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방 일곱 동무 (20주년 기념 리커버 스페셜 에디션) 비룡소 전래동화 3
이영경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그림책의 선두주자 중 한 명 이영경, 20주년이 되어서 다시 나온 책이다. 사실 사은품인 종이인형에 눈멀어서 얼른 구입했지만 내용도 참 좋다. 글과 그림이 함께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조선후기 한글 수필 규중칠우쟁론기를 이시대의 언어로 풀어놓은 책이다.

아씨가 잠을 자고 있는데 일곱 동무들이 시끄럽게 싸운다. 그 소리에 아씨가 뒤척이고 눈을 뜨고 급기야는 아씨도 한마디를 거들게 된다. 책을 빠르게 넘기면서 그림을 보면 마치 동영상처럼 아씨의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상세하게 그려놓아 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체적인 주제는 공동체다. 공동체는 모두 함께 있을 때는 소중함을 잘 모른다. 그래서 자기가 맡은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쟤는 없어도 내가 없으면 안 되지! 이런 식의 생각 말이다. 그러다가 누구 하나가 빠지면 다른 지체들이 불편하고 힘들어진다. 옛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듯이 말이다. 어느 누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하나의 전체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바느질이라는 소재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낯설기도 하다. 요즘에 집에서 바느질하여 옷을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리미질을 잘 못한다. 그래서 옷을 살 때 다림질을 안 해도 되는 옷을 고르게 된다. 그러니 인두나 다리미의 차이점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게다가 사극에서 반역죄인을 인두로 지지는 장면만 생각이 나고 도무지 인두의 제 역할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똑같은 용도라고 생각했다. 인두는 옛날에 다리미처럼 사용하던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분명히 역할이 달랐다.

 

이 책을 늘푸른대학의 어르신들과 함께 읽으면서 물어보았다. 인두는 어디에 쓰는 것이고 다리미는 어디에 쓰는 것인지 말이다.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딱 맞았다. 자신들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어서 하실 말씀들이 많으셨다. 어릴 적 화로에 꼽아둔 인두에 데어서 흉진 자국을 보여주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지금도 옷을 잘 만드는 솜씨 좋으신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미난 시간이었다.

 

인두는 바느질한 자리를 울퉁불퉁하지 않게 눌러주기도 하고 솔기나 모서리 같이 좁고 뾰족한 곳을 날렵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다리미는 넓은 부분을 다려주어 옷맵시를 살려준다고 한다. 옛날 다리미는 둥그스름하게 생겨서 좁고 뾰족한 곳을 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나온 다리미는 끝부분은 뾰족하고 뒷부분은 넓게 되어 있어 이제인 인두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지금은 납땜질할 때 쓰는 것을 인두라고 부른다. 이름은 같지만 그 모양이나 역할이 옛날과 사뭇 달라져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지만 예전의 물건들에 대해서도 배우고 선조의 지혜도 배우는 것이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는 문을 열어줄 것이다. 유아들에게는 인형극을 통해 재미있게 연출할 수 있고, 초등학생이라면 역할극을 해도 좋을 것이다. ·고등학생은 토론의 소재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어른에서부터 아이들까지 누가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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