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얼굴, 당신 얼굴이 어떤지 당신은 보지 못하니까, 그게 얼마나 추하게 일그러져 있는지 보지 못하니까. 그 눈···· 그 입술, 그 이빨에서 뚝뚝 흘러넘치는 증오가 얼마나 당신을 남처럼 만드는지, 당신은 모르니까.

                                                                                          - 한강, <내 여자의 열매> 중에서

 

저 문장이 참 섬뜩하게 느껴진다.

그 섬뜩함은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데서 오는 것이다.

그랬다. 내 얼굴 역시도 저 문장 속 ‘당신’처럼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증오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증오의 시선을 한없이 던지고 있었다.

알 수 있었다.

거울을 보지 않고도, 그 사람의 표정 속에서 그걸 읽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의 눈동자에 한 마리 짐승이 어려 있었다.

괴물의 모습을 한 짐승이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침을 질질 흘리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그녀에게 그런 모습을 한 나는 얼마나 낯설었을까?

그 낯선 짐승 앞에서 그녀의 가슴 한구석이 덜컥 무너져 내렸으리라.



사람은 평생 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거울 속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은 착각과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입체로서의 온전한 자기 모습이 아니다. 평면에 불과한 것이다.

거울을 여러 개 갖다놓고 이리저리 들여다봐도, 옆면 혹은 뒷면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 전체를 우린 볼 수 없다.

자신의 맨얼굴은 우리의 눈길로부터 멀찍이 벗어나 있다.



때때로 착각과 허상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끼어 맞춰, 간신히 자신에 도달할 수 있을 뿐이다.

아주 간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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