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 출간 전 연재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7화










길거리 성희롱이 없는 세계 






여자로…… 산다는 건 지독한 비극이다. 그렇다. 도로 건설 인부・뱃사람・병사・술꾼 들과 뒤섞이고 싶은, 즉 주위 배경에 녹아들어 이름 없는 이가 되어 듣고 싶고 기록하고 싶은 나의 불타는 욕망은 내가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좌절당하고 만다. 여성은 늘 공격과 폭행의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과 그들의 삶에 대한 내 불타는 관심은 종종 그들을 유혹하려는 욕망으로, 또는 내게 다가오라는 초대장으로 오해받는다. 하느님 맙소사, 나는 그저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이에게 내 깊은 속내를 터놓고 싶을 뿐인데. 사방이 트인 들판에서 자고, 서부로 여행을 떠나고, 자유롭게 밤거리를 거닐고 싶다는 것이 내 바람이다.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시인, 소설가)



 내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서 나는 인간이고 내 이름은 예쁜애가 아니다.

 나는 거리를 평화롭게 걸어 다닐 수 있다. 하늘에는 태양이 빛나고 내 심장은 물을 뿜는 소화전 앞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박자를 맞춰 뛴다. 우리는 같은 생태계에 있다. 우리의 몸은 우리 사이의 온기에 따라 떠오르듯 도시를 떠다닌다.


 나는 그 구역의 마법에 젖어 들기를 멈추고 콘크리트 분수의 물놀이에 끌려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걸어간다. 우리는 다시금 웃음을 교환한다. 밀도 높은 여름 공기 속 아지랑이 같은 한순간, 옆집 사람이 자기 집에서 나와 아이들과 나를 에워싼 묵직한 공기 속으로 걸어 들어와도 내 웃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나중에 벌어질 일에 대한 두려움 따윈 없이 그의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를 보고, 그도 나와 같이 따뜻한 생태계에 있음을 안다. 나는 우리 모두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그 순간을 함께 누리자고 그를 초대한다. 그는 초대를 받아들이고,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 주는 우주를 느끼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몸을 숙여 우리에게 합류한다. 잠시 후, 나는 자신감 넘치는 큰 보폭으로 아이들과 이웃들을 지나쳐 기차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나는 내 공동체의 다른 일원들과 교류할 수 있고,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변화무쌍한 도시의 화려함을 감상할 수 있다. 내가 한 남자에게 웃음을 보이면, 그는 내 몸에서 발산하는 즐거움을 느낄 뿐 굳이 내 몸을 만지고 싶다는 충동은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고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인사를 나눌 수 있다.



 또는 나는 내 영혼과 혀끝을 무겁게 얽어맨, 폭력을 예방하려는 그 지긋지긋한 계산 없이 옆집 사람에게 (마음이 내킬 경우) 말을 건넬 수 있다. 내 하루를 잠시 멈추고 그 남자에게나 아무 남자에게라도 무엇이 그를 움직이는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자신과 주위 세계에서 어떤 것을 가장 사랑하는지 물어볼 수 있다. 나는 대화가 끝난 뒤에 그가 그의 복잡한 인간성에 대한 내 관심을 나를 공격해도 된다는 초대장으로 받아들일까 봐 겁내지 않아도 된다. 그는 내 경계를 존중할 테고, 내가 그에게 자신을 내주기 전에 돌아서면 상황은 끝날 것이다. 내가 무관심을 드러내면, 내 대응은 존중되며 피곤할 만큼 집적거림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하루 중 아무 때나 아무 옷이나 입고서 내가 집이라고 부르는 곳을 나설 수 있으며, 길거리 성희롱을 피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남자 파트너를 지어내지 않아도 된다. 내 여성성을 폭력의 초대장으로 오인할 남자와 마주칠 위험을 피해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한다는, 가끔은 그냥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 압박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안전과 파산을 택할지, 또는 내 안전을 건 채 이미 파산 직전인 지갑을 살릴지를 두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내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서, 나는 그저 거리를 걸어 다니는 다리가 아니다. 잠재적 정복 대상이 아니다. 나는 내 인간성의 모든 면을 존중하는 관심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고, 피곤하거나 약속에 늦었거나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냥 자리를 뜰 수도 있다. 나는 복잡한 감정, 동기,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누구나 이 사실을 안다.



한나 기오르기스Hannah Giorgis

 한나 기오르기스Hannah Giorgis는 흑인 페미니스트 작가, 조직가 겸 교육자다. 자신의 블로그 ethiopienne.com에 글을 쓰고, 훨씬 해방된 세계를 상상하며 그것에 관해 긴 대화를 나누고, 에티오피아 음식을 만들고, 아프리카계 영국인 배우인 이드리스 엘바IdrisElba 보는 것을 좋아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im 2017-05-16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겐 꿈에 그려야할 유토피아지만 누군가에겐 아주 평범한 일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