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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시대 빛을 밝힌 사람들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11-02-07 07:35

아렌트의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그녀(로자 룩셈부르크)는 유럽 사회주의 운동 세계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활동과 풍부한 재능을 보여주었지만 오히려 주변적인 인물이었다."

"내가 아는 한 야스퍼스는 고독에 대해서 반항한 최초의 유일한 철학자이다. 그는 고독을 '유해한' 것이라고 보았으며 이 한 가지 관점에서 '모든 사유, 모든 체험, 그리고 모든 의미'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독일의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가 저서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인간사랑 펴냄)에서 각각의 인물을 평가한 내용이다.

'제2의 로자 룩셈부르크'로 불리는 아렌트는 유대인 출신으로 독일에서 태어났으나 나치 집권 후 미국으로 망명, 탈근대와 근대를 넘나들며 실존주의적 정치철학 세계를 구축한 20세기 최고의 정치철학자로 꼽힌다.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1951)에서는 악의 기원에 대해 탐구하며 나치와 스탈린 전체주의의 본질을 파헤쳤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재판을 참관한 뒤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은 '악의 평범성'에 대한 고찰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새롭게 번역 출간된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은 1955년부터 1968년 사이에 아렌트가 발표한 연설문과 논문, 에세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아렌트는 이 책에서 로자 룩셈부르크, 칼 야스퍼스, 발터 벤야민,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 폭력과 전쟁 등으로 점철된 20세기 전반을 살다간 10명의 삶과 정신세계를 조명한다.

책 제목 '어두운 시대'는 브레히트의 시 '후손들에게'에서 빌려온 표현이다.

아렌트는 그러나 책 제목의 어두운 시대가 20세기 전반을 특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어두운 시대는 새로운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역사상 드문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아렌트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재능이나 신념, 직업, 환경 등에서 서로 닮은 점이 없지만, 정치적 파국과 도덕적 절망, 예술과 과학의 경이적인 발전으로 점철된 20세기 전반의 세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아렌트는 이들 10명이 '어두운 시대'에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행동했으며 시대의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본다. 아렌트는 이들이 자신들의 삶과 저작을 통해 어두운 시대에 "철저하게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빛을 밝히려고 했던 인물들이었다고 평가한다.

책을 번역한 홍원표 한국외대 교수는 이 책은 "아렌트의 삶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서전과 같은 성격의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면서 "아렌트는 자신의 생애와 삶을 직접 이야기하기보다 20세기 어두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정신세계를 조명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어렴풋이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1983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가 절판된 것을 재출간한 것이다.

원제는 'Men In Dark Times'.

457쪽. 2만5천원.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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