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의 정치학』은 프랑스에 망명 중이던 이탈리아 사상가 네그리가 1986년 파리의 학생운동을 목격하고, 자신의 사유와 운동(자율주의&자율주의 운동)이 옳았음을 선언한 책이다.

이 책에서 네그리는 첫째, 새로운 주체(사회적 노동자/다중)의 등장을 선언한다. 그는 대중과 전위를 더 이상 구별할 수 없음을 이탈리아에서의 사건(피아트 미라피오리 공장점거사건)과 파리의 학생운동을 통해 체험하였다. 이를 통해 네그리가 발견한 새로운 주체는 전위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힘과 역량을 창조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다.

둘째, 네그리는 신자유주의의 빈곤화 전략을 폭로한다. 네그리에 따르면, 빈곤은 지배계급에 의해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이다. 자본가들의 빈곤화 전략은 사회적 노동자들의 연대와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고, 부수적으로 빈곤은 가난한 자들을 협박하는 무기로 작동한다.

셋째, 네그리는 핵국가(nuclear state) 비판을 통해, 선진자본주의 국가와 지배계급의 비밀주의에 맞선다. 현대 사회가 가지는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국가폭력과 테러리즘을 조장한다. 이에 네그리는 국가폭력과 테러리즘을 넘어서 새로운 삶을 발명하려는 사회적 노동자(다중)의 존재론적 실천을 강조한다.

개정판 서문을 통해, 네그리는 『전복의 정치학』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역자 역시 최근 몇 년간의 국·내외 사건들을 통해, 『전복의 정치학』의 현재성을 목도하고 있다.

멕시코 치아파스 원주민들의 “야 바스타(Ya Basta : ‘이제 그만’이란 뜻의 스페인어)” 운동은 제3세계 다중들의 자율성과 능동성을 입증하였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서는 상징적인 운동이 되었다. 더 나아가 “야 바스타”는 2011년 이집트 민주화혁명에서 “키파야(Kifaya) : ‘충분하다’는 뜻의 아랍어)”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 빈곤화에 맞서는 대안 세계화 운동은 2011년 미국의 아큐파이 윌스트리트(Occupy Wallstreet) 운동으로 발전하였고, 다양한 버전으로 세계화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일본정부의 비밀주의는 일본 반핵(反核)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고, 1960년대 안보투쟁 이후 최대 인파(약 17만명)가 도쿄 집회(2012년 7월)에 참가하였다. 더 나아가 반핵운동은 한일(韓日) 반핵연대투쟁으로 이어졌고, 전세계적인 반핵운동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사회 역시 비밀주의와 불안에 대항한 다중들의 저항을 경험하고 있다. 2006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신자유주의적 안전(security)조차 보장 못하는 정부를 불신하고 불안해하는 다중들의 존재론적 실천이다. 그리고 2011년 ‘나는 꼼수다’ 열풍과 SNS 선거운동 규제논란 역시 한국정부의 비밀주의와 언론통제에 대항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들(팟케스트 방송, SNS)을 활용한 다중들의 존재론적 실천으로 볼 수 있다.

네그리의 새로운 주체는 결정론적으로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존재론적 활동으로 구성되는 존재다. 앞서 든 예와 같이, 새로운 주체는 자본의 빈곤화 전략과 비밀주의에 맞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하고 투쟁하고 있다. 『전복의 정치학』은 이러한 새로운 주체의 탄생을 알리는 21세기 선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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