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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은 후 하루키 소설을 하나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에 일전에 사다 놓은 이 책을 집었다. 언제가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 내용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만 제목을 보면서 어렴풋이 생각이 난 것이 다자키 쓰쿠루라는 화자가 과거의 오해(?)를 풀고자 오래전 친구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는 내용이라는 생각만 났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하루키의 작법을 생각하면서 논리적으로 전과 후를 따지거나, 어딘가에 설명이 있겠지?하는 마음을 접어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하루키 소설은 친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모두 노파심으로 만들어 버렸다. 기존 하루키 소설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정말로 하루키의 예전 소설과 다른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하루키의 소설을 여러 권 읽으면서 면역력이 생긴 것인지는 확실치 않았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빨간 책방의 예전 방송분을 들어보니, 기존 하루키 소설과 많이 다르고, 예전 소설보다 친절한 소설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발간된 당시 한국에서 쾌 많은 부수가 팔린 베스트셀러였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전혀 본 기억이 없을까?
하여튼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고등학교 시절 단짝인 친구들로부터 이유도 모르게 절교를 당했던 주인공(다자키 쓰쿠루)이 16년이 지나 어른이 된 후 과거의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왜 그 때 왜 자신을 쫓아냈는지를 밝혀 가는 내용이다. 책은 쉽게 잘 읽히며, 친구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면서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과연 다음에는 어떤 얘기가 나올 것인가 호기심에 책을 쉽게 놓지 못하게 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도 이 책이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원래는 단편으로 준비했던 소설인데, 소설 속에서 성인이 된 다자키 쓰쿠루의 여자 친구인 사라가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만나서 왜 절교하게 되었는지 알아보라는 말을 하게 됨으로써 장편으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만일 단편으로 끝났다면 역시 하루키는 불친절해 라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장편으로 발간됨으로 해서 본인에게는 아주 만족하며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점수는 92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