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출간 기념 프리미엄 낭독회

일시 : 2013.7.24 오후 7:30
장소 : 숭실대학교 한경직 기념관
출연 : 김영하, 이적, 이이언

 낭독회에 가기 직전까지 제 고민은 계속되었습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가지 않을 이유는 많았죠. 직장 끝나고 피곤한 몸에, 밀려 있는 집안일에, 서울 북쪽 끝에서 남쪽 끝으로 가야 한다는 거리. 무엇보다 가장 큰 방해 요인은 다름 아닌 김영하씨의 소설이었어요! 전날 사인회에 다녀왔다가 그날 밤, 새벽 1시쯤인가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정말 잠깐만 읽고 자려고 책을 폈다가 그대로 다 읽어버렸던 거죠. 책을 읽은 후 결말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잠든 건 새벽 4시...새벽 5시~5시 반에 일어나 출근을 하는 저는 다음날 지각을 할 뻔하기도 했답니다. 하하^^; 어쨌거나 그렇게 많은 이유로 고민을 했지만, 결국 가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 - 김영하의 낭독회라는 것 - 때문에 낭독회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사진 상에는 사람이 참 적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6시 반부터 좌석표를 배부한다길래 조금 서둘렀지만, 중간에 좀 헤메느라 제가 도착한 시간은 6시 20분~25분 정도 되었는데, 그 때에는 이미 저 뒤에 보이는 계단을 다 휘감고 올라가 2층까지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어요. 그나마도 이 줄은 알라딘/인터파크라 사람이 좀 적은 편(..)이었고, 옆의 예스24/교보문고 줄은 알라딘/인터파크 줄이 어느 정도 줄어들었을 때도 여전히 건물 왼편 안쪽까지 늘어선 줄이 줄지를 않더라고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다는 게 좀 놀라웠어요. 김영하씨의 인지도가 이 정도인가 싶어서 새삼 놀랐습니다.

 그렇게 해서 받은 자리는 1층 D구역 5열 3번 자리. 생각보다 좋은 자리여서 기뻤습니다. 한참 구석에 가서 앉거나 2층에 갈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했는데 말이죠. 

 기다리면서 낭독회장을 둘러봤습니다. 표를 나눠주는 곶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김영하씨의 책들을 싼 가격에 팔고 있고(대략 30%쯤 할인하여 팔았던 것 같네요) 사람들이 건물 안이며 밖에 앉아서 손에 책을 들고 읽는 모습이 참 생경했어요. 상아탑이라고도 불렸던 대학이지만, 요즘 대학교에서 은근 책 읽는 모습 보는 게 힘든데 말이죠. 그 모습들이 어찌나 그림같던지요. 그리고 저 동상 언니, 동상 오빠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열심히 활약을 해 주고 계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도 볼 수 있었어요. 열심히 한경직 기념관을 찾아 올라올 때는 땀이 뚝뚝 흐를 정도로 더웠는데, 표를 받고 나니 벌써 날은 선선해지기 시작해서 벤치에 앉아 있기 딱 좋더라고요. 저도 가지고 간 다른 책도 읽고 음료수도 마시면서 있다 보니 시간은 어느 새 훌쩍 지나 입장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전에 팟캐스트 방송에서 이런 말을 들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사인회도 하고 홍보도 하고 강연회나 행사같은 것도 하게 되는데, 사실 작가가 정말 행복할 때는 혼자 앉아서 글을 쓰는 그 시간들이라고 하셨더랬죠. 하지만 역시 독자들에게 이런 행사는 참 뜻깊고 추억이 되는 행사가 아닐런지요. 독자는 책을 통해 작가와 만나게 되지만, 이렇게 직접 목소리를 듣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더군요. 요즘 이런저런 북콘서트같은 행사도 많이 늘었던데 제가 책 관련 행사에 참가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낭독회는 말 그대로 낭독에 좀 더 중점을 둬서 낭독을 메인으로 하고 전후에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집필 계기, 인물, 책에 관련된 것들 등등.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또 색다르더군요. 처음에는 장르 소설처럼 노장 살인자와 신예 살인자의 대결처럼 해 볼까, 라는 생각을 했다는 부분에서 많이 웃었어요. 

 이런 점에서는 전날 책을 읽고 간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이나 다른 두 분도 가능하면 책의 '해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려고 하는 게 많이 보였어요. 하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작가님이야 당연히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글을 썼고, 표현하려고 한 것이 있겠지요. 하지만 이미 출간된 글은 읽는 사람 각자의 해석으로 완성되는 것이니까요. 특히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듣는 해설은 자칫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줄여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저 같은 경우는 책을 읽었고, 책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보다 가서인지 그 이야기들이 좀 색다르게 들리더라고요. 낭독도 그랬고요. 어제 막 읽은(정확히는 그 날 새벽에 읽은) 책을 듣다보니 듣기만 해도 그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그 부분을 읽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생각나면서 더 몰입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간호사라서 접하게 되는 실제 치매 환자의 사례도 생각나고, 학생 때는 알츠하이머 요양 센터에서 실습을 한 경험도 생각나서 책 속의 등장 인물이 어떤 상태로 변해갔을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태일지, 책에서 표현되지 않은 부분까지 손에 잡힐 뜻 떠올랐었거든요. 제 감상과 이적/이이언씨의 감상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제 해석과 세 분이 이야기해주는 책 이야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낭독회에 오신 분들이라면 다들 이 영상에는 감탄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이언씨가 만든 트레일러는 정말 너무나 멋졌습니다! 독일에 외주를 줘서 1700대의 컴퓨터로 만들었다는 영상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졌어요. 이 영상 자체가 이 인물을 그래도 형상화 하는 듯도 하고, 뇌를 형상화하는 듯도 했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김영하씨의 목소리와 배경 음악이 기가막히게 잘 어우러졌더라고요. 단지 배경으로 목소리와 음악을 '깔아두는' 것이 아니라 강약을 조절하고 중간에 의도적으로 단층 부분을 만들기도 하면서 그 자체가 이 소설 속의 인물을 형상화하는데, 이것은 그대로 책의 여백/자간/형식을 통해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영하씨의 의도를 다시 영상 속에 반영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 볼 때도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설명을 듣고 다시 봤을 때는 더욱 감탄했어요.

 
 1시간 30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이런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 출판사의 역량에도 놀란 시간이었어요. 즐거웠고, 돌아오며 역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즐거웠어요.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있다면 꼭 한 번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낭독회 후기에 덧붙여 책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그 부분은 다음 포스팅을 위해 아껴두고, 여기서 낭독회 후기를 끝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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