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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내가 김용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이 읽는 동시 '콩,너는 죽었다'를 통해서 였다.
그 후로 가끔 그의 시를 읽게 되었고, 그의 시들은 동심과 자연과 인간사의 정들이 듬뿍 담긴 것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진으로 접하는 그의 시골스러운 모양새와 소탈한 웃음도 그의 글들과 꼭 맞아 떨어져 '정직'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작가였다.
이 책은 이 시인이 어머니를 추억하는 사모곡이고, 고향과 자연을 음미하는 자서전적 산문집이며, 담백하고 아름다운 사진집이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김용택의 어머니를 만나고, 또는 인터뷰하고 쓴 책인줄 알았다.)
시인 김용택의 어머니, 양글이 여사는 시집을 오자마자 남편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평생 남편을 좋아하며 지냈다고 고백한다. 남편이 몸이 아플 때 8년동안 다슬기국을 매일 끓이시면서...
연애도 안해보고, 고생만 하신 것 같은 그 시대의 어머니도 남편을 좋아하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매일 매일은, 모든 계절이, 쉼 없는 노동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노역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순리를 따른 분이었다. 더불어 그 속에서 자연의 섭리와 인생사의 지혜를 몸소 터득하신 그 시대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어머니와의 대화는 늘 일상과 사람 사는 이야기였고, 그저 한 번의 손짓, 툭 던져진 말 한마디조차, 그 속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애틋함이 녹아 있었다.
요즘처럼 '사랑한다'는 등 속마음을 가차없이 표현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참으로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도록 깊은 어머니의 그 사랑을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 속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야아, 꾀꼬리 울음소리를 듣고 참깨 싹이 나온단다"하시며 텃밭 참깨 싹이 났는지 모르겠단다. 어머님의 무심한 이 말에 시인은 놀랐다. 선생님께서 나를 보며 "용택이 니가 시인이 아니고, 너그 어머니가 시인이구만"하신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꾀고리 울음소리를 들어야 참깨가 땅을 뚫고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어머님의 말씀은 한 줄의 시다. 나도 꾀꾀리 울음소리로 내 막힌 그 어딘가 뚫리고 파란 깻잎 싹 같은 새 시가 세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p93)
이런 어머니와 고향산천과 집과 밭, 마을을 바탕으로 김용택 시인은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인의 가정도 지혜로운 아내와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있는 행복한 모습으로 그려져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했다.
또, 나는 훗날 어떤 어머니로 기억될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아주 유식하시다. 모든 걸 이해하시기 때문에 민해하고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신다. 젊은이들이 집에 놀러와도 금세 친해지신다. 놀라운 통찰력과 세상의 이치에 대한 이해를 갖고 게신다. 시대란 삶에 대한 진지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노인들이 뭘 모른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p241)
돌아 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나를 구해줄 빽이 있는것 처럼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게다가 효도하려 하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어머니가 고향에 살아 있다는 것은 자식에게는 또 하나의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