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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 ㅣ 환상문학전집 3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무려 크리미널 마인드의 닥터 리드의 추천을 받아 읽은 책이다. 계속해서 'really cool'이나 'super cool'이라며 읇는 줄거리가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다음 날 나도 모르게 대출을 하고 있더라.
이 책은 한 남자가 온몸에 신기한 문신을 한 사나이를 만나며 시작된다. 목부터 팔목까지 상체가 완전히 문신으로 뒤덮여 있는 그 사내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문신들은 움직이기도 하고,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 한다. 대신 오른쪽 어깨의 비어 있는 부분에는 보는 사람의 미래가 나타나므로 조심하라고 하며 말이다. 남자는 호기심에 이끌러 문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무래도 이 책이 나온 것이 1951년도라고 하고, 또 여기 수록되어 있는 글이 한번에 쓰여진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잡지에 발표된 단편을 모은 것이다보니 실제로 그보다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쓰여졌을 것이다. 읽다보면 아주 살짝 고루하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 똑같은 미래라고 해도 1950년대에 상상하던 2100년~2200년대의 모습과 실제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상상하는 100년~200년 뒤의 모습은 다를 수 밖에 없지 않는가. 그리고 이 이야기들에 나오는 설정 자체는 이미 우주 시대를 살고 있고, 수많은 SF가 넘쳐나는 현대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로켓'이니 '화성'이니 우주인이라는 것에 그렇게 눈을 반짝이는 시대는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 자체가 낡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통할 만한 이야기들인데, 그것은 이 작가가 각 단편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들 자체는 현재에도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표면에서만 사라진 인종차별, 인간의 독점욕, 신앙심의 본질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때로는 섬뜩하고 때로는 감동적이며, 대체로 흥미롭다. 특히나 좋았던 단편을 꼽아보자면, 기나긴 비, 세상의 마지막 밤, 로켓이 생각난다. 특히 세상의 마지막 밤은 세계 종말의 날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만큼이나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눕는 부부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상하게도 읽을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다 읽고 난 후 한동안 진한 울림에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곱씹게 된 그런 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