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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마음 없는 일 - 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닻[dot]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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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소위 ’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는 주류 매체의 글을 찾아 읽지 않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막내들은 출근하면 부장님 책상에 언론사 별로 신문을 깔아두고, 주요 일간지에서 업무와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해서 유관부서에 배포했었다. 신문 1면에 어떤 기사가 올라왔는지, 요즘 ‘오피니언‘란에 누가 글을 쓰는지, 만평은 어느 신문이 재미있는지 등은 스몰 토크 주제로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신문은 커녕 대부분의 소식은 SNS를 통해 알게 되고, 그나마 무언가 읽는다면 ‘뉴닉’과 같은 뉴스레터에서 선별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누군가는 이런 매체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기존 미디어의 종말이라 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 레거시 미디어에 변주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 뉴스레터 「인스피아」 발행인 김지원 기자는 변화에 올라타기로 한다.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조금 ’수상하게‘ 만들기로. 


『일에 마음 없는 일』은 김지원 기자가 4년 간 경향신문에서 「인스피아」라는 이름으로 1인 뉴스레터를 기획하고 발행하기까지의 궤적이다. 많은 회사원들이 공감하겠지만 회사가 오래되거나 커지만, 실제 일이 잘되어가는 것보다 ’일이 잘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만연하다. TF를 만들고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고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으며 막대한 보고서와 회의를 바쁘게 진행하며 ’가상적 뿌듯함’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김지원 기자는 묻는다. 그게 과연 일을 ’잘’ 하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뭔가 하는 것처럼 외부에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차원에서 말이다. (이 부분을 읽던 회사원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곧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그럴 듯한 일만 하고 싶어하는 것보다는 ’불싯 잡’이라고 불리는 비선호 업무도, 그 속성을 이해하고 조금 ’수상하게’ 잘 해보면 좋은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기존의 방식을 조금 비틀어보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생각한 대로 추진해나가는 능력도 연습이 필요한 건 아닐까. 


『일에 마음 없는 일』을 읽으며 내가 일에 마음 많은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조금은 고집스럽고 집요해보일 수 있지만 일을 사랑하는 걸. 일에 대한 깊고 진지한 고민과 그에 대한 답, 그리고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온전히 자신에게 쌓여 더 나은 내가 되는 밑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글은 흐름출판  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작성한 것입니다.

나는 일을 사랑한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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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노예 남편 아내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 드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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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12월 20일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흑인 ‘예속 피해자(노예)‘ 부부 엘린과 윌리엄은 목숨을 건 여행을 시작한다. 백인 아버지와 혼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엘렌은 흰 피부를 물려받았기에 백인 ’예속 가해자(노예주)‘로, 윌리엄은 충실한 예속 피해자를 연기하며 자유주 북부를 거쳐 캐나다로 탈출할 계획이다. 이들의 계획은 엘렌이 장애를 가진 백인 ‘남성’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엘렌은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병약한 청년이 되어, 뺨에는 습자포를 붙이고 오른팔에는 붕대를 감아 장애가 있는 것처럼 꾸민다. 그렇게 남편과 아내는 주인과 노예가 되어 기차, 역마차, 배를 갈아타며 1600km를 횡단한다.

마침내 도착한 북부 자유주 필라델피아에서 엘렌과 윌리엄은 삶의 새로운 국면에 부딪힌다. 당시 미국은 노예제 폐지, 확장되는 국토와 늘어나는 이민자들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의 프레임을 전복하고 탈출에 성공한 엘렌과 윌리엄은 마치 미래의 상징과도 같았다. 부부는 안전한 캐나다로의 이주 계획은 연기하고, 북부를 돌며 노예제의 참상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기로 결심하며 보스턴으로 향한다.

