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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ㅣ 그림책이 참 좋아 39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 노는 아니, 친구라고는 늙은 개 한 마리가 전부인 동동이, 혼자 구슬치기를 하고 놀다가 구슬이 더 필요해진 동동이는 문방구로 뛰어간다. 그곳에서 색다른 구슬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그건 사탕이었다. 그럼에도 뭔가에 이끌려 그 사탕을 사들고 집에 온다.
집에 돌아온 동동이는 가장 익숙한 색과 무늬를 갖고 있는 사탕을 얼른 먹어본다. 박하향에 귀가 뻥 뚤리고는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 알사탕은 그 색깔을 가진 사물이나 동물,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하는 신비한 사탕이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어제 친정 아빠와 통화를 하다가 싫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거기에 반박할 많은 말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대신 오늘 아침에 이 알사탕이 생각나면서 아빠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 동동이 아빠의 마음에서 들렸던 것과 같은 말이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끝도 없이 들리는 사랑의 메시지. 그것을 잘 알아들으려면 우리 마음에 쓸데없는 말을 걸러들을 수 있는 필터가 필요하다. 걸러듣지 않게 마음속에서 먼저 걸러서 내보냈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많은 부모들이 이런 필터를 갖고 있지 않다. 잘 되기를 바란다는 이유로 마구 뱉어낸 말들이 얼마나 아이들을 힘겹게 했으며 그것이 대를 이어 물려주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엄마, 아빠인 우리는 이중필터를 가져야 한다. 우리 부모들이 하는 말을 걸러듣고 그 속마음을 알아낼 수 있는 필터, 또 하나는 우리 아이들과의 대화를 방해하고 나아가 관계를 망치는 말들을 걸러내는 필터.
그 아이는 왜 혼자 놀게 되었을까? 동동이는 집에 분홍색이라고는 없는 한 부모 가정이다. 어쩜 동동이도 친구들로부터 쓸데없는 말을 걸러듣지 못하고 놀리는 말만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빠와만 사는 동동이는 옷매무새도 단정치 못했을 수 있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이 친구들과 사귀는 것을 더욱 힘들게 했을 것이다. 알사탕은 이제 다 먹어버렸지만 다섯 번의 경험으로 마음속의 말을 들을 줄 알게 된 동동이는 용기를 낸다.
놀이터에 혼자 있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안녕’ 하고 인사하며 오후의 석양을 받아 빛나는 단풍잎들 사이로 두 친구는 나란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