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18
헤르만 헤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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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고, 다양한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전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한번 읽어 보고 싶기는 한데, 막상 책을 펼쳐 보면 요즘 시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문체와 낯선 시대적 배경, 그리고 작은 글씨 등이 책을 읽는 데 걸림돌이 되곤 한다. 특히 누구나 다 읽었을 법한 유명한 책들은 몇 번씩이나 책을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게 된다. 강제적으로 읽어야 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래도 읽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즐겨 듣는 팝캐스트 빨간책방은 나에게 책을 읽어야 할 강제적 의무감을 만들어주곤 한다. 이번에 읽은 '데미안'도 빨간책방 덕분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영화나 드라마 등 뭔가 있어 보이는 작품에서 항상 거론되는 책이기도 하고, 웬만한 사람은 다 읽었을 것 같지만 웬만한 사람은 다 읽지 않은 책이다.


빨간책방에서 리뷰된 후 곧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너무 많이 귀에 익은 책이고, 유명한 책이라 집에도 당연히 이 책이 있는 줄 알았었는데, 막상 찾아보니 집 어디에도 없었다. 식구들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두들 한결같이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새 책보다는 헌책을 사기 위해 몇 군데 헌책방을 둘러봤는데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책을 구입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읽기로 마음 먹은지 두어 달 만에 부천의 알라딘 헌책방에서 책을 샀다.


이 책은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재미있게 있었던 나로서도 매우 힘들게 읽었다. 




지금이 아니라 청소년 시절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반적인 진행은 이야기 중심이라기보다는 인생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 쓰여졌다. 책은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아 짧은 시간에 볼 수는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어디 가서 책 '데미안'의 주인공(화자)이 데미안이라 말하는 망신은 당하지 않을 것 같다. 점수는 8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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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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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은 후 하루키 소설을 하나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에 일전에 사다 놓은 이 책을 집었다. 언제가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 내용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만 제목을 보면서 어렴풋이 생각이 난 것이 다자키 쓰쿠루라는 화자가 과거의 오해(?)를 풀고자 오래전 친구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는 내용이라는 생각만 났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하루키의 작법을 생각하면서 논리적으로 전과 후를 따지거나, 어딘가에 설명이 있겠지?하는 마음을 접어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하루키 소설은 친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모두 노파심으로 만들어 버렸다. 기존 하루키 소설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정말로 하루키의 예전 소설과 다른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하루키의 소설을 여러 권 읽으면서 면역력이 생긴 것인지는 확실치 않았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빨간 책방의 예전 방송분을 들어보니, 기존 하루키 소설과 많이 다르고, 예전 소설보다 친절한 소설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발간된 당시 한국에서 쾌 많은 부수가 팔린 베스트셀러였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전혀 본 기억이 없을까? 


하여튼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고등학교 시절 단짝인 친구들로부터 이유도 모르게 절교를 당했던 주인공(다자키 쓰쿠루)이 16년이 지나 어른이 된 후 과거의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왜 그 때 왜 자신을 쫓아냈는지를 밝혀 가는 내용이다. 책은 쉽게 잘 읽히며, 친구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면서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과연 다음에는 어떤 얘기가 나올 것인가 호기심에 책을 쉽게 놓지 못하게 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도 이 책이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원래는 단편으로 준비했던 소설인데, 소설 속에서 성인이 된 다자키 쓰쿠루의 여자 친구인 사라가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만나서 왜 절교하게 되었는지 알아보라는 말을 하게 됨으로써 장편으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만일 단편으로 끝났다면 역시 하루키는 불친절해 라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장편으로 발간됨으로 해서 본인에게는 아주 만족하며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점수는 9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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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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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무식한건가? 아니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너무 어려운 것인가? 매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다. 벌써 쾌 많은 그의 책을 읽었는데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서평을 남긴 것 외에도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도쿄 기담집 등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뒤늦게 알고 난 후 의무감으로 그의 책들을 읽었다. 그런데 매번 참 친절하지 않은 작가라는 것이 책장을 덮으며 느끼는 소감이었다.