여러 강연을 통해 엘렌과 윌리엄의 이야기는 남부까지 퍼져 나간다. 분노한 엘렌의 예속 가해자는 단지 예속 피해자를 반환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녀의 탈출이 다른 예속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노예 사냥꾼을 보스턴으로 보낸다. 당시 남부의 예속 가해자들은 노예제가 무너진다면 사회 질서와 미연방의 유지가 무너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의 물결은 엘렌과 윌리엄을 지켜냈으며, 부부는 정식으로 기독교식으로 결혼한 뒤 더 큰 꿈을 꾸며 영국으로 이주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예속 피해자의 탈출 이야기가 아니다. 계급과 성별을 뛰어넘은 전복의 이야기이며, 목표를 이룬 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전파하는 성장의 이야기다. 해피엔딩을 꿈꾸며 노력하지만 주변의 의심과 모함에 응전하는 도전의 이야기이며, 그럼에도 굳건한 믿음과 사랑으로 이겨내는 구원의 이야기다. 그리고 너무나 미국적인 이야기를 한국계 미국인이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세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이 글은 피카 @fika_books_ 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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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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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마흔 넷 늦은 나이 사일러스 코드 박사는 데메테르 호의 주치의로 승선해, 노르웨이 해안에 ‘균열’을 찾는 모험을 떠난다. 그는 틈틈히 ’증기로 움직이는 범선‘, ’자동으로 연속 발사되는 총‘이 등장하는 ‘공상’소설을 쓰고 있는데, 모틀락 등의 하급 선원들 사이에서는 그의 이야기가 꽤나 인기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시콜콜 시비를 거는 코다 부인은 그런 이야기 따위에 관심이 없다. 마침내 배는 목적지에 다다르고, 빙하 틈 사이로 ‘균열’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범선의 돗대가 부러지며 코드 박사를 덮친다.

깜짝 놀란 코드 박사는 눈을 뜬다. 일행은 ’증기선‘ 데메테르 호를 타고 남미 대륙 아래 남극해를 탐험하고 있다. 그들은 ‘균열’을 마주하지만 그보다 먼저 침몰한 유로파 호를 발견한다. 모험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후퇴해 후일을 도모할 것인가 선원들 사이에서 실갱이가 벌어지면서, 잘못 발사된 총알이 코드 박사의 복부를 관통한다.

다시 눈을 뜬 코드 박사. 데메테르 호는 하늘을 나르는 비행선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역사가 같은 인물들로 반복될 리가 없을텐데. 그런 우연은 수백 년에 한 번이라도 일어나기 힘들텐데. 코드 박사를 따라가는 서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독자는 데메테르 호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처음 폈을 때 이 소설이 왜 SF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이 이야기는 너무나 서늘한 SF라는 확신이 든다. 마치 애너그램처럼 마지막 책장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마법이 펼쳐질 것이다.

✔️이 글은 푸른숲 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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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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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올리버. ‘올리버에게‘, 라는 제목의 이 책은 나이를 뛰어넘은 두 과학자의 우정이 가득 담긴 서간집이자,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는 회고록이다.

저자인 수전 배리는 사시 때문에 평생을 입체맹(두 눈에서 오는 시각 신호를 하나로 합치지 못해 입체를 지각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살았지만, 48살에 시력 교정훈련을 통해 3차원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반세기 동안 입체시는 유아기의 결정적 시기에만 발달하며 그 시기가 지나면 결코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기에, 신경과학자로서 흥분한 수전은 자신의 경험을 올리버 색스에게 편지로 전한다. 올리버는 너무나 유명한 작가였기 때문에 수전은 자신이 경솔한 행동을 한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올리버는 입체그림 장치와 도구를 잔뜩 가지고 직접 수전을 만나러 왔다.

올리버와의 만남과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 수전은 입체시를 얻은 경험이 자아 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서서히 깨닫게 된다. 올리버는 이런 수전에게 ’스테리오 수(입체적인 수)’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뉴요커』에 수전에 대한 글을 발표한다.

