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선출 I

온갖 나무가 뒤섞여 살아가는 숲에서 나무들끼리 왕을 뽑기로 했다.

왕을 뽑는 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얼마 지난 후 왕이 선출 되었다.

가장 튼튼하고 우람하며, 곧게 뻗은 나무가 아니라, 엉뚱한 나무가 왕으로 뽑혔다.

왕으로 가장 지목받던 나무위의 비둘기가 물었다.

"내가 보기에, 당신이 왕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는 데, 어떻게 된거요?"

그러자 나무는 대답했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남들이 안보는 뿌리로 결정하였다네.

세상의 권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결정되고,

그 결정이 세상을 지배한다네."

 

※ 권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결정된다.

그 것이 깜깜한 밤이든, 지하의 땅 속, 혹은 밀실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관심을 가지고 권력은 더욱 더 감추고 싶어 한다.

 

 

침묵 II

노린재나무에 뱁새가 둥지를 틀었다.

뱁새 부부는 알을 낳고 둥지에 알을 품기 시작했다.

뻐꾸기가 숨어서 지켜보다가 뱁새가 둥지를 잠깐 비운 사이,

뱁새의 알을 하나 둥지 밖으로 떨어트렸다.

그리곤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고는 자리를 떴다.

뱁새는 다시 돌아와 알의 숫자만 확인하고 아무 것도 모른 채 계속 알을 품었다.

드디어, 알 중 하나가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왔다.

알에서 깨나온 새끼는 옆에 있는 알들을 모두 밖으로 밀어내 둥지에 혼자만 남았다.

뱁새 부부는 이 외톨박이를 위해 열심히 벌레를 잡아다 키웠다.

새끼는 이제 뱁새 부부보다 훨씬 더 몸집이 컸다.

어느 날 뻐꾸기 한 쌍이 뱁새 부부 둥지에 날아와,

"뻐꾹. 뻐꾹" 하고 울자,

어린 새끼는 날개를 퍼덕여 뻐꾸기를 따라갔다.

먹이를 입에 물고 집에 돌아온 뱁새 부부는 새끼를 찾았지만,

새끼는 없고 빈 둥지만 남았다.

뱁새는 집 나간 새끼가 걱정되어 이리저리 울며 찾았지만,

새끼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노린재나무는 사실을 뱁새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나가던 바람이

"쉿."

하고 입을 다물라고 했다.

 

※ 사실을 말하지 않을 때가 모두를 위해 좋을 때가 있다.

모든 사람이 침묵할 때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또 다른 진실을 찾아야 한다.

진리는 우리를 부자로 만들지 않지만, 자유롭게는 만들 수는 있다.

 

 

무용지물

농부가 땔감을 구하려 산에 갔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가, 산에는 좋은 나무가 없었다.

농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아카시아 나무를 베었다.

조심조심 낫으로 베었지만.

손, 팔, 다리 할 것 없이 가시에 찔려 피가 났다.

"에이, 쓸모도 없는 주제에 가시는 왜 이리 많아?

가시가 있으면 나무질이나 좋던지 아니면 가시라도 없던지..."

농부의 불만을 듣고 아카시아 나무가 말했다.

"아무데서나 뿌리내려 남들이 천하게 여길수록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그 나마 내 존재를 알지.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은 살아 갈 수 없을 겁니다."

 

※ 아카시아나무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일 년에 2미터 이상 자란다.

다른 나무는 같은 조건이면 2/3도 자라지 않는다.

뿌리도 땅 속에서 쑥쑥 뻗어나간다.

가장 좋지 않는 환경에서 가장 잘 자라는 나무는 가시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업신여기기 때문에.

 

 

보리수와 임금님

임금님이 보리수아래서 혼자 높은 보리수를 쳐다보며 탄식했다.

“너희 잎이 너를 사랑하듯이,

나의 신하들이 나를 진실로 사랑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자 보리수는

“나는 잎을 푸르게 하기 위해,

줄기와 뿌리로부터 수액을 충분히 보내지요.

그렇게 해야 잎이 푸르게 됩니다.”

하고는 잎을 흔들었다.

 

※ 큰 힘을 가진 자가 작고 연약한 것을 보살펴 주어야지,

작은 것은 살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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