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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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존재랍니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경매에 부치는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은 이랑

 

무언가 책 제목부터 흥미진진하군!! 하며 읽다가 공감하고, 또 공감못하고...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나는 그냥 대한민국에 맞게 살아진 그런 존재라서 그런다. 그게 나인걸 나 또한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이 슬프고 그래서 또 다른 공감을 하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내가 그랬듯 다른 사람들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확신이 없었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나도 그저 그런 사람이다. 평범함을 믿고, 평범한 것 그 이상은 없는 그래서 무언가 나를 이야기하기 쑥스러워하는 그런 존재.

 

한국 사회가 질문을 하기 어려운 곳임을 진작부터 잘 알고 있다는 이랑의 말에 작은 위안을 얻는 그렇게 질문하기 두려워하는 그런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다

"그냥 존재예요, 선생님!"

 

이 답이 괜히 우습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해서 한참 입으로 따라 읽었다.

그냥 존재예요... 존재... (뭉클)

코로나로 우울이 극에 달한 나에게 하는 위로, 우리에게 하는 위로.. 존재...

 

그리고

언제부터 나는 '건강하다'는 게 우리 관계에서 당연한 것, 기본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울컥해서 나를 생각하고 병환으로 떠난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내 곁에서 따듯한 숨을 쉬고 있는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러다 또 울컥하고..

 

컵에 담긴 물에 '사랑해'... 맞아.. 사랑... 그러며 따스해지고..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 '방해받지 않고, 오직 뛰어오를 것만을 생각하는' 상태를 느끼는 이랑에 또 위로를 받고..

 

이랑 덕분에 내가 존재라는 그 존재자체만으로 위로받고..

 

고마워요~~ 건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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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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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해만사(行解萬事)"

즉 무슨 문제든지 말만 하면 다 풀어준다는 뜻이었다.

그저 부럽다. 무슨 문제든지 말만 하면 다 풀어준다는 이가 나에게도 나타났으면 하는 속없는 생각을 하며 일기 시작했다.

 

p.16

"본시 힘들여 일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따르기 싫은 법이요, 마음 놓고 지금 놀아도 된다는 말은 솔깃하여 따르고 싶은 법이지. 사람들이 그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도 그럴 수밖에."

 

그렇게 우유부단하며 성실한 한수생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p.25

"본시 사나운 기세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일어서게되면, 중간에 그게 아니다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도 그냥 그 기세에 눌려 일을 저지르게 되는 수가 많은 법이오. 더군다나 자신은 현명하여 세상의 이치를 잘 아는데 주위에는 멍청한 자들뿐이라고 믿고 함부로 말 떠들기 좋아하는 놈이 한둘만 섞여 있으면 일이 험악해지는 것은 더 쉬워지기 마련이오."

 

한수생이 살던 마을사람이나 상잠같은 이들은 그렇게 늘 큰 소리로 앞장서며 현명하지 못하고 남에게 탓을 돌려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부분을 반드시 쟁취하는 못된 일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때론 인간본성이라고 치부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그 간단한 이치를 《신라 공주 해적전》에서 또 한번 깨달았다.

 

p.110

"그대는 '항해만사', 무슨 일이든 말만 하면 들어준다는 나를 잊었는가?"

 

p.177

바다에 나와보니, 동굴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할 정도로 그저 햇빛이 밝고 한가롭게 파도 찰싹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p.188

"만사를 모두 다 풀어주는 낭자가 오늘도 우리를 구하는구나."

 

p.191

"나무를 비벼 불을 붙이는 것은 쉽지 않소. ······ 그만 애를 쓰고 포기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p.192) 그저 가만히 기다리다가 추워서 몸이 굳게 되면 그것이 마지막인가보다 하고 쉬도록 하오."

그러자 한수생은 장희의 노래를 부를 때 가장 좋아했던 대목으로 대답한다.

