한 이름이었다.

이 책과 함께 이 고향같은 시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또 그 시인들이 나고 자란 곳, 간략하나마 그들의 생애를 알게 되어 그들의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곳의 변화상과 그 시인을 무척이나 좋아했을 저자의 심정과 감회도 엿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문학을 전공한 이들답게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주인공 시인들 못지 않은 필력과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시간의 흐름을 따른 기행문이었지만 주인공 시인의 시인지, 저자의 시인지 혼돈스러울 정도로, 이 역시 한편의 시같은 글들이었다.

 

나의 감상문 역시 이들을 따라 어투가 달라진다. 현기증...  

저자들이 예측한 '맑고 높고 환하고 가벼운 인식과 정서의 현기증을 느끼리라 믿는다'(p5)는 말이 성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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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부자의 싹 - 금육 교육 부자 교육
이성준 지음 / 잇북(Itbook)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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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경제가 더욱 강화되고 개인의 무한경쟁이 보편화된 요즘 부자가 되기 위한 비법.. 류의 책들의 줄줄이 출판되고 인기를 얻은지도 퍽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런 책들을 별로 읽지 않는 편이었다.

근검절약과, 분수에 맞게.. 이런 진부한 표어만을 생각하며 지금껏 살면서, 다행히도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그 책들에 후렴구처럼 박혀있는 부자가 되는 것이 곧 성공이고 곧 행복이라는 어설픈 등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제 흐름에 대하여, 금융 상품에 대하여, 지인을 통해서, 또는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들은 것이 전부이지만 나의 자녀들에게 내가 해왔던 것 정도의... 나름의 경제교육을 시켜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의 경제 관념과 교육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면서 열네살, 열두살, 여덟살 자녀를 주었다는 재정 컨설턴트에게서 나의 것과는 다르고 신선한, 실제적인 묘안을 찾고 싶었다.

 

이 책은 요즘의 아이들을 치열한 공부의 경쟁으로 몰고가는 이유가 성공하는것, 결국은 부자가 되는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의 부모는 저마다 고민거리만 다를뿐 결국은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장을 얻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공통된 목적이 아닐가 싶다. 그렇지 않은가? 다시말해서 이것이 부모라면 갖게 되는 모든 고민의 궁극점에 있다는 것이다. 자녀를 성공하게 하는것, 부자가 되게 하는것 말이다.'(p6)

 

그러나 공부만 많이 한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금융교육의 과정을 통하여 아이들은 성공하여 부자가 될 뿐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도 깊어지고, 부모에 대한 사랑도 깊어질 것이라고 한다.

금융교육 내용으로 용돈을 주는 방법, 나아가 용돈 협상 방법, 효율적인 소비 방법,  용돈 관리, 금융상품과 투자 개념 교육, 신용과 대출 문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용돈주는 벙법도 각 아이들의 성향을 고려하고 나이를 고려하는 등 내용들이 세심하고 구체적이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금융상품과 투자, 신용과 대출문제에 대하여도 그 교육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특히 곧 성인이 될 자녀들에게는 이와 관련된 교육이 사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경제의 흐름이나 개념에 대하여 설명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의 그간의 경제관념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금융과 경제에 대한 나의 무지가  어쩌면 지금보다 더 험난한 경제환경에서 살게 될 우리 아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렸을 수도 있겠다는 반성은 하게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이런 실제적인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참고하면 실제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끝부분에 아이들의 꿈과 부모의 꿈, 행복, 좋은 부모와 자녀관계를 금융교육과 연결하면서 어설프게 전인교육을 넘보거나, 자기계발서 같은 흉내를 낸 부분이 역시 아쉬웠다. 조금 사족같았다.

 

어떤 목사님이 '잘산다' 와 '부자다'에 대하여.. 말을 가려서 쓰자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가끔 우리는 '돈이 많아 부자로사는 사람'을 보고 '잘산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말을 가리지 못하고 썼을 뿐,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궁극적 꿈은,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가르쳐 주고 싶어하는 것은 '잘산다'는 것이다. 

혹은, 그렇게 '잘산다'와 '부자다'를 혼용하는 것은 잘사는 것과 부자인 것이 같은 말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모두의 바램이 녹아든 때문일 것이다.

자녀에 대하여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는 부모라면,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아프게 갈등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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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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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용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이 읽는 동시 '콩,너는 죽었다'를 통해서 였다.

그 후로 가끔 그의 시를 읽게 되었고, 그의 시들은 동심과 자연과 인간사의 정들이 듬뿍 담긴 것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진으로 접하는 그의 시골스러운 모양새와 소탈한 웃음도 그의 글들과 꼭 맞아 떨어져 '정직'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작가였다.

이 책은 이 시인이 어머니를 추억하는 사모곡이고,  고향과 자연을 음미하는 자서전적 산문집이며, 담백하고 아름다운 사진집이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김용택의 어머니를 만나고, 또는 인터뷰하고 쓴 책인줄 알았다.)

 

시인 김용택의 어머니, 양글이 여사는 시집을 오자마자 남편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평생 남편을 좋아하며 지냈다고 고백한다. 남편이 몸이 아플 때 8년동안 다슬기국을 매일 끓이시면서...

연애도 안해보고, 고생만 하신 것 같은 그 시대의 어머니도 남편을 좋아하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매일 매일은, 모든 계절이, 쉼 없는 노동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노역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순리를 따른 분이었다. 더불어 그 속에서 자연의 섭리와 인생사의 지혜를 몸소 터득하신 그 시대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어머니와의 대화는 늘 일상과 사람 사는 이야기였고, 그저 한 번의 손짓, 툭 던져진 말 한마디조차, 그 속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애틋함이 녹아 있었다. 

요즘처럼 '사랑한다'는 등 속마음을 가차없이 표현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참으로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도록 깊은 어머니의 그 사랑을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 속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야아, 꾀꼬리 울음소리를 듣고 참깨 싹이 나온단다"하시며 텃밭 참깨 싹이 났는지 모르겠단다. 어머님의 무심한 이 말에 시인은 놀랐다. 선생님께서 나를 보며 "용택이 니가 시인이 아니고, 너그 어머니가 시인이구만"하신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꾀고리 울음소리를 들어야 참깨가 땅을 뚫고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어머님의 말씀은 한 줄의 시다. 나도 꾀꾀리 울음소리로 내 막힌 그 어딘가 뚫리고 파란 깻잎 싹 같은 새 시가 세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p93)

 

이런 어머니와 고향산천과 집과 밭, 마을을 바탕으로 김용택 시인은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인의 가정도 지혜로운 아내와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있는 행복한 모습으로 그려져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했다.

또, 나는 훗날 어떤 어머니로 기억될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아주 유식하시다. 모든 걸 이해하시기 때문에 민해하고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신다. 젊은이들이 집에 놀러와도 금세 친해지신다. 놀라운 통찰력과 세상의 이치에 대한 이해를 갖고 게신다. 시대란 삶에 대한 진지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노인들이 뭘 모른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p241)

 

돌아 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나를 구해줄 빽이 있는것 처럼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게다가 효도하려 하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어머니가 고향에 살아 있다는 것은 자식에게는 또 하나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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