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눈이 벌게질 정도로 피곤함을 느낀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잠깐 소스라치게 놀란다.

흰자위에 가는 금으로 퍼진 실핏줄이 가득하다.

가뜩이나 희멀겋게 뜬 얼굴은 그 붉은 선들로

더욱 초췌해 보인다.

안과에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자꾸 밀어두기만 한다.

종종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알이 뻑뻑하고 쓰라릴 때도 있다.

요즘 들어 부쩍 안구가 건조해진 듯하다.

그럴 때면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한다.

쓰라린 눈물만 비어져 나올 뿐이다.

눈을 뜨려 해도 뜻대로 안 된다.

뜨고 싶어도 뜰 수 없는 상태,

맹인의 절망도 그게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건조해진 안구처럼,

내 삶은 다소 건조해 있다.

적당한 물기가

필요할 듯하다.


 

요즘에는 여자를 만나면

먼저 그 여자의 손을 본다.

뭉뚝한 손보다는 손가락이 가늘고 긴 손이 좋다.

손가락이 섬세한 사람은 마음도 섬세할 것 같다.

섬세함은 가끔 피곤하고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자상함과 사려 깊음으로 드러난다.

자상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만나고 싶은가 보다.


손에서

그런 섬세함만을 확인한다고 하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다.

손은 내게 매우 성적인 기관으로 다가온다.

희고 가는 손을 보면

문득 안아 보고 싶다.

벗겨 보고도 싶다.

궁금하다.

그 속살이.


 

꿈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다소간 거창하게 느껴지는 일이고,

얼마간 민망하게 여겨지는 일이다.

서른을 앞에 두고 있는

나에게 꿈이란

분명 그렇다.

내게 남은 꿈이란 무엇일까.

꿈을 꿀 수 있을 때까지

꿈을 꾸고 싶다는 것?

꿈을 꾸다

깨어나고

다시

꾸고

다시

자고

....

이 삶을 확 까뒤집을 때까지

까뒤집는 그 꿈을,

계속 꾸고 싶다.

그게 내 꿈이다.

아, 삶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