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거울 속에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헬렌 맥클로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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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거울 속에
- 헬렌 맥클로이 (지은이) | 권영주 (옮긴이) | 엘릭시르(출판)

: 이번에 나온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은 사람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깔끔하게 뽑힌 디자인과 미니북 증정이라는 덕후의 마음을 자극하는 이벤트, 그리고 책 선정까지. 시리즈 1권인 '환상의여인'이야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 오히려 별 감흥이 없었다만, 미리 구입한 '가짜 경감 듀'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에 뒤늦게 이 책, '어두운 거울 속에'를 10월 책 구입 리스트에 올려뒀고, 책이 오자마자 가장 먼저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스포일러 있음)

  줄거리는 이렇다. 이야기는 포스티나 크레일이라는 미술 선생님이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으며 시작된다. 당황한 포스티나 선생님은 동료 교사인 기젤라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게 되고, 그 사정을 딱하게 여긴 기젤라 선생님이 정신과 의사인 남자친구 배질 윌링에게 이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낀 배질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면서 오히려 사건은 점점 커지고 그 동안 가려져 있던 사실들이 하나 둘 드러나게 되면서, 오히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표지에는 이 책이 정통추리와 심리 스릴러의 만남이라고 써 있다. 정말 이 책의 전개방식은 읽는 사람을 쉬지 않고 끌어들인다. 그리 두껍지 않은 소설인데도 2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마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거나 새로운 단서가 밝혀진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이야기 속 사건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배질 윌링은 처음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단순히 여자친구의 직장에서 일어난 부당 해고 사건이라 생각했고, 다만 그 사건 뒤에 어떠한 악의가 있다고 보고, 혹시나 그 악의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사건에 뛰어들에 되는데, 그러다가 이내 믿기 어려운 사실을 알게 된다. 포스티나 선생님이 해고된 것은, 그녀가 학교에 온 뒤로 그녀의 도플갱어가 학교에 출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계속해서 그녀의 도플갱어를 봤다는 목격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그 도플갱어에 살해당한 사람이 나오기까지 하면서 사건은 점점 커지게 된다. 이 유령(도플갱어) 이야기는 작품 전체에 으스스한 기운을 드리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기괴하거나 음습하지는 않다. 초자연적인 것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사건을 과학/이성의 힘으로 파헤치고자 하는 배질 윌링의 노력은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배질 윌링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나 자신도 그 뒤에 숨은 어떤 '음모'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설명 불가능하다고만 보이던 사건들의 진상을 흘깃, 엿볼 수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의 백미는 그 결말에 있다. 추리소설에서 오픈 엔딩은 있기 어렵지만, 이 책은 바로 그 오픈 엔딩 형식을 띄고 있다. 사건은 끝났지만, 결말은 나지 않는다. 아주 유력한 용의자와의 1:1 상황에서 배질은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용의자는 그에 반박한다. 배질은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와 정황증거는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설명일 뿐,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용의자는 일부 인정을 하지만, 배질의 설명에의 헛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반박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마침 딱 맞게 포스티나가 교장선생님을 지나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아무리 수면제를 쓴다고 해도 그 약에 대한 반응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인데 그렇게 딱 맞춰서 도플갱어 행세를 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누구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서 가장 오싹한 장면은 바로 이 마지막 결말부이며, 추리소설에서 치명적일 수 있는 그 추리의 헛점은 그대로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가 된다.(이건 정말 읽어보면 안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책 표지에 적힌 제목, '어두운 거울 속에'를 보면 알 수 없는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분이 든다.

 

(+) 덧 : <가짜 경감 듀>에 이어 이 책을 읽고 나니,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에 대한 신뢰가 든다. 먼저 선정된 세 권 모두 최근에 나온 어떤 추리소설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고전임에도 식상하지 않고, 이야기는 매력적이며 탄탄한 진행을 보여준다. 한 번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두 번, 세 번은 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엘릭시르의 책 선정은 지금까지 상당히 만족스러워서, 이후 나올 시리즈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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