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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의 잠 ㅣ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박완서 글, 김세현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5년 2월
평점 :
박완서의 글에 김세현이 그린 그림동화다.
가뭄이 심한 개미 마을에서 크고 싱싱한 먹이가 발견된다.
그것은 바로 7년을 땅 속에서 잠자던 매미다.
날개 펴고 날아가 노래할 날이 눈앞에 다가온 매미다.
개미들은 그것을 먹을 것인가 매미를 살려줄 것인가 기로에 선다.
결정장애를 겪는 이들이 있다.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미들은 많은 토론 끝에 결정했다.
늙은 개미의 안내를 따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믿고 따를 수 있는 늙은 개미와 같은 어른 혹은 가치관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분명 다수결 원칙 또는 효율성에 따르면 매미를 잡아먹어야 맞다.
매미 한 목숨 희생해서 다수의 개미, 아니 개미 마을을 통째로 살려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개미는 다수니까 소중하고 매미는 소수니까 희생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매미 또한 소중한 목숨인 것을 늙은 개미는 가르쳐준다.
그 목소리에 발맞춰 다른 개미들도 반응한다.
옳다고 여기는 것에 자기 목소리를 낸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82년쯤이다.
박완서 작가는 어떤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
1980년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었고 계속해서 80년대는 군부독재를 거쳐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도상국의 성장과정에서 있었을 소수의 희생들, 말없는 희생, 억울한 죽음들을 떠올리게 한다.
개미와 매미도 그 과정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중이다.
개미마을은 아스팔트로 덮여버려서 먹을 것이 없고 매미는 그대로 둔다면 날아보지도 못하고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늙은 개미 덕분에 매미는 살아난다.
아마도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개미 마을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을 것이다.
그대로라면 다 굶어죽을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처럼 함께 잘 살아갔수 있으면 좋겠다.
자연은 서로 양보하고 기다려준다. 자연은 사람들 때문에 고통당하지만 말없이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생명, 공동체, 나의 유익, 배려, 존중 등등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