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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전쟁실록 - 전쟁이 바꾼 조선, 조선이 바꾼 세계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8년 5월
평점 :
몇년전 저자 박영규의 조선왕조실록을 감명깊게 읽었던 차에 새로나온 이 책을 읽게되어 기뻤다. 한편 새로운 책인 조선전쟁실록을 통해서도 여전히 조선왕조실록의 감명이 되살아 났다. 비록 외세에 의하여 멸망한 왕조이지만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인것 같다.
조선전쟁실록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즉위 왕의 순서에 따른 치세중심으로만 알고 있던 역사지식에서 겨우 임진왜란, 병자호란 만을 기억해 낸 것, 또 그것도 매우 단순하게 일본에, 청에 일방적으로 전국적으로 침탈당했던 것만 생각해낸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고려말에서 조선개국으로 이어지며, 나라의 기틀을 잡는 것과 동시에 전쟁을 수행해야한 했던, 가장 큰 적은 왜구였다고 말하며 시작한다.
'조선 백성들을 가장 오랫동안 괴롭힌 전쟁은 따로 있다. 바로 왜구와의 전쟁이다, 대개 왜구라고 하면 해적무리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왜구는 그렇게 간단한 존재가 아니었다. 고려말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왜구가 한반도를 침략한 횟수는 600회에 육박하며 그기간은 무려 70년에 이른다. (p6 서문)
왜구가 동북아 전체의 골치거리이면서 우리나라를 이렇게 수시로 왜구와의 전쟁을 치러냈는지 그동안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임진왜란에 이르기까지 조선은 대마도 정도를 정벌하고 주시하고 있었을 뿐 일본전체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왜구와 비슷하게 긴 시간동안 중국과 한반도 사이에서 세력이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조선의 북쪽을 괴롭히며 훗날 삼전도의굴욕을 가져온 여진도 이 책을 통하여 비로소 그 역사를 대략 이해하게 되었고, 그 가운데 조선은 균형을 잡기 위한 나름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남쪽에는 수군이 북쪽에는 육군이 중심이 되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으며 우리나라의 역사처럼 중국의 역사도 왕조 중심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것을 이 책의 여진을 통하여 민족이라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또한 학창시절 개항시기를 공부할 즈음에 갑오농민전쟁이나 동학, 을사늑약등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집중하느라 사소한 에피소드정도로 여겨왔던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도 침략전쟁으로 분류하여 우리역사의 중요한 순간으로 서술한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고려말부터 조선조에서 있었던 크고작은 전쟁을 실록처럼, 실록을 인용하며, 전쟁 상대국의 역사와 변화, 전쟁동기 등 그 대내외적 사정과 진행, 결말, 또 사용된 무기, 민심이나 백성들의 피해들을 꼼꼼히 다루고 있다.
일제시대의 관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중국의 변방같은 열등감을 걷어내지 못한 과거의 학창시절 역사책과 비교할 때, 기록된 사실에 입각하여 전쟁이라는 극렬한 상황을 소재로 이웃나라를 섭렵하며 광범위하고 담담히 서술된 점이 훌륭한 책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와 세계사를 통하여, 먼 옛날이라고 생각하는 그 시대에도 각 나라와 각 사람은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 왔으며, 그 가운데 이해관계가 생기고, 또 변화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가운데 지리적으로나 국력의 규모로 보나 상당히 어려운 위치에 있어온 것이 사실이다.
'전쟁을 앞두고 어떤 태도를 취해아 하는가는 당연히 상대에 따라 달라야 한다. 나보다 훨씬 강한 상대가 머리를 숙이고 상국으로 섬길 것을 요구한다면 머리를 숙이는 것이 옳을 것이고, 영토를 빼앗고 재물과 백성을 차지하려고 한다면 죽기살기로 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싸움에도 여러방식이 있다. 무조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기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그렇다고 도망만 다니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어떤 싸움을 할것인가도 역시 상대에 따라 달라야 한다. (p5 서문)
지금도 우리나라는 세계열강과 북한이라는 어려운 상대를 두고 머리를 쥐어짜야하는 지도 모른다. 결정권자들의 지혜와 용단, 전쟁중 날씨와 같은 우연이 우리편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