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에서 민주주의는 멱살 잡혔다.
우리당의 임종석 의원은 오열을 토했다.
그의 울부짖음을 바라보던 나 역시 피가 끓었다.
이 상황이 가슴 저미게 싫었고, 끔찍했다.
그의 울음은 계산적인 울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힘 앞에서 약하게 쓰러져가는 것들의 울음이었다.
그의 울음은 낡고 늙은 것들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가는 것들의 울음이었다.
그의 울음은 폭력 앞에서 주저앉는 울음이었으며, 그 폭력을 넘어서기 위해 몸부림치는 울음이었다.
울음이 눈물로 비어져나왔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흘리는 눈물이었다.
우리당 의원들은 국민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 무릎을 바라보며, 그들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일으켜 세워 주고 싶었다.
할 만큼 했다고, 이젠 좀 쉬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비록 그들을 전적으로 지지하진 않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그들이 그 싸움터에서 나 대신 싸우고 있지 않은가.
슬프고 씁쓸하고 허탈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 대화와 논쟁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에서
힘은 말을 통제하고 대화를 찍어 누르고 논쟁을 일거에 퇴한다.
말 잘하던 유시민은 목 언저리에 파스를 붙인 듯했다.
지난 새벽의 충돌이 남긴 흔적이었을까.
잠깐 비친 그의 모습에서 피곤과 분노와 허탈을 읽었다.
그의 어깨를 도닥여주고 싶었다.
그 싸움을 지켜보던 나도 한없이 피곤해졌다.
그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이 싸움은,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들과 그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의 싸움이 아니다. 분명코 그렇다.
이 싸움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이들과 그것을 짓밟으려는 이들 사이의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우리 잠깐 기우뚱했다.
의사당 단상 위의 태극기처럼 우리 잠시 옆으로 기울어졌다.
옆으로 기울며 짓밟혔고, 짓밟히며 눈물 흘렸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이들의 울음 앞에서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낡고 거대한 벽 앞에서 그가 울고 그들이 울고 나도 울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한없는 막막함과 끝모를 초라함이 나를 옥죄었다.
그 막막함과 초라함을 딛고 의연하게 일어서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하려 한다.
촛불 하나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