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문화유산답사기 1
전유성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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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TV에 나와서 제대로 웃기는 거 한 번 못 봤고 그러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카리스마로 개그계를 압도하고 있는 전유성 아저씨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봤다.

그는 그냥 개그맨은 아니었고(사람 웃기기가 어디 쉽냐마는 한 번 뜨려고 말도 안되는 거 가지고 웃기려는 개그맨들 보면 안스럽다) 책도 많이 읽고 생활 속에서 엉뚱한 생각들을 기발한 아이디어화 시키며 자신이 평범한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걸 믿는 자신감 넘치는 인간이다.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인포메이션을 제공한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유럽 여행, 유럽 여행~' 하는데 도대체 유럽여행이 어떤 건지 실제로 체험하면서 그 체험을 전유성식으로 소화해 뭔가 결과물로 도출해내고자 한 의도가 보인다.

그래서 그는 다른 여행서적에서 볼 수 없는 유럽의 화장실이나 휴지통, 맨홀만을 찍어오기도 했으며, 유럽여행 중에도 끊임없이 '이건 이런 식으로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효과적이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그것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그냥 개그의 소재거리에 불과할지라도) '유럽여행도 하고 그걸 써서 책을 내면 돈도 벌겠지'하는 손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을 실현시켰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떠난 배낭여행이라기 보다는 지인들을 통해 손쉬운 패키지 여행을 선택했기 때문인지 누드 비치나 섹스샵 방문 등 큰 의미없어 보이는 코스들도 있지만 여행을 통해 뭔가 거창한 것들을 깨닫든 일상의 일부처럼 자기가 재미있어하는 것들을 경험하든 누가 뭐랄 것인가.

스스로 시인하듯이 유럽 겉핥기만 하고 왔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는 유럽속에서 한국인들이 개선할 점을 찾고, 유럽을 향한 허위의식도 깰 것을 통쾌하게 떠든다. 가끔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실수도 숨김없이 보여주어 웃게 만들고 흘러간 옛 개그맨들의 비화도 그를 위해 안주거리가 된다. 유럽 여행을 할 일이 없을 사람들이 가볍게 읽어도 시시껄렁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고, 전유성의 재미있는 생각들을 따라가며 유럽을 둘러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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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길
베르나르 포콩 사진, 앙토넹 포토스키 글,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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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에게는 당면한 과제고 삶을 추억하는 이들에게는 그리울, 감미로운 두 개의 낱말이 제목이다. 사헬, 쿠바 등 문명이 파고들지 않은 땅, 흔한 유적지 하나 담아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땅. 지루할 정도의 한가로움을 느끼며 비온 후의 나무 냄새나 고양이의 움직임, 풀풀 날리는 먼지, 볼을 간지럽히는 미풍을 느끼며 그는 푸르른 자연 속에서 삶의 자유를 잡아낸다. 살아가면서 이런 자연의 속삭임과 아름다움을 눈여겨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어디든 좋으리. 문득 내가 가보지 못했고 알지 조차 못하는 요란하지 않은 땅들이 궁금해졌다. 앞으로 남은 삶처럼.

온화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잃고 싶지 않아 그는 떠나기 전에 이 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은 그가 짐작하듯이 어차피 먼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이 아름다움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문명이 깊숙히 깃들지 않아 불편하고 지리했던 그 여행들 후에 그는 욕망에서 자유로와지고 혹독한 진정한 삶으로 편입될 준비가 갖춰진듯 하다.

잠이 오지 않아 책을 펴놓고 책에 실린 사진을 디카로 다시 찍으며 나도 열대성 계절풍을 느끼며 잠깐 그곳에 머무른다. 일회용 사진기로 찍었다는 사진들은 고가의 카메라로 갖은 기술로 찍은 사진들 보다 따뜻하고 정감있다. 그 흐릿한 느낌이 오히려 부드럽고 다정하다.

워키토키를 들고 밤에 언덕에 오른 그들에게 이불 속에서 길 안내를 해주는 모습을 재미있어 하며 웃는 모습이나 제 멋대로 펼쳐져 있는 인터체인지들의 터무니없음마저 즐기는 모습이 아른거려 나마저 즐거워진다. 간질간질 웃음이 나온다. 수십 장의 사진 속에서 수천 개의 비를 찍은 묘 사진은 오히려 경쾌하고 따뜻한 마을처럼 보여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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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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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일주일의 피로를 잊게 만들며 잠깐 허구의 세계로 빠지도록 허용하는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MBC 베스트극장처럼 그의 소설은 소설스럽고 재미있다. 상징적인 뭔가를 넌지시 던지며 머리 굴리게 만드는 어려운 글들이 아니라 보여주는 대로 읽혀지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그저 술술 읽히는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히 놀래키는.

