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문학동네 청소년 13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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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세상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별로 새롭다거나 특이한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 역시 별로 새롭다거나 특이한 일이 아니다. 그나마 사회는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하지만, 학생들은 모두가, '성적'과 '입시'라는 것을 놓고 다같이 경쟁한다. 그만큼 그 경쟁은 치열하고,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괴담은 태어난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1등이 되기 위해 한밤중에 옥상에서 1등을 밀어버린 2등의 이야기(콩콩콩 귀신)라거나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한 학생이 나온다는 교실 이야기, 전국 대회에 나가려고 했는데 불의의 사고(혹은 음모)로 죽어 무용실을 떠돈다는 귀신 이야기는 변형이 되고 살이 붙어 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오늘도 또 다른 괴담이 떠돌고 있다.

지연은 '찬 신기하게도 늘 두 번째 아이는 스스로 찾아온다'고 말한다. '두 번째'라는 말은 어딘가 슬프다. 두 번째라는 말은 세 번째 보다 앞이고, 100명이 있다면 97명보다 앞인데도 '잘한다'기 보다는 '첫 번째가 되지 못했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른다. 두 번째가 상징하는 것은 첫째가 되지 못했다는 박탈감이다. 이런 박탈감은 질투를 낳고, 이 질투는 괴담을 낳는다. 나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은 없애서라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욕망은 그렇게 이야기속에서나마 비틀린 방식으로 실현된다. 그리고 이 소설 속에서는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다.

소설 속에서 지연은 '늘 먼저 다가오는 것은 두 번째 아이'라고 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의 마음, 상대방을 질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상대방을 제거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자신의 박탈감에 자신이 사로잡혀버리는 그 순간, 우리는 '두 번째 아이'가 된다는 말이 아닐까. 작가는 그렇게 상대방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 곧 자신을 지워버리는 결과가 온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이 치열한 현실을 우리가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서로 괴물은 되지 말자고, 그렇게 되면 사라지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 되어 버린다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그저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가고 싶었을 뿐이라는 말로 상대를 밀치고 나아갈 수록 점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게 되지 않느냔 말이다.  동시에 상대방을 없애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절박한 너희의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어두운 결말임에도 어쩐지 한편으로는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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