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전쟁은 없다  
슬라보예 지젝, 어네스토 라클라우, 스티븐 밀러, 질 애니자, 아리엘라 아줄레, 시기 야트캔트, 페타 라마다노빅, 다이앤 루벤스타인 (지은이), 강수영 (옮긴이) | 인간사랑 | 2011년 3월

 

 

 

  

○ 원저명:  Umbr(a): War

○ 원저자:  Slavoj Zizek and Ernesto Laclau




“모든 전쟁은 전쟁의 의미를 위한 전쟁이다”

(편집자의 말)




『엄브라』2004년호를 번역한 『전쟁은 없다』에 담긴 전쟁에 관한 정신분석적 모색들은 지금“리비아” 등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은 역설적으로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 다시말해 평화의 명목으로 치러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 논문들은 단순한 전쟁 대 평화주의라는 익숙한 이분법 너머로 우리를 이끈다. 편집자들은 ‘완전한 평화’라는 진공의, 무생명의 상태란 본질적 부정성, 즉 우리내부에 존재하는 적대성이라는 균열을 말끔히 제거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주장이 곧바로 전쟁을 찬성하거나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입장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전쟁은 없다』는 전쟁 혹은 전쟁이데올로기에 맞서 완전한 평화, 비폭력과 평화주의의 정해진 길을 택하는 대신, “우리 모두”라고 불리는 집단의 개념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정성을 가시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들의 분석은 정치와 전쟁 사이의 변증법적 긴장이라는 전쟁의 (불)가능성을 위한 조건이 무너진 9/11이후의 미국이 이끄는 세계질서에 관한 모색이다. 이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이제 전쟁은 어떤 예외적인 상황이나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주요 조건이 되었다.

20세기 현대사는 전쟁으로 쓰여 졌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도 세계는 전쟁 중이다. 반세기 넘도록 분단 상태인 한국에선 전쟁은 ‘언제나 가능한’ 미래이다. 전쟁이 인류의 해악이자 악몽이라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인간은 전쟁이 없이 존재할 수 없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전쟁이 인류의 불행이자 잔혹한 꿈같은 것이라서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것이라면, 인류는 왜 간단히 전쟁을 그만두지 못하는가? 세상에는 반전주의자가 많은 만큼, 전쟁불가피론자도 많다. 우리에겐 닥쳐올지 모를 전쟁의 위기에 대한 대비가 불가피하다고 이상하리만치 굳게 믿는 경향이 있다. 왜 이 해악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우리는 전쟁은 필요악이라고 받아들이는가? 국가안보와 세계평화유지라는 이념아래에서 우리는 오히려 전쟁의 불가피성에 더 고착되는 것은 아닌지. 꾸고 싶지 않은 악몽이지만 어쩐지 우리는 그 악몽의 긴장, 터지기 직전의 평화시기의 긴장보다는 차라리 터져버리는 포화속의 전장터를 더 열망하지는 않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