이 책은 우연히 서점을 들렀다가 신간으로 나온 것을 보고 산 책이다. 소설가들은 글을 어떻게 쓰는가? 라는 아주 기본적인 궁금증을 풀고자 이 책을 샀다. 그런데 일반적인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개인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이다. 아마도 하루키 본인이 직업적인 소설가로 살면서 느끼고, 겪은 이야기를 써 놓았던 에세이를 모은 책인 듯싶었다. 책에는 하루키 본인이 소설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가에 대해서 아주 진솔하게 써 있다.


그동안 읽었던 하루키의 소설과 다르게 아주 쉽게 읽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의 책 중에 이렇게 쉬운 책도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마도 소설이 아닌 에세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하루키는 왜 소설을 그렇게 쓰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하루키 소설을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충동마저 생겨난다. 나처럼 하루키에 대해 알고 싶거나, 하루키 소설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 보기 바란다. 점수는 9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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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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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재미가 없다. 읽고 나면 대체 뭔 얘기인지 잘 모르겠고,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실망하곤 한다. 어차피 내 독서 취향이 이야기 중심인 책들을 좋아하고, 논리적이고 짜임새 있는 내용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에는 자꾸 손이 간다.(무라카미 책이 새우깡도 아닌데, 참 희한하다.) 추측해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명성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읽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이번 책은 꼭 이해하리라는 오기가 발동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둠의 저편, 이 책은 하루키의 다른 어떤 책보다 분량이 적어 섣부르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혹시나 했지만 역시였다. 책 읽는 속도가 빠르게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냥 한동안 덮어 두었었다.  그런데 어제 이 책이 눈에 다시 들어와 읽기 시작했다. 분량이 적어 집중한다면, 완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하루키 다른 책에 비해 읽기도 쉽다. 그래서 하루 만에 모두 읽었다. 하지만 하루키는 하루키다.  하루 밤 동안 일어나는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인간의 내면의 모습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적어나가고 있다. 하루키 책 중 비교적 이해하기가 쉬우니 하루키 책에 처음 도전하는 것이라면 권하고 싶다.

"인류가 어두워진 후에도, 예사로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건, 역사적으로 보면 아주 최근의 일이었어. 옛날 사람들은 일단 해가 지고 나면, 모두 동굴 속에서 틀어박혀서, 외부 세계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우리 몸속의 시계는 아직 날이 저물면 잠을 자도록 설정돼 있는 거야"

이 구절은 책에서 내포하는 실존적인 의미를 떠나 현재 시골에서 닭과의 말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에게는 의미 심장한 내용이기도 했다.



본인이 읽은 책은 2005년 발매된 책이라 위에 올려진 표지의 책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지금은 아래 모양으로 표지가 바뀌어 있었다. 점수는 8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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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최인훈 전집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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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는 익었지만 읽어보지 못한 책이 참으로 많다. 더구나 집 책장에 책이 꽂혀있음에도 말이다. 최인훈의 광장도 그러했다. 근래에는 주로 단편 소설을 읽느라 장편 소설을 읽지 못했었는데, 며칠 전 책장을 훑어보다가 눈에 띄길래 이 책을 집었다. 


이 책은 오래전에 쓰인 책이라 문장이나 단어가 아주 낯설다. 저자 서문을 읽어보니 1960년에 초판이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문장이나 글의 내용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책이다. 아마도 그래서 고전이고 명작이라 불리는 책들이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태백산맥(조정래)을 읽은 후에 바로 봤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태백산맥 외 전이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태백산맥이 해방부터 전쟁까지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전쟁 이후 이야기이다. 물론 전쟁 전의 모습이 시대적 배경이기는 하다. 저자 최인훈이 초판 서문에서 말했듯이 1960년 이기에 이 책이 출간이 가능했지, 만일 그 이전이었으면 아마도 책 출판이 불가했거나, 출판했더라도 조정래 작가 그랬듯이 정권에 의해 많은 고초를 겪었으리라 추측된다.


우리는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거제도에 전쟁 포로수용소가 있었다는 얘기는 많이 듣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포로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특히 전쟁이 끝나고, 남이나 북으로 가기를 거부하고, 중립국으로 가고자 했던 포로들은 더욱 그러하다. 몇 년 전 그들에 관련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기는 한다.


어쨌거나 이 책은 해방 전후 그리고 한국 전쟁 후 살았던 지식인의 고뇌가 잘 표현되어 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함께 읽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게되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점수 9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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