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과 채근담에서 간추린

 

잠언 400선

 

범립본/홍자성 저

신동준 편

 

목차

편자서문

제1장 권학:勸學 - 학문을 연마하라 (22장)

제2장 수신:修身 - 심신을 수양하라 (154장)

제3장 제가:齊家 - 집안을 다스려라 (26장)

제4장 치평:治平 - 세상을 다독여라 (57장)

제5장 자연:自然 - 무위를 실행하라 (88장)

제6장 출세:出世 - 인연을 좇아가라 (53장)

 

편자:

신동준

학오學吾 신동준申東埈은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 연구가이자 역사문화 평론가다. 현재 21세기 정경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그는 격동하는 21세기 동북아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동양고전의 지혜를 담은 한국의 비전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는 《조선일보》 주말판 경제 섹션 〈위클리비즈〉의 인기 칼럼 ‘동양학 산책’을 연재 중이다. 저서 및 역서로는 『조조통치론』, 『삼국지통치학』, 『전국책』, 『국어』, 『후흑학』, 『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 『조의 병법경영』, 『장자』, 『한비자』, 『귀곡자』, 『상군서』 등이 있다.

 

 

편자서문

시중에 많은 처세서가 나와 있으나 {명심보감}과 {채근담}만한 게 없다. 두 책 모두 유가와 불가 및 도가의 사상을 하나로 녹인 유불도 삼교합일:三敎合一의 관점에 서 있다. 서로 경쟁관계를 이룬 이유다. 명나라 초기에 나온 {명심보감}은 청나라 초기에 이르러 {채근담}에 밀린 나머지 중국에서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것이 21세기에 들어와 중국인의 ‘명심보감 읽기 열풍’으로 폭발했다. 발단은 대하사극 ‘대장금’이 지난 2005년 홍콩의 tvb 전파를 탄 데 있다. 주인공 이영애가 {명심보감}을 탐독하며 이를 자주 언급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결정적인 배경이다. 조선에서 {채근담}보다 {명심보감}의 인기가 높았던 데에는 저자가 고려 말의 학자 추적:秋適으로 잘못 알려진 사실과 무관치 않았다.

그러나 {명심보감}의 원래 저자는 원나라 말기 향리에 은거하며 저술에 전념하다 생을 마친 범립본:范立本이다. 출간 당시 명나라 사대부들은 자아성찰을 주문한 {명심보감}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황제 역시 백성들을 교화하는데 {명심보감}만큼 좋은 책도 없다고 판단해 이의 편찬 및 반포에 힘을 기울였다. {채근담}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명심보감}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배경이다.

{명심보감}은 선행을 권장한 [계선:繼善], 하늘의 섭리를 역설한 [천리:天理], 천명에 순응할 것을 주문한 [순명:順命], 스스로 다잡을 것을 강조한 [정기:正己], 분수와 본분을 언급한 [안분:安分], 반성하며 마음을 보존하라는 내용의 [존심:存心], 본성을 풀이한 [계성:戒性], 학문 정진을 권한 [권학:勸學], 자식교육 문제를 다룬 [훈자:訓子], 성찰을 주문한 [성심:省心], 가르침의 기본을 말한 [입교:立敎], 정치 문제를 다룬 [치정:治政], 가정사를 언급한 [치가:治家], 의리의 중요성을 얘기한 [안의:安義], 예절 준수를 강조한 [준례:遵禮], 신의를 집중 거론한 [존신:存信], 신중한 언행을 역설한 [언어:言語], 친구교제를 다룬 [交友], 부녀의 행실을 언급한 [부행:婦行] 등 총 20편이다. 판본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초기에 출간된 원본은 총 435장으로 구성돼 있다.

{채근담} 역시 저자를 둘러싼 논란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명대 말기에 나온 홍자성:洪自誠의 저서와 별개로 청대 중기에 저자를 홍응명:洪應明으로 한 판본이 나온 게 배경이다. 편제가 많이 달라 서로 다른 인물로 간주하는 견해가 중론이었으나 최근 학자들의 고증에 의해 동일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본인 명대 판본은 전집:前集 225장, 후집:後集 134장 등 총 359장으로 돼 있다. 홍자성 역시 범립본과 마찬가지로 알려진 게 거의 있지 않다. 다만 그 또한 범립본처럼 향리에 은거하며 저술에 매진한 끝에 역저 {채근담}을 펴낸 것만은 확실하다.

두 책은 난세의 타개방안으로 삼교합일 정신에 입각한 처세술을 제시한 점에서 서로 공통된다. 필자가 본서를 펴낸 이유다. 두 책의 총 794장 가운데 400장만을 골라냈으니 절반만 추출한 셈이다. 편제는 크게 유가의 수제치평:修齊治平과 도가의 무위자연:無爲自然, 불가의 출세득오:出世得悟로 나눈 뒤 관련 내용이 많은 수제치평은 다시 권학, 수신, 제가, 치국평천하 등 4개로 세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제목 ‘잠언:箴言 400선’은 현대인에게 귀감이 될 만한 내용만 엄선했다는 취지로 붙인 것이다. 잠:箴은 원래 고대의 대나무 바늘을 뜻한다. 쇠바늘 침:針이 등장한 후 충고하거나 간하는 의미로 변했다. 실제로 ‘잠언 400선’은 21세기 스마트혁명 시대를 사는 오늘의 현대인에게 귀감이 될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명심보감}[교우]에서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다’고 언급한 것이나, {채근담} 후집 35장에서 ‘공덕의 3할을 남에게 양보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언급한 것 등이 그렇다.

겸하와 무위, 양보, 인의, 보시, 득오 등을 역설하는 유불도의 가르침을 하나로 녹인 {명심보감}과 {채근담}의 처세술이야말로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등장한 오늘의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이번에 완역본에 이어 두 책의 엑기스만을 골라 문고판을 펴내게 된 것은 두 책을 보다 쉽게 접하고자 하는 주변의 요구 때문이다. 독자들이 본서를 수시로 펼치며 마음의 양식으로 삼아 하는 일마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3년 여름 학오재:學吾齋에서 저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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