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 -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마케팅 바이블
잭 트라우트 & 알 리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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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Walmart에 갔다가 반쯤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락스를 발견했다. 마침 유한락스가 구매 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에 기분좋게 집어들고 카트에 넣다 보니 그건 '유한락스'가 아니라 그와 거의 흡사하게 푸른색 포장디자인을 한 '피존락스'라는 브랜드였다. 섬유유연제는 '피존'이고, 락스는 '유한락스'가 최고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미 부지불식간에 나를 점령하고 있던 포지셔닝의 위대함을 의식하고 저자들이 기업에게 위험하다고 충고했던 제품의 라인확장 과정에서 소비자들을 혼돈시키기 위해 기업이 선택하는 방식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나는 품질의 차이를 감지할 만큼 노련한 주부도 아니거니와 제품의 성능도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는 생각에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알면서도 속아 제품을 구매하였다.

마케팅 과정에서 포지셔닝의 중요성을 의식하기는 하지만 책 한 권 내내 여러 각도로 포지셔닝의 아이디어와 오류를 풍부한 예로 살펴보고 나니 한 가지 전략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타당성있는 목적과 스킬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비주얼과 디자인이 크게 중시되고 있는 현 시대에 언어의 능력과 역할을 강조하여 카피라이팅 영역의 위상에도 자부심을 가지게 해준다.

외국 브랜드를 예로 들고는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 시장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들이 많아서 읽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메시지를 단순화하라던가 진실은 무의미하며 중요한 것은 인식이라는 사실이라던가 결국 반복되는 내용이지만 핵심이 되는 이론들을 주지시킨다. 그러나 석연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라인 확장의 방법보다는 하나의 독립된 브랜드로 출범시키라는 권고는 그 경우 효과적이기는 하겠지만 훨씬 더 많은 초기 마케팅 비용이 요구될 것이다. 마케팅 전략 컨설팅을 해 먹고 사는 그들이야 유리하겠지만.

어쨌거나 초판을 썼을 당시와 비교해 달라진 시장에 대한 흐름을 짚어볼 수 있게 해주는 코멘트에서 느낄 수 있듯이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기업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고, 그들의 이론이 맞아떨어질 수도 있지만 보기좋게 틀릴 수도 있다. 참 어려운 분야이긴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마케팅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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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잘하는 사람 잘하는 회사
이장우 지음 / 더난출판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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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마케팅이라는 분야도 있던데 이 책의 저자인 마케팅 전문가는 정작 자신의 책 표지 디자인까지에는 그다지 관심을 쏟지 않았던 것 같다. 신뢰감이 떨어지는 연두색 파스텔톤의 표지로 시간내 읽기를 망설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평이한 내용의 마케팅 칼럼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어디서고 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솔직히 공공장소에서 펴놓고 읽기에 싸구려 소설처럼 보일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책을 표지만 보고 읽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읽는 것은 아니라지만 ^^;차라리 북디자인에 실버톤이나 흰색 등 무채색을 안전하게 사용했다면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쉽다.

저자는 자신의 신변에서 일어나는 일상 소재에서 출발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마케팅 유형을 쉽게 설명하여 비전문가들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한다. 초반부에는 너무 뻔한 내용을 다룬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구석구석 읽다보면 생활 속의 마케팅을 의식할 수 있게 쓰인 재미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부담없고 좋다.

커뮤니티 보다 소비에 의해 가입과 탈퇴가 이루어지는 클러스터를 의식해야 하는 문제라던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어쩐지 한 번 마셔줘야 할 것처럼 작년에 떠들썩하게 마케팅 했던 보졸레누보의 실체도 재미있었고, 계획적인 도시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이나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니 선거전략으로 어수선한 요즘 관심을 가질만한 정치 마케팅, 알파벳 마케팅에 대해서도 키워드를 제공한다.

또 최근 자기경영을 외치는 책들에서처럼 자신의 인생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것도 제안하므로 누구나 재미있게 읽고 자신을 돌아다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정말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리하고 실행해나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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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문화유산답사기 1
전유성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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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나와서 제대로 웃기는 거 한 번 못 봤고 그러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카리스마로 개그계를 압도하고 있는 전유성 아저씨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봤다.

그는 그냥 개그맨은 아니었고(사람 웃기기가 어디 쉽냐마는 한 번 뜨려고 말도 안되는 거 가지고 웃기려는 개그맨들 보면 안스럽다) 책도 많이 읽고 생활 속에서 엉뚱한 생각들을 기발한 아이디어화 시키며 자신이 평범한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걸 믿는 자신감 넘치는 인간이다.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인포메이션을 제공한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유럽 여행, 유럽 여행~' 하는데 도대체 유럽여행이 어떤 건지 실제로 체험하면서 그 체험을 전유성식으로 소화해 뭔가 결과물로 도출해내고자 한 의도가 보인다.

