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호자들 - 미네르바에서 용산참사까지 말 못 하는 이들의 목소리로 살고자 한 사람들, 그들이 지켜낸 이 오만한 시대의 정의로운 순간들
김영준.최강욱 외 지음 / 궁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이렇게 읽기 힘든 책을 만난 것도 참 드문 일이었던 것 같다. 가독성이 안 좋아서, 재미가 없어서 책장이 안 나간 게 아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일이 너무 괴로워서,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갑갑하고 속이 타서 몇 번이나 책을 덮고 호흡을 골라야 했다. 페이지마다 한숨이 나오고, 차라리 이런 사건들이 있었다는 걸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어 막판에는 거의 의무감과 오기로 읽어냈던 것 같다. 이것은 '다 옛날 일이지'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생생한, 아물지 않은 상처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완결되지 않은 기록이며, 형태만 바꿔, 그러나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아픔들에 관한 기록이다.

 이 책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벌어진 굵직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기록이다. 미네르바 사건,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사건, PD 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국방부 불온서적 반입 금지 사건, 민간인 불법 사찰, 전교조 명단 공개, 전교조 시국 선언, 그리고 용산 참사에 대한 기록들이 있다. 사실 비단 이것 뿐이었으랴. 어떤 정권 하에선들 불의한 사건이 없었으랴마는, 이건 해도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금의 사회에서는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직원 식당에서 뉴스를 보며 한탄을 해도 우스개소리겠지만, 대뜸 '말 조심해라. 그러다가 잡혀가면 어쩌려고'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것이 지금의 시대니까 말이다. 아무리 농담조로 하는 말이라지만 저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것에 살짝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선하다.

 요즘에는 더욱 세상 살기 팍팍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기가 찰 만큼 노골적으로 개악된 취업규칙에 동의한다고 서명하라는 압박이 병원장으로부터 계속 들어오고 있다. 서명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신규 인력 채용도 없고 서명을 할 때까지 월급도 동결하겠다는 협박도 이어지고 있다. 시급 삭감, 호봉제 폐지, 정기 휴가 삭제, 각종 청가 삭제 혹은 축소, 직원 혜택 폐지와 더불어 노조 활동을 방해하려는 조항까지 들어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계약직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람이 0가 되었으며, 7월에 협정한 월급 인상은 12월이 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노조가 하도 난리를 치니, 얼마 전인 23일에서야 겨우 이행했다) 이런 노골적 협박과 말도 안 되는 취업규칙 개정안이 언론에 새 나가면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바꾸나 싶다가도, 곧이어 이런 일이 어디 여기 뿐이랴는 체념과 설사 보도가 되더라도 힘 있고 돈 있는 병원장이 꿈쩍이냐 할까 싶어(그리고 뒤이어 유출자 수색과 해고가 뒤따르는 뻔한 수순이 기다릴 거라는 생각도 들어) 쓴웃음만 나왔던 게 불과 엊그제의 일이다. 

 이렇게 내 삶이 팍팍해지는 건, 근본적으로 사회가 팍팍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부터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위에서부터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법이 있는 사람들 편에서 봉사하는 하녀가 되었는데, 누가 법을 무서워하겠으며, 법원의 판결에 어떤 권위가 서겠느냔 말이다. 공식적 절차보다는 비선라인이 더 강한 권력을 지닌 정부의 모습은, 인맥이면 다인 사회의 모습과 얼마나 판박이인지. 사람 알기룰 우습게 여기는 풍조가 각종 갑질 사건을 만들고, 비정규직이 판치는 노동 환경을 만든 게 아니고 또 뭐란 말인가. 

 책을 덮으며 우울함과 희망이 교차했다. 그나마 알려진 게 이 정도라면, 알려지지 않는 곳에서는 또 얼마나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점에서 우울했고, 그래도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은 희망적이었다. 아직은 믿고 싶다.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결국 역사는 좋은 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그러나 가끔씩 정말 그런 건지 회의가 들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