 

p.193

그리고 한수생은 나무 도장을 비비고 또 비비다가 두 손에 물집이 터져 진물로 범벅이 되고 손톱이 빠져나가도록 계속 그것을 비볐는데, 그러다 마침애 불이 붙었으니 그때부터 세사람을 따뜻하게 비추어주었다고 하더라.

 

한수생은 그런 사람인 것이다. 영군도 그러했지만, 자신의 사람이라고 믿는 공주와 백제를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인 것이다. 한수생을 우유부단하고 답답하게만 보던 차에 맺음에서 한수생의 진가가 나오니 정말 또다른 진한 감동이 생겼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그 재미와 감동과 후련함마저《신라 공주 해적전》충분히 가지고 있는 매력있는 책이다.

 

사전서평단으로 먼저 읽는 재미와 작가를 알려주지 않아 읽는 내내 괜히 더 궁금해지게 만드는 묘한 재미도 느끼며 시원하게 읽어 더욱 좋았던《신라 공주 해적전》이었다. 

어떤 모습으로 출간될까 궁금했던 차에 책 표지를 보니 속지에 있던 것을 색도 잘 어울리게 곱게 치장하고 나온 모습이 왠지 대견하게 느껴지고, 먼저 읽어본 사람으로 뿌듯함이 크고 통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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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시툰 : 용기 있게, 가볍게 마음 시툰
김성라 지음, 박성우 시 선정 / 창비교육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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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

 

 

제목에서 주는 위로가 있다.

지금 내가 갖고 싶은 용기와 한결 가볍게 인생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 같아

제목이 위안이 된다.

 

책을 펴자 마자 민트색 작은 하트가 또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어 참 상큼하게 읽기 시작하고, 금세 읽고 또 읽게 되는 고마운 책이다.

 

 

오늘은,

멀리 보이는 날이다.

 

요즘 한참 슬픈 세월을 보내던 차에

내가 무얼 웅크리고 있는지?

내가 뭐에 지쳐있는지를

 

오늘은,

멀리 보이는 날이다.

 

이 문장 하나가 참 좋다.

멀리 보이는 날, 잠시 멀리 보니

모든 것이 불안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아

참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김종삼의 詩 묵 화를 읽으며

내 정서의 큰 부분을 지배하는

 어린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한 그 좋은 기억,

그 아련한 기억으로 멀리 떠날 수 있어서,

 

아! 시가 있어서 이렇게 좋구나!

좋은데 왜 자꾸 눈물이 나고 마는지,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계속 읽고

또 읽는데

괜히 눈물이 맺히고,

 

그리고

읽을 수록 다른 눈물이 흐른다.

 

참 좋다.

 

[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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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읽기의 힘 - 영어가 유창한 아이들의 비밀
고광윤 지음 / 길벗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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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저도 영어 읽기의 힘을 갖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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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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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이야기했던 영국의 비솝 여사에 대해서만 나는 겨우 알았다.

1950년 겨울, 이름도 없이 날짜로 기억되는 전쟁 6.25에 그 먼 영국이란 나라에서 온 남의 나라를 위하며 싸우다 전사하고 그 이름마저 잊혀진 마이클에 관한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을 읽기 전에는 말이다. 저자가 마이클에 대한 단 한줄의 기록으로 마이클의 생애를 그려주기 전에는 무명병사나 다름없는 마이클은 이로서 우리에게 고맙고도 미안한 존재로 되고, 우리는 그 전쟁에 나간 수많은 마이클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당신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오늘을 바쳤습니다"

(For your 'tomorrow', we gave our 'today').

p.45

 

저자가 표현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오늘을 바쳤다는 이들에게 빚진 마음이 들었다는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전쟁을 기억하고, 전쟁의 참상을 알게 되고, 그리고 거기 이름없이 싸우다 잠든 그 수많은 마이클을 기억하며..

 

한 인간의 삶은 여려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가 지나온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남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한 그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p. 221, 223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은 우리가 어떠한 삶의 자세로 앞으로를 살아가야 할지. 우리는 어떤 기억을 하며, 또 어떤 감사를 하며 지내야 할지를 말해주는 꼭 한번 읽어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할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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