사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둘의 편지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둘은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났으며, 올리버는 글을 완성했고, 수전 역시 ‘스테리오 수‘라는 정체성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쾌한 수전은 올리버가 사랑하는 두족류(오징어, 문어 등), 다양한 감각 이상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아 편지를 보낸다. 당시 안암으로 힘들어하던 올리버 역시 수전에게 마음을 열고 생일잔치에 초대하는 등 우정을 이어간다.

수전은 입체맹에서 입체시로, 더욱 풍성해진 세상을 살게된 반면, 안암으로 한쪽 눈을 잃은 올리버는 입체시에서 입체맹으로, 납작한 시각을 갖게 된다. 입체광이었던 올리버를 잘 아는 수전은, 어설픈 말로 그를 위로하기 보다는 어렸을 때 자신의 경험과, 입체는 아니었지만 소중했던 기억을 함께 편지에 담아 전달한다. 시간이 지나 올리버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났지만 그가 사랑하고 감사했던 사람들은 아직 그를 기억하고 있기에, ‘10의 6제곱 만큼’ 그리움을 담아 ’올리버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마음 속으로 여전히 쓰고 있지 않을까.

️이 글은 부키 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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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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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일어날 일은 '당신이 이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5년 후'의 일이다.

파리 자연사 박물관 지하, 후생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는 인간과 다른 종을 결합해 '키메라'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비밀은 곧 세어나갔고, 프랑스 정부는 그녀와 키메라 세포들을 암살의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 우주 정거장으로 보낸다. 하지만 우주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알리스의 연구에 반대하는 우주정거장 사령관 피에르 퀴비에가 키메라 세포들을 제거하려다 살육전이 벌어지고, 그 사이 우주 정거장과 지구 사이 연락은 끊어진다.

사태가 진정되자 우주 정거장에는 알리스와 생물학자 시몽 스티글리츠, 그리고 감금된 피에르만 남게 되었다. 다시 지구로 연락을 재개한 알리스는 그 사이 제 3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핵 전쟁으로 사피엔스는 대부분 멸종한 상태였다. 알리스와 시몽, 피에르는 우주선의 자원을 최대한 절약해서 우주에서 연구를 지속하기로 한다. 1년 후 결국 우주선 안 자원은 고갈되었고, 연인이 된 알리스와 시몽, 피에르는 방사능으로 피폭된 세계에서 사피엔스의 생존신호를 발견한 파리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초기 인류는 사피엔스 외에도 네안데스탈인, 에렉투스, 하빌리스 등 다양한 종이 공존했으나, 어느 순간 더 이상 교배할 수 없을 정도로 분리됐으며, 인지혁명을 겪으며 영리해진 사피엔스가 다른 종을 몰살하고 유일한 종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단일 종의 문제는 환경이 갑자기 변했을 때 한꺼번에 멸종당할 수 있다는 위험이다. 알리스 박사는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하늘을 나는 에어리얼(박쥐 혼종), 땅 속에 사는 디거(두더지 혼종), 물 속에 사는 노틱(돌고래 혼종)을 만들어 각각 그리스 신의 이름인 헤르메스, 하데스, 포세이돈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핵 전쟁으로 문명이 붕괴된 아포칼립스의 시대, 알리스 박사는 평생을 혼종들과 함께 지내며 혼종들의 발전, 갈등, 화합 그리고 진화의 과정을 지켜본다.

알리스 박사는 인류가 사피엔스 종을 보존하기 위해 지구 안에서는 DNA의 앞글자를 딴 디거, 노틱, 에어리얼 등의 혼종을 만들었고, 지구 밖으로는 새로운 지구를 찾아 항해하는 '파피용' 호에 인류를 태워 보냈다고 한다. (『파피용』을 즐겁게 읽었던 독자로서 매우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기후 위기, 국가 간의 갈등, 자국 우선주의 등 사피엔스 종 안에서 긴장이 커지는 만큼 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오늘 날,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려낸 미래의 모습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이 글은 열린책들 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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