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사람입니다
나는 머리에는 롤을 말고 엉덩이에는 아기를 매단 채 맨발로 부엌에 서서 스크램블드에그를 익히는 중이다. 남편은 사타구니를 벅벅 긁으며 소파에 뻗어 있다. 개가 물어 가면 속이 시원하겠네!
길들여지는 삶이란, 참. 내 학위는 어디로 가 버렸지? 내 꿈, 내 소망, 내 염원은? 아, 냄비와 팬에서 닦은 기름이랑 싱크대 하수구로 빨려 내려가고 있네. 내가 ‘주저앉자’, 사람들의 오지랖은 이제 내 아들한테로 옮겨갔다. 사람들이 그 애를 보고 말한다. 머리 안 잘라 줬어? 애가 혼란스러워하게 될 거 알잖아. 반 애들이 놀릴걸. 계집애라고 할 거야! 괜한 고집 좀 그만 부려, 얌, 네 주장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내 아기의 머리카락을, 아이의 조그맣고 예쁜 얼굴을 쓸어내리는 그 길고 탐스러운 다발을 사랑한다.
나는 말한다. 그 애가 튀튀를 입게 놔둬. 그 애가 망토를 걸치게 놔두라고! 맞다, 맞다, 그 애는 남자아이다. 그리고 맞다, 보다시피 그 애는 머리카락이 길다. 엿 먹어, 자기가 원하면 마음껏 손톱에 분홍색 점을 찍으라고 해. 여자아이 머리가 좀 짧으면 어때? 치마를 입든 안 입든 남들이 뭔 상관인데? 치마 대신 나비넥타이를 하게 놔둬. 다리를 쩍 벌리고 앉게 놔둬. 그리고 엿 먹을, 데이트를 하게 놔둬! 그게 도대체 왜 그렇게 문제인지 누가 제발 설명 좀 해줘, 젠장 뭐가 문젠데 기대의 담요, 분홍색이나 파란색의 담요에 꽁꽁 싸인 마음가짐들을 이제는 풀어헤치자. 어린 마음에 우리가 어떤 씨앗을 뿌릴지에 초점을 맞추자. 조건을 깨부수자. 강요된 성, 그 우스꽝스러운 집착 없이 새 세대를 키우자. 짓밟지 말고 북돋우자. 마음을 빼앗
지 말고 선택권을 주자.
남자아이들이 체육관에 등록해서 총총거리며 발레를 하게 해주자. 여자아이들에게 가라테를 시키자.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해 주자!
나는 라이언에게 울어도 괜찮다고 말할 것이다. 여자아이가 힘이 셀 수 있는 것처럼 남자아이도 실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조카딸들에게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소프트볼을 할 때 환호성을 지르고, 인생에 의문을 품고, 세상에 관해 질문할 때 대담하게 “왜 안 돼” 하면서 들이받으라고 말할 것이다. 너희는 약한 공주님이 아니라고, 슬픔에 빠진 가련한 아가씨가 아니라고, 요정 동화나 쫓아다니기에는 너무 크다고, 어떤 왕자 놈의 곁다리로 있기엔 아까운 존재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나는 이렇게 하면 좋겠다. 아기가 아직 요람에 있는 동안 젠더화된 기대에서 스스로를 해방하는 거다. 뭐 대단한 발표라도 하듯 아기의 성별을 공표하는 건 그만두자. 텅 빈 공간으로 데려가자. 그리고 자기 식으로 결정하게, 자기 색을 스스로 고르게 해 주자. 당신의 몸에서 쫓겨나 이 냉혹한 남자와 여자의 세계로, 그와 그녀의 세계로 떠밀려오기 전에 이 존재가 젠더를 알면 얼마나 알았겠는가.
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 생명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를 여는 것이다. 싸구려 장식과 젠더 구분 없는 축하식 말이다. 무지개, 가능한 모든 색, 자홍, 파랑, 아쿠아마린, 노랑, 황금, 올리브, 검정, 청록, 연어색, 밝은 산호색 등등의 잔치.
어떤 아기가 나올지 모르는 채로 아기 방의 색을 정하자.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에, 이 조그만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자. 남자아이를 원한다거나 이런, 여자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 아기가 멀쩡히 살아 있다는 데 감사하자. 이 조그만 존재를 끌어안고, 품에 꼭 안고 심장에 갖다 대자.
아들? 딸? 의사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냥 이렇게 간단하게 말하면 어떨까? “축하합니다, 사람입니다! 대단한 일을 해내셨습니다!” 친구들에게 알리고 페이스북 글을 써서 자랑하는 건 앞으로 얼마든지 해도 좋다. 하지만 딸이라고 말하는 대신, 아들이라고 말하는 대신, 그냥 내가 이 귀중한 아이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넘치는 기쁨을 이야기하자.
여자아이에게 자비에-프랑수아라는 이름을 붙이자. 남자아이의 이름은 페넬로페 딜라일라라고 하자. 그냥 발음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을 고르자.
(...)
얌벌리 M. 타바레즈Yamberlie M. Tavar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