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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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집이 아니고 기행문의 형식을 띤 수필집이라고 먼저 말해주어야겠다.

간략하게 소개된 저자들을 보니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학전공자들이다. 여는글에 따르면 이들은 시와 독자의 행복하고 친밀한 만남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저자들은 좋아하는 시인의 연고지를 찾아 하루나 이틀 여행을 하며 그 시인의 생애와 시를 돌아보고 음미해 보았다. 그리고 각자가 한 시인씩을 맡아 기행문으로 엮은 것이 이 책이다.

이전에 전라도 충청도를 탐방한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 경상도를 탐방한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를 이미 출간한 바 있다고 한다. 이번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서울 경기도 강원도를 탐방한 기록이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예술작품이 작가의 생애와 삶의 현장을 보고 나면 너무 쉽고 친근해지는 경험을 한적이 있다.

지나친 비유와 비약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실제 현장에서 보면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고백하게 되는 일도 얼마나 많았던가...

스스로 말한다는 예술은 아무에게나 말하지 않는 것 같았고, 나도 작가를 알고 나면 그 말없는 말을 조금은 알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케팅에도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을 쓴다는데, 시를 어려운 말로 해설하는 것을 벗어난 저자들의 의도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유행이었는지,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었는지, 시를 읽고 시집을 사 본 것이 꽤 오래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 시가 전보다 가깝게 다가온다고 느끼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어 참 기뻤다.

오상순, 임화, 이상, 김수영, 변영로, 홍사용, 조병화, 기형도, 김동명, 이태극, 박인환, 이성선, 이들을 다 기억해 낸 것은 아니지만  이름만 읊어 보아도, 백만년전에 들어 본 듯.. 잡힐 듯 말 듯한 추억들이 그립고, 먼지 묻은 책갈피를 들추듯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었다. 어떤 이는 국어책에서 이름만 들어 보았고, 어떤 이는 이데올로기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숨겨져 있었던 이름이었다. 또 어떤 이는 유행가의 가사로 친근한 이름이었고, 또 어떤 이는 과거의 어느시절 나의 성장과 함께한 이름이었다.

이 책과 함께 이 고향같은 시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또 그 시인들이 나고 자란 곳, 간략하나마 그들의 생애를 알게 되어 그들의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곳의 변화상과 그 시인을 무척이나 좋아했을 저자의 심정과 감회도 엿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문학을 전공한 이들답게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주인공 시인들 못지 않은 필력과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시간의 흐름을 따른 기행문이었지만 주인공 시인의 시인지, 저자의 시인지 혼돈스러울 정도로, 이 역시 한편의 시같은 글들이었다.

 

나의 감상문 역시 이들을 따라 어투가 달라진다. 현기증...  

저자들이 예측한 '맑고 높고 환하고 가벼운 인식과 정서의 현기증을 느끼리라 믿는다'(p5)는 말이 성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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