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저명: Mythology,Madness,and Laughter: Subjectivity in German Idealism

○ 원저자:  Slavoj Zizek and Markus Gabriel


『신화, 광기 그리고 웃음: 독일관념론의 주체성』(Mythology, Madness and Laughter: Subjectivity in German Idealism)은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던 독일관념론의 주제들을 논구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가브리엘(Markus Gabriel)과 지젝(Slavoi Zizek)은 저명한 현대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이다. 이들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독일관념론의 핵심 주제들이 존재와 현상 간의, 반성과 절대자 간의, 통찰과 이데올로기 간의, 우연성과 필연성 사이의, 주체성, 진리, 습관과 자유 간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관계들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다.

 

가브리엘과 지젝은 이 책에서 독일관념론 운동의 핵심적 세 철학자인 헤겔, 셸링 그리고 피히테를 고찰하면서 전통 형이상학에 다시 빠져들지 않고서도 어떻게 존재가 반성을 통하여 나타날 수 있는지를 논구한다. 저자들은 반성과 구체적 주체성에 대한, 헤겔의 광기와 일상성의 문제를 포함한 관념론 이론들을 이용함으로써 현대유럽철학의 중심 주제들인 유한성과 우연성의 철학을 소생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헤겔, 셸링, 피히테의 관념론을 근본으로부터 이해하기 위해서는 칸트의 비판철학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가브리엘과 지젝의 언급대로, “칸트의 비판철학과 그의 위대한 관념론 후계자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는 듯이 보이지만, 칸트 이후의 관념론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좌표는 이미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칸트로부터 칸트 이후의 관념론으로의 이행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여부는 헤겔, 셸링, 피히테의 관념론의 본질적 문제의식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와 필연적으로 결부된다. 절대자에 대한 부정적 접근으로부터 부정성으로서의 절대자 자체로의 이행을 제안함으로써 저자들은 헤겔이 칸트의 철학을 극단으로 이끌었을 뿐이라는 관점을 채택하고 또 이를 통하여 지금까지 무시되어오던 칸트 이후 관념론의 중요한 주제들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러나 이 저작이 칸트로부터 세 관념론자로의 이행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브리엘과 지젝은 오히려 헤겔 이후 등장한 다양한 형태의 표상주의와 세 관념론자들의 관념론을 대비시킴으로써 헤겔, 셸링, 피히테의 관념론에 대해 더 정확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 이 대비를 거치면서 우리는 가브리엘과 지젝의 독일 관념론에 대한 독특하면서도 명철한 해석을 접할 수 있다. 예컨대, 이들에 따르면 헤겔의 사유는 철학과 반철학 사이의 통로이며, 헤겔은 일자에게 의지하는 형이상학적 논리학과도, 개념적 표상들의 분야에 외적인 과잉을 허용하는 것과도 결별한다.

현대의 철학적 담론은, 양화와 논리적 형식의 페티시즘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것은 현대철학에 대한 철학자들 스스로의 자기반성의 결여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가브리엘과 지젝의 비판은 현대의 수많은 철학자들에게 통렬한 자기비판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들은 이 저작을 통해 그 자기반성의 결여를 관념론이 어떻게 메꿀 수 있는가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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