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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오르마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원제는 ‘THE DEATH OF EXPERTISE’, 책내용에서는 시종일관 '전문지식의 죽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수십년전 쓰여진 칼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 생각났던 것일까? 역자는 밝히고 있지 않으나.. 번역된 제목을 보고 칼포퍼가 우려했던 열린사회, 그것이 칼막스의 예언대로 자본주의의 몰락으로가 아니라 지식정보 기술의 발달을 통하여 현재 도래한 것은 아닐까 먼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정반대 방향으로 와버렸다...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틀린 말을 하고 있다고 대놓고 반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자신에게 필요한 약이 무엇이라고 의사에게 대놓고 이야기하거나, 아이가 쓴 시험답안이 옳다고 박박 우기고 있다. 우리 모두 누구나 똑같은 수준으로 똑똑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다. 이보다 더 위험하고 잘못 된 생각은 없다.’ (p12)
이런 상황, 우리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유별난 한 개인의 해프닝이라고 웃어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미국의 러시아분야 외교국방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이를 민주주의사회에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하고, 그 원인과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급격한 기술발전에 따른 인터넷의 폐해를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정보의 바다로서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지식이라는 면에서 말그대로 계급이 없는 평등사회가 구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거짓과 과장, 허위들... 진실을 가려버리는 너무나 방대한 그 양...
저자는 이뿐만 아니라 인간이 갖을 수 밖에 없는 확증편향, 속설과 미신, 음모론에 빠지는 심리적 한계, 나르시시즘을 유발하는 많은 심리학적 도구들, 교육을 하기보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사회의 모습그대로 학생을 고객처럼 다루며 운영되는 대학교육, 청취자의 취향에 맞춰 오락이 되어버린 언론의 신저널리즘이 전문지식의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가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과학과 논리적 연구자체가 갖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겠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지식을 전문분야가 아닌 곳 까지 확장하거나, 가능하지도 않은 예측하기와 개인 스스로 타락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일반인과 전문가가 관계를 회복하는 길은 결국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교육을 많이 받은 엘리트와 그들이 봉사해야 하는 사회 간의 생산적인 결합을 위해서 새로운 기본규칙을 다시 세워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p406) 그것은 여전히 소중한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이책은 위의 논지를 여러 많은 사건예시를 들며 설득력있게 쓰여진 책이다. 다만 예시한 어떤 사건들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다르거나, 전혀 알지 못하던 사건이라 조금 집중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논문을 조작했던 황우석사태, 십여년전 연일 기사화되던 유명인들의 학력위조사건, 사대강 사업에 복무했던 교수들, 최근의 안아키 사건, 같은 것들이 설명하기 좋은 예가 되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일으켰던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당시와 도널드트럼프의 선거승리와 관련된 부분은 상세히 알지 못했던 저널리즘의 행태나, 권력에 휘둘리는 전문가의 모습, 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상황, 포퓰리즘적 연설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흥미로왔다.
마지막으로 전문적인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가 존중받고, 또 일반인들은 특히 공공정책의 결정과 같은 사안에 대하여 꾸준히 진지한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에 소개된 버틀런트 러셀의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1)전문가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한다면 정반대의 의견은 맞다고 볼 수 없다
2)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면 어떤 의견에 대해서도 비전문가는 맞다는 확신을 가져서는 안된다
3)그럴싸한 의견처럼 들릴지라도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이야기한다면 일반인으로서는 마땅히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p355)
<서평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이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