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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1999년에 '라이브러리 저널'이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꼽은 책이다.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는 별명도 따라다닌다.
그래서 나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워, 책이 두껍다. 그래도 소설이니까~ 하고 시작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연극으로도 상당기간 상연되었던 작품이어서 제목은 익숙하다.
강간사건과 연루되어있다는 것만 얼핏 들은 나는, 누가 이 사건을 벌이는지가 궁금했다.
30분쯤 몰입할 시간을 갖고 보면 충분히 흥미롭게 접근할수 있는 책이다.
주인공 스카웃이 취학 전부터 9살까지 3년여에 걸친 일상 속에서 아빠와 주변 어른들의 말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성장소설이다.
스카웃이 2살때 엄마는 돌아가시고 네살 위인 오빠 젬과 여름이면 놀러오는 딜, 이렇게 셋이 연극놀이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
연극놀이가 시들해진 어느날 딜이 제안한다. 부 래들리 아저씨를 밖으로 나오게 하자는 것이다.
부 래들리는 아이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웃집의 은둔자다.
누군가는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시체가 밖으로 나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누군가는 한밤중에 우리집 창문에서 자기를 보고 있었다고도 말한다.
아이들은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래들리씨네 집 앞에서 쪽지를 낚싯대로 전달하려다 실패하고
급기야는 뒷문으로 잠입시도를 하려다가 실패하고 만다.
도전할 과제가 남아있기에 셋은 항상 새로운 작전을 펼친다.
변호사인 아빠, 애티커스 핀치에게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
1930년대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는 인종차별이 심한 곳이었다.
강간사건이 벌어졌고 목격자의 증언에 의해 한 흑인이 기소되었다.
그 흑인을 아빠가 변호하게 되면서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로부터 '깜둥이 애인'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받는다.
아빠가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를 아이들에게 잘 설명해준다. 그 과정이 부모로서 정말 본받을 만 하다.
또 그 시대의 편견에 맞서며 흑인도 법정에서는 평등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애티커스 변호사는 패소하고 만다.
지금도 미국사회에는 인종차별이 남아있지만 그때는 흑인은 노예의 후손쯤으로 생각했었다.
애티커스 변호사는 패소했지만 원고의 아버지인 유얼씨는 자기를 법정에서 바보로 만든 것에대해 원한을 품는다.
스카웃이 할러윈 행사를 마치고 오빠와 둘이서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으로 오는 길에 유얼씨에게 봉변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어둠 속의 또 다른 한 사람이 두 아이들을 구해준다. 그가 누구인지는 소설을 보길 바란다.
스카웃에게는 오빠 젬이 세상의 전부였다. 가끔 오빠가 죽이고 싶도록 미울때도 있지만 오빠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오빠와 모든 것을 함께하는 스카웃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오버랩 된다.
소설에서처럼 우리 아이들도 큰 애가 아들, 둘째가 딸이다. 우리는 두 살 터울이지만 딸아이가 정말로 오빠를 좋아한다. 오빠를 인식하기 시작한 날로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동생은 오빠를 쳐다본다. 그리고 오빠는 부모를 쳐다본다.
"젬은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기 전에 나를 먼저 쳐다본다네." 하고 말하는 핀치 변호사.
이 책은 사회적 편견, 그리고 용기, 사회적 약자에대한 보호, 등등을 시사하고 있지만
나는 핀치 변호사가 너무 멋지다.
그런 멋진 아빠가 내게도 있었으면, 그리고 우리 남편이 그런 멋진 아빠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아니 내가 먼저 그런 멋진 엄마가 되어야지 누가 바뀌길 바라겠는가.
부모 둘 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해주고 대화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소설을 보면 한명 만이라도 아이를 이해해준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 한명이 되어야겠다.
아이들이 갖는 편견은 부모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세상은 그 부모와 형제들이 바라보는 세상인 것이다.
스카웃이 9살때 경험한 것을 조금 자라서 회상하듯이 작가가 써내려가고 있다.
어린 시절 충격적인 사건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한 사람의 사고와 일생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9살 이전에 아이들에게 소중한 기억을 남겨주어야겠다.
핀치 변호사가 그랬던 것처럼.
이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흑인을 속이는 백인은, 그 백인이 누구이건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건 아무리 명문 출신이건 쓰레기 같은 인간이야.
젬은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기 전에 나를 먼저 쳐다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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