초기 단편들이라 아직 다양한 형식이나 주제를 보여주기 어려웠는지 몇 개의 단편들은 서로 닮아있었는데 총이라던지 손, 십자드라이브, 발레 등 한가지에 유난히 집착하며 세상에 배반당하고 적응하지 못한 채 좌절해가는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몰입시키는 방식이라던지, 1인칭 시점에서 쓰여졌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모든 단편이 간결하고 재미있다. 외국 영화 어디선가 접한 것 같은 낯설지 않은 소재와 베스트 극장 한 편 감으로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스토리다.

책 표지 안에서는 김영하의 97년도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 당시는 이게 패션코드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귀찌를 하고 나름대로 외모에 관심을 가진 듯한 젊은 남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그는 현재 sbs에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고, 노란 머리로 염색한 현재의 사진도 검색된다.

음악과 영화, 조각, 게임, 광고 등 다양한 예술과 대중문화의 소재들을 의식하며 소설에 편입시킴으로써 글 만으로는 표현이 부족할 상황들에 멀티미디어적인 효과를 줄 줄 아는 그는 트렌드를 의식하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살아가는 젊은이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지루하지 않고 친숙하고 재미있다. 참고로 맨 뒤에 있는 평론은 소설과 비교되게 읽을 수도 없이 현학적이고 지루해서 오히려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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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짓는 물고기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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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만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지고 싶은 것이야 손에 들어온 이상 꼭 쥐고 놓치고 싶지 않겠지만 적절한 순간에 놓을 줄도 알고 시원하게 웃으면 쿨 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외로워서일까. 남자는 '미소짓는' 물고기 아니라 '자신만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고 믿고 싶은' 물고기를 얻은 것은 아닐지. 수족관 앞에서 자신 만을 향해 웃고있는 물고기라니. 지미의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컷에서 많은 물고기 중에 그 물고기를 찾아보라, '윌리를 찾아라 '보다 재미있다.

'맨인블랙2'에서처럼 우리도 어쩌면 누군가의 거대한 사물함의 하나에 갇혀 아웅다웅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도 어항의 투명한 벽 안에 갇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어항 안에서 허둥댔던 것처럼 그가 물고기에게 오히려 행복을 강요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소유욕을 버리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에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자가 물 속에서 알몸으로 수영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자유롭다.

중국이나 대만 문학의 그림책에는 차이나 칼라에 머리를 양쪽으로 동그랗게 말아올려 묶은 여자아이가 나올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너무나 서구적인 일러스트 때문에 오히려 상큼하고, 그리고 오히려 동양적인 주제가 녹아있어서 더 특별하다.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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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배낭여행 수첩
송영철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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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비행기 한 번 못 타봤지만 올해는 여행 할 일이 몇 번 생길 것 같아 들뜬 마음에 유럽 관련 도서를 몇 권 둘러봤다. 우선 별로 아는 게 없어서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여행기 보다는 전형적인 내용에 따라만 다녀도 좋을 패키지 여행처럼 전체 유럽의 기본을 다루고 있는 책이 좋을 것 같았고, 이 책은 그러한 기본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차를 타고 화장실을 가고 축제에 참여하고 박물관을 이용하고 먹을 것을 해결하는 일 따위의 아주 뻔하지만 해외 여행 한 번 안 나가본 사람들이 궁금할 법한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고 가르쳐준다.

어디든 떠나서 마주쳤을 때 알아야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명소와 명작을 있게 한 위인의 키워드도 던져준다. 뭐, 찾아서 보고 느끼는 것이야 여기 인터넷 앞에서도 가능한 일일 텐데. 문득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떤 큰 의미가 있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노천카페에서 선그라스 끼고 사진 한 방, 에펠탑을 등 뒤에 놓고 찍은 사진을 몇 장 가지기 위해 떠나는 것은 아닐텐데. 비행기를 타고 발도장 찍고 온 나라가 몇 개 더 많다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더 빛나게 해줄까.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서핑하면서 너무 먼 곳까지도 다 안다고 자만한다. 하긴 수백 일 동안 세계 곳곳을 둘러보고 눌러 사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단 며칠이라도 낯선 곳으로 떠나 모르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두근거릴 테지만. 영국 하늘 밑에서 들어보는 오아시스와 콜드플레이는 더 맛있을지도 모르겠다.

비틀즈가 어떤 멤버들로 구성되었고 괴테의 생애가 어떠했는가에 대한 정보부터 실제로 여행지에서 몇 번 지하철을 타고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까지 한꺼번에 담음으로써 책의 기획 방향은 다소 모호해진 듯도 싶다. 참고 사이트들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집에서 뒹굴 대면서 읽기에 오히려 적합한 듯 하다. 뭐 굳이 들고 떠나기를 원한다면 무거워도 참든지 아니면 주저하지 말고 실제 필요한 부분만 떼어서 따로 만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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