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언제나 조금씩 아팠다.

이 놈이 아프다가 괜찮아질 즈음에는,

이미 다른 녀석이 아파하곤 했다.

그렇게 우리의 병고는 나날이 깊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병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개 멀쩡한 낯으로 만나곤 했지만, 그건 가면에 불과했다.

그 가면을 살짝만 들춰보면 괴물의 얼굴이 드러났다.

물론 괴물은 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가끔, 아주 가끔 제 모습의 일부만을 슬며시 흘릴 뿐.

괴물의 모습은 때로 공포스러웠지만, 대개는 애처로웠다.


상처. 딱지. 잠복. 전염.


도대체 이곳에서의 삶은 왜 이다지도 팍팍한 걸까.

우리는 가끔 만나 그 팍팍함을 위무했다.

한 잔 술과 휘청대는 어깨동무 속에서.

술잔에서 찰랑찰랑 넘치는 술처럼, 우리는 위태위태했다.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잠깐.

그 나이는 스물과 서른의 차이를 눈치 채는 나이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인 것이다.

물론, 아직도 희뿌옇긴 마찬가지지만.

맥주병 밑바닥의 유리처럼, 우리의 젊음은 희뿌옇게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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