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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 책 ㅣ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지음, 조우호 옮김 / 들녘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책 –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이라니. 참으로 야심차고 만인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솔깃한 제목이다. 만약 저자가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이란 부제를 달았다면 부분을 전체로 보는 오류에 빠진 것이고 출판사가 달았다면 철저한 홍보판매 전략에 따른 것이라 하겠다.
세상은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라고 치자. 이 나무에는 커다란 두 가지가 뻗어 있고 그 가지들에 많은 잔가지와 입들이 붙어 있다. 둘 중 사람의 눈 높이에서 볼 때 굵은 줄기가 있으니 그 이름은 ‘서양’이다. 그에 비해 가는 줄기가 ‘동양’이다. 그런데 나무에 오르다 보면 ‘서양’은 멀지 않아 끝이 보이고, 그에 비해 ‘동양’은 그 줄기가 아득히 하늘로 뻗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지식의 바다에서 방향을 찾으려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섰다”라며 집필 동기를 밝혔고, “현대 세계를 이해하려면 서양 세계를 이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현재 세계 문화의 주류는 서양, 특히 유럽에서 발전된 것이다. 그러나 서양은 동양에게 엄청난 은혜를 입고 있다. 단적으로 활자의 광범위한 보급을 가능케 한 ‘종이’는 후한의 채륜이 발명했으며, 무력을 앞세운 서양의 세계 제패를 가능케 한 ‘화약’도 중국에서 먼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상정고금예문’도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저자는 서양 문화유산을 철저히 배우고 그 우수성에 주목한 반면, 동양 문화유산에 대한 소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그 점이 이 책이 가지는 근본적인, 태생적인 한계다. 그러나 근본적인 한계를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에 공감을 보낼 수 있었다.
우선 우리가 지식사회, 정보사회에 살면서 전문지식의 중요성이 역설되지만 정작 세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양이 부족해지는 문제점을 지적한 점, 그리고 매체의 범람 속에서 세계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서양문화에 큰 발자취를 남긴 점과 현대 세계에까지 이어지는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성서부터 해리포터까지 100여 권의 책들을 골라냈다. 이 책들을 시대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 세계, 사랑, 정치, 성, 경제 등 15가지 테마로 묶었다.
선별한 한 권의 책마다 작게는 1, 2페이지에서 많게는 10페이지를 넘지 않게 다뤘다. 이처럼 위대한 저작을 충분히 소개하기에 부족한 분량이지만, 저자는 알기 쉽고 충실하고 간결하게 내용을 요약분석했으며 반론도 소개했다. 특히 오늘날의 세태나 위대한 저자들의 에피소드, 유명한 문장 등을 활용하여 처음 접하는 책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요리했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출판되지 않아 생소한 책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앞으로 서양 고전을 고르는데 좋은 지침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또 책장을 한장씩 한장씩 넘기면서 왜 그렇게 읽지 않은 책들이 많고, 편식해 왔는지 많이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