그래서 그는 다른 여행서적에서 볼 수 없는 유럽의 화장실이나 휴지통, 맨홀만을 찍어오기도 했으며, 유럽여행 중에도 끊임없이 '이건 이런 식으로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효과적이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그것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그냥 개그의 소재거리에 불과할지라도) '유럽여행도 하고 그걸 써서 책을 내면 돈도 벌겠지'하는 손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을 실현시켰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떠난 배낭여행이라기 보다는 지인들을 통해 손쉬운 패키지 여행을 선택했기 때문인지 누드 비치나 섹스샵 방문 등 큰 의미없어 보이는 코스들도 있지만 여행을 통해 뭔가 거창한 것들을 깨닫든 일상의 일부처럼 자기가 재미있어하는 것들을 경험하든 누가 뭐랄 것인가.

스스로 시인하듯이 유럽 겉핥기만 하고 왔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는 유럽속에서 한국인들이 개선할 점을 찾고, 유럽을 향한 허위의식도 깰 것을 통쾌하게 떠든다. 가끔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실수도 숨김없이 보여주어 웃게 만들고 흘러간 옛 개그맨들의 비화도 그를 위해 안주거리가 된다. 유럽 여행을 할 일이 없을 사람들이 가볍게 읽어도 시시껄렁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고, 전유성의 재미있는 생각들을 따라가며 유럽을 둘러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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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길
베르나르 포콩 사진, 앙토넹 포토스키 글,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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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에게는 당면한 과제고 삶을 추억하는 이들에게는 그리울, 감미로운 두 개의 낱말이 제목이다. 사헬, 쿠바 등 문명이 파고들지 않은 땅, 흔한 유적지 하나 담아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땅. 지루할 정도의 한가로움을 느끼며 비온 후의 나무 냄새나 고양이의 움직임, 풀풀 날리는 먼지, 볼을 간지럽히는 미풍을 느끼며 그는 푸르른 자연 속에서 삶의 자유를 잡아낸다. 살아가면서 이런 자연의 속삭임과 아름다움을 눈여겨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어디든 좋으리. 문득 내가 가보지 못했고 알지 조차 못하는 요란하지 않은 땅들이 궁금해졌다. 앞으로 남은 삶처럼.

온화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잃고 싶지 않아 그는 떠나기 전에 이 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은 그가 짐작하듯이 어차피 먼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이 아름다움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문명이 깊숙히 깃들지 않아 불편하고 지리했던 그 여행들 후에 그는 욕망에서 자유로와지고 혹독한 진정한 삶으로 편입될 준비가 갖춰진듯 하다.

잠이 오지 않아 책을 펴놓고 책에 실린 사진을 디카로 다시 찍으며 나도 열대성 계절풍을 느끼며 잠깐 그곳에 머무른다. 일회용 사진기로 찍었다는 사진들은 고가의 카메라로 갖은 기술로 찍은 사진들 보다 따뜻하고 정감있다. 그 흐릿한 느낌이 오히려 부드럽고 다정하다.

워키토키를 들고 밤에 언덕에 오른 그들에게 이불 속에서 길 안내를 해주는 모습을 재미있어 하며 웃는 모습이나 제 멋대로 펼쳐져 있는 인터체인지들의 터무니없음마저 즐기는 모습이 아른거려 나마저 즐거워진다. 간질간질 웃음이 나온다. 수십 장의 사진 속에서 수천 개의 비를 찍은 묘 사진은 오히려 경쾌하고 따뜻한 마을처럼 보여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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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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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일주일의 피로를 잊게 만들며 잠깐 허구의 세계로 빠지도록 허용하는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MBC 베스트극장처럼 그의 소설은 소설스럽고 재미있다. 상징적인 뭔가를 넌지시 던지며 머리 굴리게 만드는 어려운 글들이 아니라 보여주는 대로 읽혀지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그저 술술 읽히는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히 놀래키는.

초기 단편들이라 아직 다양한 형식이나 주제를 보여주기 어려웠는지 몇 개의 단편들은 서로 닮아있었는데 총이라던지 손, 십자드라이브, 발레 등 한가지에 유난히 집착하며 세상에 배반당하고 적응하지 못한 채 좌절해가는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몰입시키는 방식이라던지, 1인칭 시점에서 쓰여졌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모든 단편이 간결하고 재미있다. 외국 영화 어디선가 접한 것 같은 낯설지 않은 소재와 베스트 극장 한 편 감으로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스토리다.

책 표지 안에서는 김영하의 97년도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 당시는 이게 패션코드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귀찌를 하고 나름대로 외모에 관심을 가진 듯한 젊은 남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그는 현재 sbs에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고, 노란 머리로 염색한 현재의 사진도 검색된다.

음악과 영화, 조각, 게임, 광고 등 다양한 예술과 대중문화의 소재들을 의식하며 소설에 편입시킴으로써 글 만으로는 표현이 부족할 상황들에 멀티미디어적인 효과를 줄 줄 아는 그는 트렌드를 의식하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살아가는 젊은이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지루하지 않고 친숙하고 재미있다. 참고로 맨 뒤에 있는 평론은 소설과 비교되게 읽을 수도 없이 현학적이고 지루해서 오히려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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