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衙前과 내시內侍 : 조선조 정치적 복종의 두 가지 형식』
박 종 성 朴 鍾 晟
프롤로그
I. 조선조 정치권력의 주변과 분화 : 보조권력의 자발적 복종
II. 조선조 지방행정권력의 왜곡과 분열 : ‘아전’의 굴신정치학
III. 조선조 중앙정치권력의 방임과 조종 : ‘내시’의 복종정치학
IV. 보조권력의 ‘굽힘’과 통치세력의 정치적 의존
: ‘큰 힘’을 지배하는 ‘작은 힘’
에필로그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이책은:
한국정치연구에서 ‘복종’의 문제는 주요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정치적 힘의 행사가 ‘상대적’임을 잘 알면서도
지배자와 권력 그 자체에 먼저 눈길이 갔던 까닭이다. 이 책은 이를 메우기 위한 작은 시도다. 특히 ‘아전’과
‘내시’의 역사 · 정치적 행태 지탱에 주목하려 한다. 일찍부터 ‘굽힘’에 눈 떴을 뿐 아니라 유난스런 ‘자발적 복
종’은 왕조사회에서 권력을 얻기 위한 드문 도구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곧 굽혀서 힘을 얻고 엎드리며 막강
해진 자들의 ‘복종정치’를 파고든다. 조선의 정치적 ‘복종’은 형식과 내용에서 함께 ‘분화’한다. 지방행정권력
이 아전들의 농락대상이었다면, 중앙정치권력 주변에는 내시들의 ‘보조권력’이 새로운 힘의 단위로 정착한다.
이들 모두 강자의 곁에 다가가 빌붙고 조아리며 복종과 굴신의 힘으로 막강해진 파생권력의 핵이다. 아전이
초인적 ‘눈치’와 기민한 ‘적응력’을 뽐낸다면, 내시는 성정치적 열등감을 딛고 아무나 만나지 못할 군왕과 가
까이 지낼 특권을 누린다. 낮아도 높았고 허전해도 풍요로울 수 있었던 자들이다. 이들의 정치행적을 『조선왕
조실록』에서 구할 수밖에 없는 탐구의 현실은 책의 한계다. 그들의 자전적 기록이 없는데다 기왕의 연구 층
위도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원화’한 집요함과 역대 집권세력들의 한결 같은 경계의식
사이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게다가 성정치적 콤플렉스를 이겨내야 했던 내시들과 달리 본디 봉급이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던 조선 아전들의 삶에서 부패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다. 조선 역사에서 아전과 내시
들이 돋보인 까닭은 권력의 자가발전에 있다. 집권세력이 그들을 축출하지 못한 궁극의 이유도 그 ‘힘’을 이
용하려 한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그들을 향한 집권세력의 불편함보다 상전들이 챙길 정치적 이익이 훨씬 컸
기 때문이다. 이들을 고용하여 정보를 독점하고 권력투쟁도구로 삼으며 물리적 노동마저 대행시킴으로써 지
방권력과 중앙권력은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었다. 신분 상승의 길이 막혀있는 조선 사회에서 ‘굽힘’은 곧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